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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배우들의 재발견

헬로우 럭키 찬! 2016. 7. 2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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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Bleak Night, 2011.03.03. 개봉

    감독 : 윤성현

    출연 :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조성하





파수꾼은 윤성현 감독의 데뷔작으로 독립영화입니다.

2011년도에 개봉되면서 2만 명이 넘는 관객의 관심을 받았어요.

잘은 모르지만 독립영화에서 1만 명의 관객은 상업영화 100만 명에 견줄 수 있는 수치라고 하더군요.

총제작비 5천만 원....웬만한 상업영화 한 편이 백억 단위인 걸 보면 시쳇말로 껌 값인 거죠.

해도, 모든 영화를 통 털어 작품성으로 줄을 세운다면 파수꾼 뒤의 꼬리를 발견하기가 그닥 쉬운 일은 아닐 거라고 봅니다.



                



이 작품으로 윤감독은 2010년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아시아에서 가장 촉망받는 신인 감독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을 잡았습니다. 그 외에 청룡영화상 및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그리고 그를 인정한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몇 개의 상을 더 수상했다 그럽니다.

 

암튼, 별러오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체널 검색 중 올레 꽁짜 편성표에서 유레카! 했네요.

한 마디로 안 봤으면 우짤뻔 했노, 감독이랑 세 명의 배우를 다 놓칠 뻔 했다 아이가.’했던..

 

조용한 울림을 준 참 괜찮았던 영화였어요.


독립영화 특성상 어떤 덧칠도 없는 심심한 화면이 자칫 지겨울 수 있었음에도, 배우 중 누구 하나 가려지지 않았던 이 작은 이야기는 러닝 타임 117분 동안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포커스는 기태의 내면에 맞춰져 있지만 개인적으로 동윤역의 서준영이 훨씬 돋보였던 영화였어요.

몇 몇 출연작을 보면 작은 역할임에도 묘하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배우입니다.


고교 재학 중인 기태가 죽었습니다.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아버지는 최소한 아들이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곧 영화는 처음으로 돌아 가 과거와 현재의 교차방식을 통해 관객의 이해를 돕습니다.


첨부이미지


아들의 책상 서랍에서 발견한 사진 1장에 의지해 친구들을 찾아 나선 아버지.

그러나 두 친구 중 한 명은 자퇴 후 연락이 끊겼고, 나머지 한 명은 전학을 가버린 상태입니다. 게다가 둘 중 가장 오랜 친구였던 한 아이는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에 아버지는 무엇인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음을 느끼게 되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어렵게 두 친구와 접촉하게 되고, 그들의 아픈 이야기가 점차 실체를 드러냅니다.



대부분의 남자 아빠들은 지표면에 드러난 저격 대상의 부재가 평화 상태라고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빠의 무관심은 거기에서 비롯됩니다.

 

반면 여자 엄마는 표면을 겉도는 작은 부스러기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자식의 내면이 그 작은 조각하나로도 흔들릴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매사 기우에 가까운 간섭으로 아이를 좆습니다.

 

인간의 간사함은 존재와 부재에 대한 반응이 늘 엇갈립니다.

기태의 공허함이 그렇습니다.

엄마의 부재는 기태를 관심으로부터 허기지게 만들고, 아빠의 무관심은 폭력의 도화선이 됩니다. 폭력이 소통의 도구로 작용하면서 점차 친구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기 시작하죠.




동윤 : 애들 사이에 짱인 게 좋냐?

기태 : 좋지. 내가 짱인데.

동윤 : 졸업하면 다아 끝이다.

기태 : 그전까지는 미친개 노릇 해야지.

          내가 왜 애들 앞에서 허세 부리는 게 좋은 줄 아냐. 이렇게 주목 받은 적이 없으니까.

동윤 : 없어질 거에 목메지 마라. 피곤하다.

기태 : 그래도.....다 없어진다고 해도 나한텐 니가 있잖냐.

          다시 사람들 사이에서 비참해 지더라도 너만 알아주면 돼. 그럼 됐어.

  

나한텐 너 밖에 없어.’....그 세상을 잃게 된 기태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




과거와 현실의 교차방식은 최소한 이 영화에서 만큼은 스토리를 극대화 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령 기태의 죽음 이후 동윤이 잠을 설치며 울다가 나간 주방에서의 복선 깔린 대화 장면이라든가, 엔딩 크레딧이 오르기 직전 철길에서 나눈 대화는 산자와 죽은 자 모두의 아픔을 별 다른 설명 없이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윤성현 감독은 파수꾼을 죽음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영화라며 학생들의 자살 사건이 일어나면 신문에는 한 줄로 쓰여질 뿐이라 행간에 숨겨진 사연들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파수꾼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이나 집단의 건강이나 사상 따위를 지켜 주려고 애쓰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또는 일정한 곳에서 경계를 하며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은연 중 배려와 사명감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죠.

 

그런 의미로 봐서 감독은 우리 모두에게 파수꾼이라는 외면하기 힘든 화두를 던져 주고 세상의 아픔을 한 번 쯤 돌아보게 하려던 것은 아니었을까......생각 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