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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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따라서..../2021년, happy ever after

도회적인 뷰, 장산은 돌산

헬로우 럭키 찬! 2021. 10. 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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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일)

찾던 도서가 알라딘 센텀점에만 있다니까.

어제 집콕 하면서 약밥 만들고, 냉장고랑 집 구석구석 닦아내고, 초록이들까지 돌보느라 볕 좋은 가을 하루를 밀쳐 뒀으니 오늘은.....

굳이 장산을 선택했다. 

반여시장 쪽에서 오르는 길, 격조했던 사돈댁 얼굴도 잠시 뵈온 뒤 센텀 알라딘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오래 운영하시던 식당도 접으시고 요즘은 어떻게 소일하시나 궁금하기도 했고.

 

올 초 무릎 관절 수술에 이어 최근엔 손목터널증후군으로 고생하신다더니 또 수술을.....너무 나서면 사돈댁 부담 느끼지는 않으실까 하여 애써 무심한 척했으나 아무래도 도리가 아닌 것 같아 내친 김에 문을 두드린 거다.

 

사실, 지난번 손바닥 껍질이 홀랑 벗겨질 정도로 맨손 투혼^^하며 말린 은행알을 한 줌 챙겨 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인적 드문 청정 거창의 알 굵은 은행이 얼마나 탐스러웠던지.^^

 

반여초등학교

반여2·3동의 젊은 층이 유출되면서 학생 수가 감소 됨에 따라 지난 2020년 3월 위봉초등학교와 통합되었다. 이후 사업비 13억 원이 책정되어 조만간 환경체험교육관(에코 스쿨)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심사숙고 끝에 내려진 체험관이겠으나 전국에 널린 리노베이션 건축물이 성공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는 그닥 흔치 않다는 게 문제다.

대게 차후의 관리는 부실하다는 거지.

부디 운영비만 먹어치우는 블랙홀이 되기 않기를.....

반여산림생태공원 시작점. 반여동에서 오르는 장산 입구다.
오랜만에 발갛게 잘 익은 망개를 발견했다. 전국 산의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망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최근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초행길은 대체로 휴일을 고집하는 편이다.

웬만한 산은 사통팔달, 길이 너무 많아 자칫 잘못 들어서더라도 어렵지 않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오늘은 고교교사로 재직 중이시라는 이분들이다.

최종 목적지는 달랐지만 동종 업계^^에 관한 대화가 통해 센텀시티로 갈라지는 길이 나올 동안 주욱 흥미로웠넴.

졸지에 내가 깍듯이 ‘누님’ 대접받았던 오늘의 별난 산행.^^

얼마나 밟혔던지 땅과 일체가 되어버린 낙엽

 

조금씩 잎을 떨어내고 있는 구절초

 

하산

곁 해 주신 두 분과 헤어져 그동안 옥천사로 알고 있었던 성불사 쪽으로 내려오는 길.

(옥천사는 소방도로에 내려서 반대편인 오른쪽이다.)

역시 장산은 돌산, 성불사로 향하는 소방도로까지 예쁜 돌계단이 길게 놓여 있었다.

잠시 쉬었던 곳
멀리 성불사 거대불상과 그 옆에 사찰 지붕이 살짝 보인다.
성불사. 입구에서 일별하고 돌아섰다. 개인적으로 현대 종교는 의식을 가진 대중의 위로가 되기엔 턱없이 모자란다는 생각이 크다. 정신 간수 잘하는 사람이 스스로 가야 할 길도 쉽게 찾는다.

 

눈물났던 오늘의 하이라이트

초등학교 때 이 동네에 사는 친구들이 있어 종종 놀러 다니던 곳이다.

숲 깊고 물 맑은 계곡 마을을 흐뭇하게 떠올리며 내려서다 일점 흔적도 없이 사라진 당시의 풍경에 오싹 소름이 끼쳤던 순간.

감소하는 인구, 끝없이 땅을 파먹으며 자연을 침범하고 있는 마천루....참으로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그래도 학은 살아 남았네.^^

 

 

무사히 센텀시티 안착, 콩닥콩닥 알라딘^^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꽃밭이 내 집이었지.

 

내가 강아지처럼 가앙가앙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마당이 내 집이었지.

 

내가 송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어다녔을 때

푸른 들판이 내 집이었지.

 

내가 잠자리처럼 은빛 날개를 가졌을 때

파란 하늘이 내 집이었지

 

내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내 집은 많았지.

나를 키워 준 집은 차암 많았지.

 

이준관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