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2020년, 은퇴 첫 해

김장, 그리고 호미곶

헬로우 럭키 찬! 2020. 11. 2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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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6.(목)~28(토) 딸네

퇴직 후의 최대 장점은 anyday, anytime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운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김장철,

빠르면 11월 중순에서 늦어도 12월 하순이 그 시기로 딸아이도 D-day를 이번 주 금요일로 정한 뒤 그에 맞춰 차근차근 준비를 해 왔다.

 

'엄마, 배추 목요일 도착할 것 같아.'

요즘은 절임 상태의 배추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아 주문이 몰리다 보니 우리 역시 하루나 이틀의 오차 정도는 염두에 둔 터, 그쯤이야 뭔 대수랴.

나는 언제든지 출동 가능한 자유인인 것을.^^

 

전날 준비해 둔 재료.

의외로 녀석이 잔뜩 기대하고 나섰다.^^

대략 서너 포기쯤 녀석의 힘을 빌렸네.ㅎㅎ

 

나야 김치를 거의 먹지 않으니 딸네 기준으로 20kg, 버무림은 간단하지만 탐색하고 평을 수집하고 추려낸 몇 곳 중에서 선택하여 주문하고...수월찮은 준비 과정에서 딸아이 혼자 숨 가빴다.^^   

차로 5분여 거리에 굴을 바로 까서 판매하는 곳이 있다.

향기만으로 침샘을 자극하는 신선도 100퍼 '해녀의 집' 

 

해녀의 집 방파제에서 본 수도마을

자연은 아이를, 인간을 춤추게 한다.^^

문을 열고 나서면 곧장 바다와 산과 들....'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환경에서 녀석은 자라고 있다.

그 옆엔......

에구, 공들여 모아 감싼 포기배추를 마구 뜯어 드시는 중.

인가와 제법 떨어져 누구인지도 모를 쥔장에게 고해 받칠 수도 없었다는.

1년 농사 느긋하게 말아 먹고 있는 소님.ㅎ

 

♠ 호미곶

2주 만에 집에 온 사위와  둘러 앉아 오늘 요올씨미 쭈물럭한 김장 김치, 수육을 안주 삼아 술판 벌인^^;;

다음 날은 사위의 제안으로  멀리 콧구멍 펌프질 다녀옴.

 

한반도를 호랑이로 형상화하여 봤을 때 그 꼬리 부분에 해당한다는 호미곶.

하루 만에 곤두박질친 수은주에도 아랑곳없이 한겨울 채비를 갖추고 뛰쳐나온 인파 속에 우리도 섞여들었다.

 

코로나19에 숨죽이며 갇혀있던 사람들의 폭주^^.

기념 촬영 한 번 하려면 잠시 대기해야 한다.

아마도 10년 전쯤....?

수면에서 파닥이는 눈부신 햇살과, 정적으로 나른했던 호미곶의 기억이 오늘 한방에 나뒹굴었다.

 

결승점을 향해 질주하는 레이싱카처럼 거칠었고, 솟구치는 파도 위로 포말 같은 갈매기떼의 분주한 날갯짓이 현란하여 잠시 휘청했던 낯선 풍경... 그 역동적인 생소함에 일순 목젖이 울컥했다.

문을 열고 나설 때마다 만나는 변화무쌍한 자연의 경이로움이다.

 

 

 

거꾸로 가는 시계

한반도 최동단에 위치하여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호미곶, 하여 희망의 성지로 불리는 이곳에서 지나가는 시간을 되돌아 봄과 동시에 국운융성의 미래를 기원하자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   

♥ 상생의 손

인류가 화합하고 화해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의미로 만들어진 조각물이다. 바다에는 오른손이, 육지에는 왼손이 있다.[위키백과에서]

 

아틀라스가 지구를 떠받치고 있다면 상생의 손은 우주를 아우르고 있지.^^

한참을 노려보고^^있자니 정말로 어마어마한 힘이 전해져 오는 것 같다.

 

가물가물 수평선 위를 위태롭게 지나가고 있는 배가.....

딸도 파도와 함께 튀는 중^^

여기도 파도 만큼 솟구치는 기분을 주체하지 못 하고 계신...^^

느린 우체통.

1년 뒤에도 여전히 살아 있을... 나에게? 누군가에게?....^^;;

중지에 살짝 올라 앉은 갈매기 한 마리. 설마 fuck you를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

 

어느 분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는고.

참말로 재밌는 발상, 깡통열차.^^

삼국유사에 갇혀 있다 700여 년을 넘어 이곳에 우뚝 선 연오랑 세오녀 설화비

뉘엿뉘엿, 해가 서산으로 내려 앉는  중이다.

집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한 컷 건짐.

 

우리들 이마에도 아, 붉은 노을이 떴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지?

아직도 펄펄 살아 있는 우리는 이제 각자 어디로 가지?

 

기형도 '노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