아무래도 감동이 줄어들지 않는 순간이 있다.
최근 집중적으로 빛 샤워를 시켜 준 식물들이 일제히 새끼를 치고^^ 있다는 거.
특히 가장 나이 많은 호야 때문에 오늘 깜딱 놀랐네.
그동안 그늘진 벽에 걸어 두고 물만 먹여주다 1주일 전부터 가장 해가 오래 머무는 작은 방 창틀에 올려 뒀더니 생각지도 않았던 잎 언저리에서 실처럼 가느다란 새잎이 삐져나와 세상 바라기하고 있던 욘석.
에고, 무식해서 정말 미안해.
사실 너 불임^^;;인 줄 알았거든.ㅎ
하루가 온전히 내 손아귀^^에 있다 보니 해가 드는 시간 동안 자리 찾아 줄 수 있게 되면서 적으나마 광합성이 가능하게 되자 그 이상의 기쁨을 되돌려 주는 고마운 식물들이다.
호야, 화이팅!!!^^
비가 예보되어 있던 날이 화창하다.
그에 대비해서 다른 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괘씸한!
그렇다면 나도 광합성이나 하러 나가 볼까....해서 오랜만에 성지곡수원지 쪽에 생각을 두었다.
작년 여름 동안 그늘 아래 편안한 벤치를 내어 준 덕에 음악 들으며 책도 읽고 떼굴랑 제대로 했던 곳이 생각나서.
물 한 통과 읽던 책 챙겨 넣고 걸어 1시간 만에 성지곡수원지 입구에 도착했다.
어??
얼마 전 시민공원 나무 그늘에서 막 책을 펼치고 있던 내 앞을 지나가신 그분들이시다.
오늘도 공원 다녀오시는 길이신가.
나 혼자 반가워서 하마터면 말 걸 뻔했네.^^;;
댁이 이 근처이신 듯 망설임 없이 익숙하게 건너편 마트로 들어가셨다.
시민공원까지 제법 먼 거리인데 .....아마도 휠체어 끌고 들어서기엔 경사진 성지곡 수원지가 힘드셨던 게다.
아드님이신 듯....
한 걸음이 힘겨워 보이는 어르신 뒤를 세월아 네월아 따르고 계신, 괜히 고마워서 손 잡아 주고 싶었다.ㅎ
두분도 건강하세요오~~~~
수원지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 잡았다.
테이블이 몇 개 더 있었지만 요올씨미 손 흔들며 걷는 사람들 뿐, 나처럼 엉덩이 걸친 사람이 없어 조용히 책 읽기엔 그만이다.
아....근데 새똥이....
♣ 통섭적 인생의 권유
자연과학자이면서 통섭인문학자이신 최재천 교수....참 생각이 아름다우신, 스코트 니어링이 겹쳐 보이는 분이다.
프롤로그에 내 삶의 한가운데를 훅 치고 들어오는 글이 있어 옮겨 봤다.
통섭적 인생이 대체 무엇이냐고요? 그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삶의 태도입니다. 첫째는 ’받은 만큼 돌려주는‘ 자연의 법칙대로 사는 태도입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자연을 이야기하고 환경을 이야기하는 속내에는 바로 이러한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인간도 결국 지구 위의 작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다른 동물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겸허한 자세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 진정 아름다운 삶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피카소‘처럼 사는 태도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아인슈타인 방식과 피카소 방식이지요. 두 사람 모두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였지만,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이라는 결정적 한 방으로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반면, 피카소는 엄청난 다작을 통해 천재성을 발휘했습니다. 이를테면 공이 날아올 때마다 너무 재지 않고 방망이를 휘두르다 보면 단타도 치고 때로는 만루 홈런도 치게 된다는 거이지요. 그러니까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세계를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돌아보건대 피카소의 삶은 지나온 제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두려워하지 않고 이것저것 시도했던 제 삶의 궤적은 여러분에게 권유하는 통섭적 인생 그 자체였습니다.
-중략-
제가 보통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꽤 오랜 시간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생명을 가진 모든 이웃들에 대해 더 많이 알고자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얻은 ’앎‘을 많은 사람들의 ’삶‘과 나눌 때 진정 빛나는 가치가 될 수 있겠지요. 아마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곳곳에 계실 것입니다. 저는 그분들에게 주저 없이 손을 내밀겠습니다. 함께 가고 싶습니다.
참....이분, 아무렇지도 않게 내 눈물샘을 자극하시네.ㅠㅠ;;
자신이 얻은 ’앎‘을 우리의 ’삶‘과 나누고자 오히려 손을 내밀어 주는 학자가 이 땅에 몇이나 있을까...정말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늘에서 노는 바람은 아직 찬기가 돈다.
더 있고 싶었지만 쓸모 적어진 노년의 육신이 못 미더워 2시간여 만에 자리 털고 일어났다.
나오는 길 다리 위에서....볼 때마다 개체 수가 늘어가는 것 같다. 사람들이 던져 넣는 새우깡, 뻥튀기 먹고 비곗살만 뚠뚠하게 오른 잉어들.
어쨌거나 니들이야말로 유유자적이로세.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다운 법이다. 모든 생물은 나름대로 존재 가치와 권리를 지니고 있다. 인간에게는 그들을 인정하고 섬길 의무가 있다. 우리가 막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땅의 생명이, 모든 동물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될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인간은 지구 위의 작은 존재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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