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명동 운수사로 정했습니다.
두어 달 전, 운수사 계곡이 도심과 가까우면서 풍광 또한 뛰어나다는 정보에 귀가 솔깃하였으나 한 여름엔 인파로 발 디딜 틈 조차 부족하다는 뒷 소리에 상상만으로 기겁을 하며 일단 접어 두었던 곳입니다.
좀 더 떼굴하고 싶었던 일요일 아침, 6시 40분 부터 자박거리며 거실을 돌아다니는 손자에게 역시나...아낌없이 시간을 퍼 주고 싶은 마음만 잔뜩 커지면서 떠올린 운수사입니다.
‘가볼까?’ ‘그러지 뭐’
큰 기대 없이 들어 선 곳에서 기막힌 명품 계곡을 발견한 기쁜 우리 오늘입니다.
31번 종점인 화명동 주공아파트에서 하차합니다. 백양터널 바로 위입니다.
더위가 한 풀 꺾인 9월의 조금 이른 아침,
제법 큰 규모의 아파트촌이 인접해 있음에도 운수사를 향해 가는 길은 고요했습니다.
어느 길로....? 알고보니 두 길 다 운수사로 향하는 길이었지만 우리가 선택한 길이 하필 차도였네요. 뜸하긴 하여도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이 역겹습니다. 그 속에서도 이렇게 고운 야생화들이....
부분적으로는 삼광사의 느낌에 가까운 운수사입니다.
천년 도량이라고는 하나 고찰의 정겨움보다 인위적인 견고함이 더 강하게 다가왔고 주변은 또 증축 중인지 포크레인을 동원한 공사가 한창이더군요.
자주 얘기 하는 것이지만,
왜 종교인들은 그토록 집회소 외관에 집착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토굴 같으면 어떻고 너와지붕에 흙바닥이면 또 어떻습니까. 신은 크고 멋진 건물에만 현신現身한답니까?
전도니 포교니 돈주머니 찬 신도 머리 수에만 관심 두지 말고 좁으면 좁은대로, 허름하면 또 그대로, 의지할 곳 없어 찾아드는 고단한 민초들의 영혼을 보듬어 주는, 그저 소박한 안식처로 있어주면 안 되는 걸까요?
교회 지하 수 층의 주차장에, 잘 닦여진 사찰길이 아니더라도 눈물 한 자루 가슴에 담고 사는 민초들은 그 눈물이 승화되는 기적을 소원하며 가시밭길도 마다 않고 달려 갈 겁니다.
교회든 사찰이든 쓸데없는 탐욕이 외려 인간을 밀어내는 것 같습니다.
기적은 신이 아니라 자신의 지극한 정성이 만들어 내는 것인데......
하~
가슴이 뻥!!
기도 하쟀더니....
이제 숲길로 내려 갈 겁니다.
내려 가는 길입니다. 그제사 오르는 등산객들이 가끔씩 눈에 듭니다.
물이 흐르는 소리....
새소리....
간간이 이는 바람에 샥샥 몸을 비벼대는 나뭇잎....
귀를 가득 채우는 갖가지 곤충들의 베이스....
그리고 물 만난 손자의 기쁨에 겨운 탄성이 그들의 합주에 카덴짜를 그려 넣습니다.
2014.09.27 동생네와 재차 오름.
지난 번엔 왼쪽 길로 내려 왔고, 이번엔 오른쪽 길로....
'시간을 따라서.... > 긴 여정, 창 밖의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주는 바야흐로 축제 중 (0) | 2014.10.10 |
---|---|
오랫만의 청도는.... (0) | 2014.10.04 |
낙동강 대저 생태공원에서 (0) | 2014.09.12 |
완도의 아름다운 섬 금당도로 갑니다. (0) | 2014.09.12 |
2014년 벌초길 (0) | 2014.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