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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따라서..../단상 또는 일상

외로움을 읽다.

헬로우 럭키 찬! 2011. 12. 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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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건물을 통째 먹어치울 것처럼 와글대는 바람과 엎치락 뒤치락 씨름하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두어 시간 깜빡 잠으로 떼우고 출근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식염수 몇 방울로 진정시키고자 했던 눈은 계속 따꼼따꼼.

문득, 간밤에 머리 속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던 놈이 생각나서

컴터를 켜자마자 단어를 두드려 넣어 봤는데....

...‘외로움’에 관한 한, 시가 압도적으로 많은 자리를 차지했더라고.

'외로움은,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드는 처연한 감정의 산물'이라는 내게 또 다른 의미의 가르침을 주네.

 

암튼 凡人들의 공통적인 표현을 빌자면,

‘혼자가 아님’으로 해서 생겨나는 어수선한 감정이며

생각보다 울적한 의미의 단어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상이 누구든지 간에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것이 사람이라는 말은 옳다.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가장 풍요롭게 한다.

외로움이란  혼자라고 느껴질 때  사람을 부르는 무의식의 자아 쯤....

 

마음 공부 하시는 분들은  '혼자’라고 느끼는 외로움의 감정을 좋은 것이라고 다독여 주신다.

홀로 순수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더 없는 삶의 축복이며

호올로 있을 때 비로소 참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신다.

 

음,,,

외로움은 혼자되어서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얽혀 살 수밖에 없는 사회적 존재로서

누구나 품고 살아가다 어느 한 순간 조용히 마주 하게 되는...사람을 부르는 마음.

 

..내 멋대로 주물러 담아두었던 단어에 대해 아이러니를 통감한 날.

**********펌 시 몇 편

- 외롭다는 것/李相潤

 

외롭다는 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직도 그리움의 뿌리가 붉게

젖어 있다는 것이다

사람아 어느 날 까닭도 없이 문득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거나

저물어 가는 강가에서 바라보는

한 점 풍경이

철학이나 사색이 아니고 눈물이거든

그것이 외로움인 줄을 알라

우리는 날마다 가을 동화처럼 거울 속에서

예뻐지고 꽃이 되지만

오늘 세월이 친구처럼 그대를 붙잡으면

외로움이 내 곁에 서 있음을 알라

그대가 흔들리는 외로움임을 알라

눈물 나는 사람 앞에 서면

뿌리가 붉은 꽃처럼 모두가 외롭다

********************

- 외롭다는 것은 / 전 온

 

기다림으로

혈육으로, 친구로, 연인으로, 이웃으로 남아도

늘 사람은 혼자입니다

슬픔이 기쁨을 위해 있는 것처럼

불행이 행복을 더하기위해 있는 것처럼

혼자 있어 이웃을 알게 되는 것처럼,

혼자라는 것은

갈망(渴望)함으로 이루는 고백입니다

군중속의 고독이라는

교과서 같은 진리를 벗어나

외돌토리 단신으로 분초(分秒)를 헤아려

뼈를 깎는 고통의 외마디 비명

외로움,

함께 있어도 해갈(解渴)되지 않는 목마름

가슴 비릿한 갈증(渴症)이

벌컥거리며 외로움을 불러들이고

외롭다는 것은

결코, 혼자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

외롭다는 것은 / 명상의 방에서

-상략-

홀로 존재한다는 것은,

그래서 평안을 찾는다는 것은 단순한 고립이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외부에서 의지할 것을 찾아 헤매는

우리의 의존적인 마음에 독립적인 자각을 심어주는 것이며,

끊임없이 외부 세계에서 영향을 받던

삶에 마음의 중심을 세움으로써

휘둘리지 않는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숲 속에서 외롭게 홀로 산다는 것은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소중한 인연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수없이

내 바깥에만 관심을 가지고 살았고,

다른 사람에만 눈을 돌리며 살아왔지,

한 번도 나 자신과 침묵으로 마주하거나,

나 자신과 함께 길을 거닐은 적이 없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오는 우등과 열등에 가슴 졸이며 살아왔다.

그러나 홀로 있을 때 잘난 것도 없고, 못난 것도 없으며,

분별할 것 없이 그대로 평화를 찾는다.

 

홀로 있을 때 비로소 맑은 영혼의 참된 나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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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오는 날 혼자만의 시간 / 법상스님

 

 

어제는 눈이 오는 소리를 밤늦도록 듣다가 잠이 들었다.

새벽 예불을 드리고 두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채,

눈 덮인 도량, 작은 다실에 앉아 차를 마신다.

 

차 한잔 마시고 숲길을 따라 눈을 쓸며,

이 아늑한 산 숲의 고요를 한껏 누리는 시간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지!

침묵의 겨울 숲에 눈이 내리면

그마저도 고요하던 겨울 숲은 한층 더 외로워지고

한층 더 깊은 침묵으로 잠긴다.

 

외롭다는 건 좋은 것이다.

홀로 순수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더 없는 삶의 축복이다.

 

외로울 때 좀 더 존재 근원의 고요 속으로 다가설 수 있으며,

그 동안 바깥으로만 향하던 시선을 안으로 돌림으로써

비로소 나의 참 모습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고

자꾸 누군가를, 또 무언가를 찾아 바깥을 기웃거리지만

정작 우리의 시선은 내면을 향해 외로운 눈길을 주어야 한다.

외로이 홀로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명상의 시작이고, 수행자의 오랜 길이다.

 

함께 살더라도 우린 누구나 이따금씩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랬을 때 내가 알지 못하던 나의 본래 모습이

하나 둘 삶 속에서 꽃송이처럼 피어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