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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운명이 내리는 그 곳

헬로우 럭키 찬! 2016. 1. 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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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 (2013)

The Garden of Words

 

감 독 신카이 마코토

목소리 출연 이리노 미유 (다카오 역), 하나자와 카나 (유키노 역)

 

 

타임을 놓쳐 이제사 보게 되었습니다.

 

감독과 절친^^;; 맺게 된 전작으로는,

별을 쫓는 아이(2011), 초속 5센티미터(2007), 구름 저 편 약속의 장소(2004)가 있고요,

그 중 초속 5센티미터는 나름 수작의 반열에 올려 둔 작품입니다.


많은 대중들이 재패니메이션에 열광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신기한 것은 그들이 어느 한 장르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예요.  저 역시.....^^;;

어쨌거나....기막힌 영상미는 물론 대상의 감성을 디테일하게 읽어 낼 줄 아는 멜로물의 승부사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있고,

타지적 재미는 기본, 어떤 경우에도 사물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 거장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들....게다가 미야자키 하야오라니.

 

어쨌거나 개인적인 취향은 판타지 쪽으로 기울어지지만 위 감독들의 작품이라면 장르 불문 쌍수 들어 환영입니다.(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 너의 이름은이 올 8월 개봉 예정이라고.....)

 

 

 

러닝 타임 46, 살짝 아쉬운 그의 최근 작품 언어의 정원속으로 들어갑니다.

 

 

어렸을 땐 하늘이 훨씬 더 가까웠다.

그래서 난 하늘 냄새를 몰고 오는 비가 좋아 비 오는 아침이면 지하철을 갈아타지 않고 밖으로 나간다.'

 

갈아타면 학교행, 곧 바로 개찰구를 빠져 나가면 신주쿠쿄엔....

오전 수업을 빼 먹고 홀로 비를 즐기는 고교생 타카오의 독백으로 영상이 흐릅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홀로된 엄마는 12세 연하의 애인과 가출한 상태('꽃이 피는 첫 걸음'의 오하나 엄마 같은..^^;;), 곧 여친과 독립하겠다는 형....모든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는 주인공 다카오의 외로움이 비 내리는 정원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내게 그녀는 내가 모르는 세상의 비밀 같았다.

비가 비껴 선 정자 안...홀로 쵸컬릿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 여자와 눈인사로 안면을 틉니다.

 

천둥의 소리 희미하게 울리네

구름이 껴서 비라도 와 준다면

당신은 여기 있어 줄까

 

자리를 떠나며 남긴 그녀의 말이 타카오의 가슴에 새겨졌습니다.

장마가 겹쳐진 6월, 그 여름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시나브로 의지하게 됩니다.

 

 

빗소리와 함께 정원을 떠다니는 피아노의 음률.....

특별할 것 없는 간결한 스토리지만 비를 매개로 한 그들만의 신비스런 언어는 정원을 가득 채우고도 남습니다.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뜻밖에 교내 복도에서 그녀, 유키노 선생과 마주하게 된 타카오.

유키노를 짝사랑하던 고3 선배의 여친에 의해 구설수에 휘말린 그녀가 더 이상 사람들 곁을 걸을 수 없게 된 사건의 전모를 전해 듣습니다.

 


 

천둥소리 희미하게 울리고

비가 오지 않아도

난 여기 있겠어요

당신이 붙잡는다면

 

첫 만남에서 그녀가 정자를 나서며 조용히 읖조렸던 귀절.... 그것이 일본 옛 시집 < 만요슈 >에서 비롯된 싯귀였으며 비로소 그 의미를 알게 된 타카오는 이제 그녀를 위해 구두를 만들기로 합니다

그녀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며 떠나는 유키노의 진심을 이해하고 일상으로 돌아온 타카오....

 

가끔 생각해 보면 나도 걷는 연습을 했던 것 같다.

언젠가 더 멀리 걸을 수 있게 되면 가야겠다.

그녀를 만나러.....‘

 

 

 

여전히 애틋함이 묻어나는 줄거리였지만 초속 5센티미터에서 느꼈던 남주의 무기력함과 우울한 분위기가 배제된 이번 작품은 한결 가볍고 희망적입니다.

누군가의 한 시절을 공유할 수 있었던 고운 이야기가 한 폭의 수채화로 다가와 삶의 향기로 남은 언어의 정원’...

눈부시게 아름다운 제목에 끌려 세밀화 같은 영상에 푸르게 물들어 버린 46분의 시간이었습니다.

 

 

언어의 정원의 배경은 도쿄 신주쿠에 있는 신주쿠교엔(新宿御苑)으로 왕의 정원이라는 뜻이랍니다.

1906년 왕실을 위한 정원으로 조성됐다가 현대에 와서 공원으로 개방된 곳이라네요.

면적 58.3㏊(약 18만평)에 프랑스식 정원과 일본 풍경식 정원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곳으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