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은 조심스러운 관계라는 게 한국 전통사회의 통념이다.
그만큼 깍듯한 예를 갖추어야 할 어렵고 불편한 사이라는 거겠다.
뭐,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론일 뿐, 올케네 가족과는 그 통념적 관계가 주는 부담이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거의 우리 별장인^^ 한산펜션 독채
갑자기 쓰러진 울 엄니 병 수발을 자처하며 어린 나이에 우리 집으로 들어온 올케에게는 위로 오빠 외에도 여동생이 둘이나 있다.
지금도 변함없이 순둥순둥한 동생들은 당시 시모 곁을 지켜야 하는 언니의 help 요청이 뜰 때마다 먼 온천장에서 해운대까지 광속으로 달려오기도 했는데,
그 중 막내는 직장을 다니는 나 대신 딸아이 유치원 행사 학부모 대역^^;;을 맡아 주는 거였다.
둘 다 캠퍼스에서 헤엄치며 한창 즐겨야 할 예쁜 나이에 사돈 딸내미 학부모 역할이라니!
그 외에도 집안 대소사에 언니 곁에서 노역을 맡아 준 동생들이나 사돈어머니, 오빠 역시 ‘사돈’이라는 격에 매이지 않고 걸쭉한 관계들을 유지해 오던 터였다.
그러다 보니 특히 막내사돈은 나이 오십 줄에 들어서도 내겐 여전히 그때의 아이 같기만 하다.
하긴 그 작은 모타리에 세월이 비집고 들어 올 틈도 없긴 해서.....^^;;
그런 막내 부부가 처음으로 우리의 나들이에 조심조심 동참 의사를 타진해 왔다.
둘 다 집콕 성향이 짙어 지금까지 문밖출입을 최대한 고사해 오다 최근에야 지구별에 대한 궁금증이 발동한 듯 동생네 부부의 가벼운 나들이에 가끔씩 끼어들기도 한다나.
그리하여 화려한 5월, 4일간의 긴 연휴에 나, 동생네 부부, 딸네, 막내 부부, 이렇게 처음으로 네 가족이 출동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색이 입혀진 특별한 여행이 되었다는 거.
그 첫날의 행보
딸네는 시댁 들러 오느라 오후 늦게 배에 오를 거고,
9시 배로 먼저 도착한 우리 중 올케와 막내는 쑥과 머구 채취 차 낚시팀에서 떨어져 나갔고,
올케에겐 제부가 되는 귀염 이서방(우린 조선의 전통문화가 '하사'해 준 호칭보다, 직계 가족에게 그러하듯 이름이나 편한 2인칭을 사용하는 편이다. 남들은 상놈이나 하는 행태라 입질 할라나. ㅎㅎㅎ)나, 동생은 ......
너무 적나라해서 적당히 인물 처리함.ㅎㅎ
셋이서 라보떼(라면 보통으로 떼움)
흠머,
라면 끓여 먹였더니, 불끈 힘 솟은 귀염 이서방 대물 물고 왔다는 거허!!!!!
무려 40cm급 게르치
오늘의 조황
식사 준비 하는 동안 고요히~~~~^^;;
이번 주에 끼어있는 사위 생일까지 당겨왔다.
축하해 주는 사람이 많아서 올해는 하는 일이 수~울술 풀리려나.^^
백숙과 오늘 잡은 생선 뜯어 뜯어서^^;; 회 한 움큼 만들어 내고
올케표 다양한 장아찌랑 아삭이 고추에 곁들인 쏘~주, 그리고 케키.^^
아, 딸네가 챙겨 온 헤네시.......너무 독해 마시다 입안이 다 헐어 버린.ㅋ
본채에 방을 하나 더 예약했다.
최애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전망 좋은 방'이다. 뭐, 거기선 역대급 찌질이로 나오긴 하지만서두.ㅎ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침대가 되는 구조.^^
전혀 필요치 않았던 주방.^^
둘째 날
추봉도에서 따개비랑 거북손 채취 후, 밀물에 밀려 되돌아 나오면서....
긴 연휴임에도 같이 들어 온 차가 적어 오붓할 줄 알았더니 해변에는 그새 텐트가 몇 채 자리하고 있었다. 언제 들어들 오신겨.
처음인 막내 부부를 위해 3번째 오르는 한산대첩기념비가 세워진 공원.
먼저 달려간 녀석의 신나는 춤사위 한 컷^^
지천에 흐드러진 등나무꽃이 장관이다.
들어서면 비밀의 정원을 발견할 것 같은 엔틱한 입구.
다녀온 손주가 화장실이라고 했다. ^^;;
의암방파제에서 본 용초도와 용초분교
‘세상 마지막 순간보다 슬픈 건 나로 인해 눈물지을 당신입니다.’
영화 국화꽃 향기에서처럼 위암으로 요절한 장진영이 생각나 찌르르 콧등으로 전류가 타고 흘렀다.
성시경이 불렀던 OST '희재' 도 슬프다.
요옥시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오랜만의 바비큐 타임.
준비할 것도 많고 한 사람의 적극적 희생^^이 필요한 작업이라 그동안 지양해 왔으나, 이번엔 딸아이의 요청에 더하여 신참^^ 환영 의지까지 담아 올케가 특별히 일방적 수고를 자처하고 나섰다.
육즙 촉촉한 고기를 구워 제공한 우리의 바비큐어^^;; 사위 역시 크나큰 공로자였다능.
집으로
어구항에서 막내 부부와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진 후 우린 산청 호국원을 들러 가기로 했다.
곧 어버이날이기도 하고.....
호국원 나선 뒤의 일정은 당연 거창시장, 수제비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는데,
흠머!!!!
1일과 17일은 쉬는 날, 어제가 거창장날이라 2일인 오늘 문 닫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뉘우스!
훼엥~~~~~~
진정 암 것도 없다.
겨우 국수집 하나 찾아 들어갔으나, 맛도 가격도 우리의 기대치를 넘어서지 못 했다는 거. ㅠㅠ;;
올케가 숲을 뚫고 들어가 건져 온 사진.
붓꽃이지?
허나 역시
참 수행은
길을 떠나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는 듯 싶다
길이 곧 깨달음의 스승이다.
다시
길 떠날 채비를 해야겠다.
- 김낙필 여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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