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도서샘 보소서.’........
고향 대구로 이동한 그녀에게서 주변 정리도 모자랐을 불과 며칠 만에 애틋하기 그지없는 편지가 날아들었습니다.
구구절절, 두고 온 첫 발령지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시나브로 베어 든 이곳에서의 일상이 눈에 밟혀 못내 가슴 아팠던 게지요.
그게 ....... 벌써 30년 전입니다.
군위카톨릭묘원: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 한참을 들어갔어요.
어미의 발이 되어 준 딸아이 덕분에 편히 다녀왔답니다.^^
사람 좋고 감성 터지던 그녀는......대구의 명문 K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친구와 함께 연고도 없는 부산의, 쓸데없이 역사만 기다란 한 남자중학교로 발령 받았습니다.
그리고 4년의 재임 기간 동안 과하다 싶을 만큼 커다란 사랑으로 아이들을 거두었고,
아마도 타고난 그녀의 성실함과 함께 꽤 오랫동안 몇 몇 일화가 회자될 정도로 고운 사람이었어요.
임기를 채우고 떠나던 날,
‘너무 짧은 4년’이어서 아쉬움뿐이라며 코끝이 빨개지도록 눈물 펑펑 쏟아 내던 그녀.......
드문드문 소식 전하다 잠시 잊고 지내던 올 초,
불혹을 훌쩍 넘긴 당시의 아이들로부터 그녀의 부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아.....!!!
한 순간 목이 꽉 조여 오더군요.
그녀의 죽음은 생각보다 더 큰 파장으로 일상을 치고 들어왔습니다.
어떤 의미로든 인생에 있어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었던 한 시절, 그리고 그 기억 속의 사진 같은 사람.....
이제 더 이상 완전체일 수 없는 짧고 깊은 추억은 빠르게 빛을 잃어 가겠지요.
그녀가 남기고 간 삶의 쓸쓸함과 함께요.
생전에 카톨릭교도였던 그녀가 안식하고 있는 곳, 군위 카톨릭묘원입니다.
투병생활 중에도 소식 전하지 않더니.....
숨결 놓기 며칠 전, 생의 끝을 예감했던 그녀가 오래 연 이어온 첫 제자 몇과 함께 이승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는.....가슴 아픈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평화로운 곳에서 안식하시기를.....
모든 것이 그저 즐거운 아이....고맙다, 이쁜이들 이 먼 곳까지....
가슴 아프게도 이 생에서는 죽음조차 빈부로 나눠집니다.
누구는 작은 상자를, 어'떤 이는 시야가 트인 좀 더 넓은 땅을 소유하지요.
하지만 영혼 만큼은 천의 바람으로 자유롭게 존재한다는 것을 의심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언젠가......
샘,
삶이 너무 일찍 끝났다고 애달파하지 말아요.
고통의 시간을 조금 더 줄여준 신의 배려라 생각하면 떠나기가 훨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에요.
덩달아 숙연한 내사랑들. 언제나 고맙고 사랑해.
내려오는 길 이미 짙어진 가을을 담았습니다.
녀석을 위해 미리 골라 둔 다음 행선지는 화본마을입니다.
때가 된지라, 이동하기 전에 이쁜이들의 배를 채워 줘야 해서....
여기는 군위의 맛집으로 추천 올라 온 '후루룩 냠냠 칼국수'입니다.
일단 무쟈게 헐값이었고요, 맛도 제법 괜츈,
11,000원으로 3종 주문 후 아주 초큼 남겼어요.
아마도 직접 재배하신 것은 아닐까 싶었던(시골인데다 주변에 밭이 많던데요) 풋고추 맛이 일품이었네요.
화본마을을 향하는 길에서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라는 팻말을 발견한 곳입니다.
풍성한 가을 풍경에 잠시 내려섰다가 봤죠.
화본역으로 이어질 것 같은 기찻길입니다.
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살풋 궁금했던.....
멀지 않은 어느 날 나의 시간이 멈추는 그때, 먼저 떠난 사랑하는 이들이 반갑게 마중 나와 주기를......
어머니, 아버지와
5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가슴에 눈물강으로 흐르는 내 동생 미희와......
가사도 멜로디도 가슴 저미는,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그 노래가 생각났어요.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구전되어 오는 영시랍니다.
애통해 하는 산자를 위해 망자가 전해주는 위로의 말, 천의 바람 되어(A Thousand Winds)....
우리나라에서는 세월호 추모곡 ‘내 영혼 바람 되어’로 알려졌어요.
절절한 내용이지만, 한편 마음을 어루만지는 봄날의 따사로운 바람 같은 노래입니다.
그 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 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그 곳에서 슬퍼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
찬란히 빛나는 눈빛 되어
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
하늘한 가을비 되어
그대 아침 고요히 깨나면
새가 되어 날아올라
밤이 되면 저 하늘 별빛 되어
부드럽게 빛난다오.
그 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
찬란히 빛나는 눈빛 되어
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
하늘한 가을비 되어
그대 아침 고요히 깨나면
새가 되어 날아올라
밤이 되면 저 하늘 별빛 되어
부드럽게 빛난다오.
그 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 거기 없소.
이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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