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2일(목)
몇 날 남지 않은 한 해의 끝자락에서 받은 선물 같은 하루.
친구의 신랑, 우리의 가이드께서 또 이렇게 세 여자들의 허기를 채워 줬다.
두루 분주한 연말이라 생각지도 않았는데, 매번 이런 식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가이드님께는 그저 감사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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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의 가려운 곳을 자연스럽게 캐치할 수 있는 것도 남정네들에겐 흔치 않은 능력일 터, 어떤 곳을 선택해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를 고심한 흔적 또한 역력해 종종 신기하기도 하공.^^
출근 시간을 최대한 피해 주는 것은 백수의 예의이자 기본.^^
멀지 않은 곳이라 여유를 두고 출발하여 마산 근교의 진동에서 초오큼 이른 점심을 해결했다.
일전에 친구 부부가 블로그 유명세를 믿고 방문한 후 엄지 올려준 집.
이름도 생소했던 박고지 김밥과 국수에 따라온 육수가 매우 특별한, 국수 전문점 ‘마당국수’다.
가이드씨의 추천 메뉴로 완벽한 런치 폭풍 흡입 후 고고씽한 곳, 영화 콰이강의 다리 ost ‘보기 대령 행진곡’을 흥얼거리며 들어선 저도 콰이강의 다리다.
내겐 세 번째....라고는 해도 낚시나 고둥 채취 등 수렵 활동이 주목적이었던 이전 방문 때와는 달리 오늘은 오로지 유람.^^
아래가 훤히 보이는 요 다리, 치사하게 배어든 고소 공포증 땜에 나는 못 가네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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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숨이 괴로울 정도의 강풍을 뚫고 안식을 위해 들어선 투썸플레이스에서의 노닥거림은 대략 2시간 정도 이어진 것 같다.
웬만한 나무도 허리 펴기 힘든 태풍급 바람을 정면 돌파해야 했던 한 친구는 기가 다 빨린 듯 계속 헤롱헤롱.ㅎ
어우~~나도 술에 취한 것처럼 어질어질 하더라나.
광풍의 섬을 태풍의 속도로 탈출!^^
우리의 최종 목적지 ‘창원 시립 마산 문신 미술관’에 도착했다.
나는 6년만.
당시 문신 작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던 고로 딸아이, 손주와 함께 당연한 듯 ‘타투’ 라 여기며 그 '진귀한 전시^^;;'를 보기 위해 신나게 달려갔더랬다.
읭?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새는 구나.ㅎㅎㅎㅎㅎㅎ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작품.
가는 철사로 엮고 이어 문신의 얼굴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4명의 작가가 출품한 '사랑의 기하학' 도 볼만 했다.(2022. 12. 20~2023.4.30)
이곳이 진짜배기^^
'문신'을 제대로 느껴 볼 수 있는 곳이다.
볼수록 좋고, 더 알아차리고 싶은 것이 있다.
오늘 문신의 작품들이 그렇다.
대부분의 작품들에 붙은 화(和)의 의미를 그의 죽음 이후에야 고개를 크게 끄덕이게 되었네.
돌아보면서 내내 생각해본 그의 예술 행위를 아주 조금 곁눈질해본 것도 같았다.
어떻게, 어째서, 하필 이 힘든 작업을....했던 '지독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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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의 그림 '닭장'과 '군계'
어, 근데 나 너무 흘려 본 거?
같이 갔던 친구 남편은 서울 이건희 컬렉션 전시에서 보았다고 하는데, 아~~~~난 왜 못 본 거냐고.ㅎ
우리의 친절한 가이드씨,
오늘도 참말 감사히 자알 받아 묵었어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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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즈음 센텀 하차.
알라딘 센텀점 들러야 해서.
오랜 침묵을 건너고도
항상 그 자리에 있네
친구라는 이름 앞엔
도무지 세월이 흐르지 않아
세월이 부끄러워
제 얼굴을 붉히고 숨어 버리지
나이를 먹고도
제 나이 먹은 줄을 모른다네
항상 조잘댈 준비가 되어 있지
체면도 위선도 필요가 없어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웃을 수 있지
애정이 있으되 묶어 놓을 이유가 없네
사랑하되 질투할 이유도 없네
홍수희 ‘친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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