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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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2020년, 은퇴 첫 해

백양산.....너무 좋은 길

헬로우 럭키 찬! 2020. 4. 1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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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져봐야 할 것이 있어 컴터 켜놓고 뭉그적거리다 1040분에서야 집을 나섰다.

오늘은 조금 멀리, 선암사에서 시작되는 임도를 생각에 넣고 무작정 도보 시도!

승용차로 백양터널까지 길어야 10분이지만 내 보폭으로 무려 50분이더라.

이미 하루치 운동량은 다 채운 것 같다.

 

백양터널 입구에서 선암사 방향으로 꺾기 전, 반대편 산길에도 몇 사람이 들어서는 게 보였다.

그 전부터 터널 왕래할 때마다 눈여겨 보았던 그 길.

오~~~~초입부터 얼핏 범상찮은 풍경에 생각이 술렁거렸다.

가 보지 않았던 길일단 한 번 밟아 나 보자.

선암사쪽을 포기하고 선택한그러나  이 길도 선암사에 닿아 있었다

사통팔달.




언젠가의 봄날, 엄광산에서 마주한 바르비종파의 풍경화 한 폭을 여기서도 만났다.

살짝 감겨드는 갑갑함이 오히려 아늑하고 정겨운 시골집 뒷산 같다.


건너편 뜨란채 아파트를 향해 찰칵.

어제 내린 비가 섞여든 계곡의 물소리는 제법 싱그러웠다.

가슴이 콩닥거린다.

걸음마다 펼쳐질 낯선 풍경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가 봉가.



의외로 손을 타지 않은 곳이다.

주거지 가까운 초입에 소규모 체육공원 닦아 놓은 것을 제외하면.



이 길의 끝에서 그닥 가파르지 않은 산길을 조금 더 오르면 곧장 환하게 트인 넓은 임도가 나온다.

와, 탱크 2대가 나란히 지나다닐 수도 있겠다.ㅎ

이렇게 잘 닦인 임도가 우리나라에 또 있을라나. 세상 편한 길이었다.


초가집 울타리 역할은 이제 그만!

산속에서 터 잡은 탱자나무.

브레이브 하트에서 FREEDOM을 외치는 멜 깁슨이 생각나네.

자유를 머금은 탱자꽃이 유난히 탐스러워 보여서.^^;; 




소원을 이루어주는 돌탑.^^

만물에 깃든 신령스런 기운 두손에 모아 사랑이들의 행복을 기원해 보기도 하고....



길이 참 예뻐서......




백양산 정상 애진봉으로 오르는 길 중의 하나.

장승 표지판 뒤쪽으로 위풍도 당당한 편백나무 군락지가 보인다.




입구에서 조금 멀게 오르면 누군가가 일궈 놓은 정원 같은 밭도 있고,

정성스런 손길이 느껴지는 어설픈 조형물들도 곳곳에 한 자리하고 있었다.


용암정

아마도 백양산을 관장하는 신을 모신 곳....아닌가?^^;;

그렇더라도, 나는 토템에서 비롯된 자연신에 친근한 편이다.

토테미즘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에서 비롯된 원시종교이나 

오히려 이러한 순수 외경심이 인간을 더 겸손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인적 드문 산속, 봄날의 햇살만 벤치에서 뒹굴거리고 있다.  



백양산 임도.

평일이라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고.




웬만한 학교 운동장만큼 넓은 장소에서 잠시 서 봤다.

차든, 사람이든 비상시 집결지일까.


'도리야 꽃인양 마라

님의 뜻을 알궤라.'


송순의 시조 한 대목이 생각나네.ㅎㅎㅎㅎ



이 길 끝에는 또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어느 고관대작의 묘 쯤.....

잘 다듬어진 커다란 분묘, '학익진' 형상의 편백나무와 뒤틀린 두 개의 나무가 인상적이어서...


갈림길에서 왼쪽 윗길은 애 먹으며^^ 올라가는 애진봉, 직진하면 선암사이다. 


전혀 힘들지 않은, 그러면서 너무 예쁜 코스라고 크게 외쳐 줄 수도 있다.^^

완만하게 10여분 오르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런 길이라,

오늘 처음 운동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이과수 폭포급 용기를 아낌없이 쏴 주는 곳, 백양산 임도.  


나의 경우,

백양산 입구까지 도보 이동 거리 50분, 설렁설렁 편하게 선암사까지 1시간 30(중간중간 경치 감상했던 시간 포함),

도합 2시간 여.

등산이라며 내세우기도 민망스런, 그냥 '걷기'였다.ㅎㅎ



다 왔다.

저~기 선암사 휴휴정이 보인다.

쉽든 말든 성취감은 제대로라는 거.

뭐, 이게 중요한 거지.^^


고요오~~~~~~~~~~~


선암사 경내도 고요오~~~~~



길은 길에 연하여 끝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