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의 거장 피카소와 프랑스 유명 첼리스트 모리스 장 드롱에 얽힌 일화 하나.....
어느 날 모리스가 피카소를 찾아가 그림 한 점을 부탁했다 그럽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첼로를 당신의 그림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피카소는 흔쾌히 승낙을 했고요.
어!? 근데 날이 가고 달이 가고.....도무지 그려 줄 생각을 않더라지 뭐 옵니까. 내심 섭섭했지만 어쨌든 그 만남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깊은 우정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고 모리스는 그만 그림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답니다.
그리고....10년쯤 지난 어느 날,
피카소가 그림 한 장을 모리스 앞에 불쑥 꺼내 놓습니다.
아!!
세상에..... 그림을 받아 든 모리스는 그만 할 말을 잊고 말았다지요.
거기엔 더도 덜도 아닌, 그야말로 모리스가 가슴에 그리고 있었던 첼로 하나가 떠억하니 위풍도 당당하게 천둥의 굉음으로 그의 눈 앞에 나타납니다.
모리스가 잊고 지냈던 그 십여 년 동안 피카소는 스스로의 마음에 드는 첼로를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에 연습을 거듭 하였고 그 결과 완벽한 모습으로 모리스를 무한 감동케 하였습니다.
예술은 무수한 인고의 세월을 거쳐오면서 마침내 그 예술가의 분신으로 태어난다던가요...
"인생은 미완성~ 그리다 마는 그림 ~~~^^;;
그런 거 같습니다....우리....누구나 똑 같이 백지 한 장 가슴에 품고 태어나는.
하지만 그 백지에 원하는 삶의 그림을 완벽하게 채우고 떠나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요?
인생엔 연습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기엔 너무 짧다고도 하죠.
하지만 전 조금 다른 견해를 갖고 싶습니다.
'인내' 또는'극기'의 대명사로 인구(人口)에 회자되고 있는 '칠전팔기'.
저는 그 사자성어에서, 실패를 성공으로 만들기 위한 '일어나는 연습'의 의미를 건지고 있는 겁니다.
망친 그림으로 후회하며 눈 감느니,
조금은 느리게 세월을 채색하며
후회하지 않을 작고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그림을 남기고 싶은 소망...
누구나 삶의 막간에서 한 번 쯤은 가져 보는 생각 아니던가요?
아직도 문턱을 다 넘지 못한 가을이어요.
허나....마음을 기울이면
도시 한 복판에서도 요란스런 풀벌레 장난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기억의 시작점인 저 깊은 곳에 숫하게 지내온 가을의 소리가, 그 추억이 꾸욱꾹 눌러 담아져 있잖습니까.^^
추레한 입성에 땟국물 하앙거 묻히고, 뒷산으로 승당 앞바다로 내달리며 밑도 끝도 없이 마냥 즐겁기만 했던 우리들의 유년...
모든 곳이 놀이터였고 오염되지 않은 먹거리 제공터였던 어린 우리가 살던 곳....
그 옛날 그 곳의 풀벌레 소리, 아름다운 숲, 바다.....
눈 감는 그 날까지 우리와 함께 할 것 같습니다.
공유하지 못하는 과거는 기억일 뿐 추억이라 이름 할 수 없음에,
보탬하여 그대들이 더욱 살갑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조금은 분위기에 동조해 줄 중저음의 현악기 소리가 그리워지네요.
귀에 익은 슈벨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보다는 멜로디가 선명한 바흐류의 무반주 첼로음으로........
모리스의 연주가 아니라도 상관없겠지요.^^
한나절 빛으로 속 까지 따뜻해진 늪 같은, 그 첼로의 깊은 저음 속으로 빠져들고 싶은 날입니다.
피카소 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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