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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따라서..../2022년, hrer and now

하동, 예농인 이용우 개인전 '게으른 농부 섬진강에 안기다.'

헬로우 럭키 찬! 2022. 12. 1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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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토)

그저께 알라딘에서 담아 온 정재승의 ‘뇌 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에 눈 박고 있던 초저녁.

‘야!’하는 카톡 울림에 퍼뜩 현실로 복귀^^해서 확인했더니 웬만한 일이 아니면 거의 소식 전하지 않는 친구가 미술 전시회 참석 의사를 타진해 온 거였다.

퇴직 후 고향 하동에서 농사 지으며 작품 활동을 하는 대학 동기가 이번에 개인전을 열었다면서.

사전 정보를 캐다가 마침 ‘하동고 25기’ 카페에 올려진 전시회 홍보와 함께 몇 개의 작품을 볼 수 있었고, 12월 12일 자 프레스 뉴스 통신에서 ‘하동군, 부춘마을... 게으른 농부 화가로 불리는 ‘예농인’ 이용우 개인전 열려‘라는 제목의 기사도 발견되었다.

 

기사를 요약해 보면,

직장 생활 틈틈이 습작, 2016년 공직 퇴직 후 본격적으로 그림에 집중.

소재는 농업현장에서 만난 이웃들과의 만남과 농사일 등으로 2017년의 주제 Why로 시작된 욕심, 사랑, 소통, 관계, 올해는 ‘놀기’라고.^^

일단 생활밀착형 화풍이 꽤 진심인 듯 보여 현장 감상에 대한 호기심 발동, 곧바로 합류 의사를 전달했다.

부부 둘 다 공적 연금 생활자라 노후 대책으로부터는 누구보다 여유로울 터, 글타면 조금은 게으른^^;; 농부로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조건 역시 넉넉할 것 같아 부럽 부럽.^^

 

75세라는 늦은 나이에 자신이 살던 농장 주변의 역동적인 농촌 풍경과 평화로운 전원을 화폭에 담기 시작하여 이후 국민화가라는 칭호를 얻게된 모지스 할머니가 오버랩되면서 동시에 정감 어린 이 농부 작가의 화풍에도 흐뭇하게 동화되었던 시간.

자신의 넉넉함을 나눌 줄 아는 이 작가의 배포에도 감동했썽.^^

 

 

하동문화예술회관. 이 건물 지하에 전시실이 있고.
정면의 이용우 화가

 

참으로 솔직하고도 기발한 작품. 농부의 붓.^^ 모든 작품의 태동지인 농촌에서 그 근원이 되어 준 귀한 도구겠다.
제목: 1945, 유영국의 산이 얼핏 보였어. 흠.....아무래도 나는 사물의 디테일함보다 상징성이 부각되는 추상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주목했던 몇 작품 중의 하나. 제목은 섬.지.백 sunset. 하루를 마무리하는 해거름의 평화. 태초에 자연이 인간에게 약속한 밤의 안식으로 드는 길목 같다.
'평사리에서 큰시루봉까지'. 거스르지 않는 삶의 여유가 화폭 가득 담긴 듯.....요거 참 조흐다.^^
섬진강 봄꽃잔치...말이 필요 없더라지. 작가의 심상이 가감없이 느껴지는 풍경. 우린 보이는대로 느끼기만 하면 될 뿐.
어떻게 와서 어디로 가는가...가는 길의 끝이 궁극의 아름다움이라고 상상하는 것도 좋겠다. 색상에서 느껴지는 따스함만으로.

그 외 이웃들의 소통과 일상을 화폭에 담은 작품들이 많았다.

 

2017년 (어쩌면 은퇴 이후의 시작에 대한 막연함이었을?)Why가 첫 주제였다가,

어느 정도 선택한 길에 익숙해지면서 (의욕이 넘쳐?^^)욕심이 발동했던 시기를 거쳐,

비로소 삶과 사물에 대한 일체의 사랑을 습득했던 과정.....

열린 사랑으로 다가선 소통의 결과 관계의 소중함을 이해하게 되고,

올해는 그동안 부단히 노력해 온 자신에게 안식년 같은 ‘놀기’를 선사한 것은 아닐까..... 나 같으면 그랬을 거라고.^^;;

때때로 인구에 회자되는 작품들에서 편치않게 느껴졌던 산고의 고통보다, 이젤 앞에 앉아 일상을 즐기는 그이의 여유가 오롯이 담긴 작품들이 참 편안했다. 

 

건너편 전시실에서 덤으로 건진, 보는 눈은 없지만 뭔가 굉장해 보였던 젊은 서예가들의 작품들..... '대한민국 청년 서예가 50인 전'이다.

 

 

나는 바둑이.^^

아!! 낯선 곳에서 첫눈을 맞았다.

예술회관 바로 앞, 둔덕에 올라 까마귀 소리를 내며 남긴 섬진강 풍경.^^

 

마무리는 근처 섬진강이 아주 살짝만 보이는^^  Cafe In March에서.

매화겠지. 겨울은 이제부터 시작인데 벌써 틔운 꽃눈이 애처롭고도 깜찍하다.
겨울, 한 해의 마지막 달. 크리스마스야 나와는 상관없다고 해도 이맘때면 어딜 가나 송년과 신년의 상징이 된 트리.^^ 섭섭하고, 설레고, 기대되고, 두렵고......

 

부산을 향해 가는 길, 한여름에나 볼 수 있는 뭉게 구름을 버겁게 이고 앉은 먼 산.

이화백님, 더욱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행복한 작품 활동 기원합니다.

그리고 오늘, 생각지도 않았던 근사한 하루를 선물해 준 친구에게 감사, 또 감사한 마음을 남기며.....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 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 등도 달아준다

 

김용택 섬진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