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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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따라서..../단상 또는 일상

거장 백건우님의 달란트

헬로우 럭키 찬! 2015. 9. 8.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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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세계일보에 뜬 피아니스트 백건우 리사이틀 투어 기사를 접하고 잠시 상념에 들었습니다.

 

몇 년 전 한 잡지를 통해 엿볼 수 있었던 백건우씨 부부의 일상은 그 자체로 예술이구나 싶었더랬지요.

물론 거장의 일상이 딱히 규정지어진 것이야 아닐지라도 凡人범인의 눈높이로 봤을 때 알려진 그들의 삶은 참으로 소박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었습니다.

 

70년대 초 세간의 화젯거리로 씹혔던 기억을 떠올리자면 도무지 길지 않을 것 같았던 두 분의 행로였는데....

첨부이미지참새들의 입방아를 뒤로 하고,

혼 후 프랑스의 작은 아파트에서 30년 넘게 평화롭게 살고 있는 노부부의 그윽한 사랑의 원천이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윤정희씨는 남편을 어려서부터 찾던 이상형이라며 속세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 계산을 할 줄 모르는 사람, 배가 고파도 만족할 줄 아는 착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역시 화려한 조명이 있는 곳보다 음악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그를 보면

자신이 받은 달란트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작년 724일 세월호 참사 100일 째 되는 날,

제주항에서 백건우의 영혼을 위한 소나타라는 제목으로 눈물의 연주회를 가졌더랬지요.

2011년 이맘 때 쯤엔 섬마을 콘서트로 연평도, 위도, 욕지도 등에서 무료 순회 연주회를 펼치기도 하였고요.

음악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사랑과 용기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이 가슴에 낙인처럼 찍혔습니다.

 

이제 고희를 앞 둔 그를 보면서 타국에서 영면하신 고 윤이상씨나 백남준씨 처럼 천재를 감당하지 못 하고 선진 문화국 흉내만 내는 조국을 등진 채 그 역시 영원한 디아스포라로 남는 것은 아닐까 ...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일어나더군요.

 

황혼 앞에 선 그가, 그동안 집중했던 라벨류의 복잡하고 세련된 프랑스 음악보다 

인간적이고 서민적인 러시아 음악에 끌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 음악의 두 기원 중 하나는 바로 러시아 민속음악이죠.

, 민중 삶 속에서 태동된 음악이라는 겁니다.

매스컴의 발달과 함께 현재 음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서양고전음악 중 러시아 음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고 하는데 어쩌면 우리 역시도 무의식 중 가장 인간적인 음악에 끌리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현상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독일 고전음악의 견고한 아성을 무너뜨리고,

20세기 세계 음악의 주류가 된 데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존재 하겠지요.

무겁지만 흡인력 있는 러시아 음악은 미하일 숄로호프의 대하혁명소설 고요한 돈강과 함께 흐르는 코사크족의 삶을 떠올리게 합니다.

반백의 거장 백건우씨의 또 다른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yuotube에서 퍼 왔습니다.

세월호 참사 추모공연 때 연주되었던 곡이고요.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끝 부분의 아리아 '사랑의 죽음'을 리스트가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한 겁니다.

죽음,상처,치유라는 주제로 선택되어진 6곡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