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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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덤/영화, 프레임 속의 세상

읽다가, 덮었다가....한강 '채식주의자'

헬로우 럭키 찬! 2016. 5. 3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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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는 유명 작가들을 많이 배출했습니다.

소설가 조정래, 이청준, 최인훈, 한승원, 문순태, 임철우,.......

시인 고은, 김지하, 김영랑, 김용택, 문정희, 서정주, 박노해, 김남주, 김현승......

알려진 작가만 해도 다 꿸 수 없을 정도입니다.

어쩌면 드러나지 않은 천재 작가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지요.

 

이번에 소설가 한승원씨를 아버지로 둔 한강씨가 한국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맨부커상, 노벨문학상, 콩쿠르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매스컴이 폭발했습니다.

 

11년이 지난 연작을 두고 혹자는 의외라는 반응이었어요.

완간 2년 후에 제작된 영화가 실패함으로 원래의 작품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버린 결과를 초래했다던가요.

 

그동안 꾸준히 좋은 작품을 출판했지만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다고 일갈한 바이런처럼 한강씨도 수상 이후 폭풍 검색 대상자가 되었네요.

한국 문학계의 불합리한 시스템으로 자칫 평범하게 묻혀 갈 뻔한 작품들이 10여 년의 시간을 달려 와 오늘 우리 앞에서 당당하게 옷을 벗었습니다.

  

시각에 의지하는 영상예술과는 달리, 단지 언어만으로 지구촌의 주목을 받았다는 것에 수상의 가치는 엄청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수상자인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를 향한 관심이 커졌고요.

문학에서는 번역을 제2의 창작이라고 하죠.

비영어권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번역자까지 수상자로 선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답니다정말 멋진 상이지 않습니까.^^


   

 

한강씨와 데보라 스미스씨의 작품 채식주의자에 대해,

심사위원단은 공식적으로 완벽하다고 했습니다.

턴킨 위원장은매순간 아름다움과 공포가 묘하게 섞인 작품과 잘 어울린다고 평가했어요.

작가 한강씨도 한 문장을 번역하는 데 20가지 가능성이 있음을 알았다. 언어의 섬세함에 감탄했다고 번역자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지요.

 

이번 공동 수상을 통해 번역의 기적이 제게 남긴 것은, 우리가 그동안 읽어왔던 세계 문호들의 작품에서 과연 원작의 감동을 얼마나 받았을까...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사실, 교과서에도 자주 등장하는 세계의 문학들을 탐독하면서 어째서 이 작품이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필독서가 되었을까...’하는 허탈감도 잦았죠.

무성의한 문법적 설명만 가지런하게 차려 놓은 교과서 덕분에 지금도 대충의 줄거리 정도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 단아한 모습의 한강씨 사진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근대에서 막 현대로 넘어 온 듯한, 조금도 인위적이지 않은 그녀의 수수한 모습이 참 편안하게 다가오더군요.^^

 

한강씨는 이 책을 "인간의 폭력성과 인간이 과연 완전히 결백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 작품"이라고 간단명료하게 언급하고 있는데요....

어쨌든 읽는 내내 너무 혼란스러웠습니다.

각각의 캐릭터들에 잠시 이입되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튕겨져 나오기가 반복되면서 멀미가 날 지경이었던...., 이놈의 주관이라는 것이 이렇게 탈부착이 쉬운 개념이었다니 .....

   

언제부터인가 미디어 장르에 민감해지면서.... 결국 선별 視聽시청으로 돌아섰습니다.

사고와 의지를 이완시켜 주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았죠.

 

행동에 둔감하고 그저 지켜 볼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인간의 極性극성, 세상에 난무하는 음모,

진화하는 폭력의 다양성 등 감성에 스크래치를 남기는 주제나 소재는 최대한 지양하는 걸로.....그냥 생각을 좁히고 싶었습니다.

 

정유정씨의 신간 종의 기원의 본질과도 닮아있는(도중에 덮어버렸습니다.) 채식주의자, 그들이 짊어지고 끌어가는 삶그녀의 세상 보기에 편승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외면하고 싶은 불편함을 눌러가며 몇 번의 숨고르기로 완독은 하였습니다만.....

되새김질은 기약없는 유보.ㅎ



첨부이미지  

 

... 빨리 괴물의 아이’나 한 번 더 돌려봐야 겠다.

'늑대아이'가 더 편할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