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토)
그저께 알라딘에서 담아 온 정재승의 ‘뇌 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에 눈 박고 있던 초저녁.
‘야!’하는 카톡 울림에 퍼뜩 현실로 복귀^^해서 확인했더니 웬만한 일이 아니면 거의 소식 전하지 않는 친구가 미술 전시회 참석 의사를 타진해 온 거였다.
퇴직 후 고향 하동에서 농사 지으며 작품 활동을 하는 대학 동기가 이번에 개인전을 열었다면서.
사전 정보를 캐다가 마침 ‘하동고 25기’ 카페에 올려진 전시회 홍보와 함께 몇 개의 작품을 볼 수 있었고, 12월 12일 자 프레스 뉴스 통신에서 ‘하동군, 부춘마을... 게으른 농부 화가로 불리는 ‘예농인’ 이용우 개인전 열려‘라는 제목의 기사도 발견되었다.
기사를 요약해 보면,
직장 생활 틈틈이 습작, 2016년 공직 퇴직 후 본격적으로 그림에 집중.
소재는 농업현장에서 만난 이웃들과의 만남과 농사일 등으로 2017년의 주제 Why로 시작된 욕심, 사랑, 소통, 관계, 올해는 ‘놀기’라고.^^
일단 생활밀착형 화풍이 꽤 진심인 듯 보여 현장 감상에 대한 호기심 발동, 곧바로 합류 의사를 전달했다.
75세라는 늦은 나이에 자신이 살던 농장 주변의 역동적인 농촌 풍경과 평화로운 전원을 화폭에 담기 시작하여 이후 국민화가라는 칭호를 얻게된 모지스 할머니가 오버랩되면서 동시에 정감 어린 이 농부 작가의 화풍에도 흐뭇하게 동화되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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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이웃들의 소통과 일상을 화폭에 담은 작품들이 많았다.
2017년 (어쩌면 은퇴 이후의 시작에 대한 막연함이었을?)Why가 첫 주제였다가,
어느 정도 선택한 길에 익숙해지면서 (의욕이 넘쳐?^^)욕심이 발동했던 시기를 거쳐,
비로소 삶과 사물에 대한 일체의 사랑을 습득했던 과정.....
열린 사랑으로 다가선 소통의 결과 관계의 소중함을 이해하게 되고,
올해는 그동안 부단히 노력해 온 자신에게 안식년 같은 ‘놀기’를 선사한 것은 아닐까..... 나 같으면 그랬을 거라고.^^;;
때때로 인구에 회자되는 작품들에서 편치않게 느껴졌던 산고의 고통보다, 이젤 앞에 앉아 일상을 즐기는 그이의 여유가 오롯이 담긴 작품들이 참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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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전시실에서 덤으로 건진, 보는 눈은 없지만 뭔가 굉장해 보였던 젊은 서예가들의 작품들..... '대한민국 청년 서예가 50인 전'이다.
나는 바둑이.^^
아!! 낯선 곳에서 첫눈을 맞았다.
예술회관 바로 앞, 둔덕에 올라 까마귀 소리를 내며 남긴 섬진강 풍경.^^
마무리는 근처 섬진강이 아주 살짝만 보이는^^ Cafe In March에서.
부산을 향해 가는 길, 한여름에나 볼 수 있는 뭉게 구름을 버겁게 이고 앉은 먼 산.
이화백님, 더욱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행복한 작품 활동 기원합니다.
그리고 오늘, 생각지도 않았던 근사한 하루를 선물해 준 친구에게 감사, 또 감사한 마음을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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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 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 등도 달아준다
김용택 ‘섬진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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