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단상 또는 일상

군위 카톨릭묘원, 그곳에.......

헬로우 럭키 찬! 2018. 9. 3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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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도서샘 보소서.’........  

고향 대구로 이동한 그녀에게서 주변 정리도 모자랐을 불과 며칠 만에 애틋하기 그지없는 편지가 날아들었습니다.

구구절절, 두고 온 첫 발령지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시나브로 베어 든 이곳에서의 일상이 눈에 밟혀 못내 가슴 아팠던 게지요.

 

그게 ....... 벌써 30년 전입니다.


군위카톨릭묘원: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 한참을 들어갔어요. 

어미의 발이 되어 준 딸아이 덕분에 편히 다녀왔답니다.^^


사람 좋고 감성 터지던 그녀는......대구의 명문 K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친구와 함께 연고도 없는 부산의, 쓸데없이 역사만 기다란 한 남자중학교로 발령 받았습니다.

   

그리고 4년의 재임 기간 동안 과하다 싶을 만큼 커다란 사랑으로 아이들을 거두었고,

아마도 타고난 그녀의 성실함과 함께 꽤 오랫동안 몇 몇 일화가 회자될 정도로 고운 사람이었어요.

 

임기를 채우고 떠나던 날,

너무 짧은 4이어서 아쉬움뿐이라며 코끝이 빨개지도록 눈물 펑펑 쏟아 내던 그녀.......


   


드문드문 소식 전하다 잠시 잊고 지내던 올 초,

불혹을 훌쩍 넘긴 당시의 아이들로부터 그녀의 부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

한 순간 목이 꽉 조여 오더군요.

그녀의 죽음은 생각보다 더 큰 파장으로 일상을 치고 들어왔습니다.

 

어떤 의미로든 인생에 있어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었던 한 시절, 그리고 그 기억 속의 사진 같은 사람.....

이제 더 이상 완전체일 수 없는 짧고 깊은 추억은 빠르게 빛을 잃어 가겠지요.

그녀가 남기고 간 삶의 쓸쓸함과 함께요.




생전에 카톨릭교도였던 그녀가 안식하고 있는 곳, 군위 카톨릭묘원입니다.

 

투병생활 중에도 소식 전하지 않더니.....

숨결 놓기 며칠 전, 생의 끝을 예감했던 그녀가 오래 연 이어온 첫 제자 몇과 함께 이승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는.....가슴 아픈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평화로운 곳에서 안식하시기를.....





모든 것이 그저 즐거운 아이....고맙다, 이쁜이들 이 먼 곳까지....


가슴 아프게도 이 생에서는 죽음조차 빈부로 나눠집니다.

누구는 작은 상자를, 어'떤 이는 시야가 트인 좀 더 넓은 땅을 소유하지요.

하지만 영혼 만큼은 천의 바람으로 자유롭게 존재한다는 것을 의심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언젠가......  





샘,

삶이 너무 일찍 끝났다고 애달파하지 말아요.

고통의 시간을 조금 더 줄여준 신의 배려라 생각하면 떠나기가 훨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에요.



덩달아 숙연한 내사랑들. 언제나 고맙고 사랑해.




내려오는 길 이미 짙어진 가을을 담았습니다.




녀석을 위해 미리 골라 둔 다음 행선지는 화본마을입니다.

때가 된지라, 이동하기 전에 이쁜이들의 배를 채워 줘야 해서....

여기는 군위의 맛집으로 추천 올라 온 '후루룩 냠냠 칼국수'입니다.

일단 무쟈게 헐값이었고요, 맛도 제법 괜츈,


11,000원으로 3종 주문 후 아주 초큼 남겼어요.

아마도 직접 재배하신 것은 아닐까 싶었던(시골인데다 주변에 밭이 많던데요) 풋고추 맛이 일품이었네요.



화본마을을 향하는 길에서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라는 팻말을 발견한 곳입니다.

풍성한 가을 풍경에 잠시 내려섰다가 봤죠.



화본역으로 이어질 것 같은 기찻길입니다.

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살풋 궁금했던..... 


멀지 않은 어느 날 나의 시간이 멈추는 그때, 먼저 떠난 사랑하는 이들이 반갑게 마중 나와 주기를......

어머니, 아버지와

5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가슴에 눈물강으로 흐르는 내 동생 미희와......

첨부이미지


가사도 멜로디도 가슴 저미는,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그 노래가 생각났어요.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구전되어 오는 영시랍니다.

애통해 하는 산자를 위해 망자가 전해주는 위로의 말, 천의 바람 되어(A Thousand Winds)....

우리나라에서는 세월호 추모곡 내 영혼 바람 되어로 알려졌어요.

절절한 내용이지만, 한편 마음을 어루만지는 봄날의 따사로운 바람 같은 노래입니다.

 

그 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 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그 곳에서 슬퍼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

찬란히 빛나는 눈빛 되어

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

하늘한 가을비 되어

 

그대 아침 고요히 깨나면

새가 되어 날아올라

밤이 되면 저 하늘 별빛 되어

부드럽게 빛난다오.

 

그 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

찬란히 빛나는 눈빛 되어

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

하늘한 가을비 되어

 

그대 아침 고요히 깨나면

새가 되어 날아올라

밤이 되면 저 하늘 별빛 되어

부드럽게 빛난다오.

 

그 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 거기 없소.

이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