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그만두고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던 친구가
서울대, 이화여대로 진학한 아이들과 남편을 따라 모든 것을 접고 서울로 옮겨 간 지는 1년 하고도 4개월 쯤.
웬만해선 아픈 소리 잘 하지 않는 그녀에게서 도움을 요청하는 메일이 날아들었다.
몇 달의 치료에도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한 마음병으로,
예민한 그녀가 전에도 종종 마음을 얼굴로 보여주곤 했던 것을 알고 있었던 터.
내심 걱정도 되고....해서 급하게 평일 연가로 티켓팅을 서둘렀다.
아무 것도 해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잠시 곁에는 있어줘야겠구나 싶어서.
오래 전 1년 정도 서울살이를 해 봤지만 여전히 그 곳은 내게 호흡곤란증 같은 신병만 잔뜩 안겨 주는 곳이다.
가벼운 공황장애 증상을 보이는 나의 조급증으로 그나마 조용한 곳을 찾다가 생각해 낸 곳이
오르세미술관전-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이 열리고 있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마침 그녀도 한 번 보고싶던 참이었단다.
요 사진은 인터넷 서핑 중 한 장 건져 온 거
탁월한 선택!!!
아,
디카를 준비하지 못 했다.
물론 여유 부릴 계제가 없었던 탓이다.
덕분에 인증샷 한 컷 없어 초큼 섭.
오르세미술관의 대표작을 전설, 현대적인 삶, 자연, 고독한 인간...
4가지 주제로 보여 준 이번 전시회에는 생소한 화가들이 많았지만 알려진 화가의 작품 중 첫 대면한 것들도 있었다. 밀레의 “봄” 같은..
화가의 이름을 확인하면서 살큼 놀랐다. (사실 바르비종파 화풍으로 보자면 크게 벗어난 것도 아니었는데....)
따끈따끈 현실적인 몇 개의 작품만 기억하는 나로서는 몽환적 색체가 주는 나른한 느낌으로부터 다른 작가를 떠 올리고 있었던 터였다.
혹자는 소나기 지나간 뒤의 생동감이라고 표현했지만,
내게는 생동감이라기보다 오히려 정체되어 있는 자연의 어느 한 순간을 잡아 놓은 것 같다는......또 이런다.^^;;
봄
암튼,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행보의 목적이 그녀보다 오히려 나의 치유라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금요일이라 내려가는 기차표가 몽땅 매진되는 바람에 그나마 남아있던 3시 30분 기차로 티켓팅하면서 본 그녀는 내가 돌아 서기만 하면 막 눈물을 쏟아낼 기세였는데...
짧은 몇 시간 동안 그녀의 마음을 다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한 일이었지만 앞으로 한참 동안은 저렇게 아프겠구나.....
하여 돌아서는 걸음이 내내 불편하기만 했다.
어차피 결국엔 혼자 견뎌야 할 시간들이라..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고,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있는 느낌을 갖고 걸어야 할텐데.
우리는 지금 삶을 인식하며 오늘을 사용하고 있긴 한 건가.....
내려오는 길엔 이런 저런 생각으로 차창 밖 풍경을 그저 빈 눈으로 좆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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