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목)
영화관을 나설 때까지도 비는 계속 추적거렸다.
채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둘러보는 도심의 주변 풍경이 그저 신기루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사촌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 꽃 피는 좋은 계절이니 조만간 요양원에 계신 외삼촌 뵈러 가려나 보다.
조금은 더 버티실 줄 알았는데.....
지난 1월 방문 당시, 피안의 중간에 서 계시는 듯한 그 어른의 얼굴이 떠올랐다.
올해 넘기기가 어려울 것 같았던 그 느낌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것 같았던 황망함.
집에 들러 옷부터 갈아입고 빈소인 한서병원으로 내달렸다.
사촌동생과 올케, 그리고 두 대학생 조카들, 셋째 외삼촌만이 조문객 없는 쓸쓸한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아마도 저녁 무렵 즈음엔 소식 접한 친지들이 도착할 것이고, 이내 북적이겠지.
친가, 외가 쪽 대부분의 윗대를 떠나보낸지라 이제는 죽음에 익숙해진 줄 알았건만.
평소 왕래가 뜸했던 일가라도 한때 친숙했던 누군가의 갑작스런 부재는 여전히 가슴 아픈 일이다.
80대 중반, 흔히 말하는 100세 시대에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이셨지만 먼저 가신 외숙모와 함께 유난히 굴곡진 세월을 넘기셨던 분, 두 분의 다음 생은 조금 더 평안하시기를....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삶이란 한 조각의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 조각의 구름이 없어짐이니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然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역여연)
떠도는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살고 죽고는 오고감이 모두 그와 같다
서산대사
3월 25일(토) 08:30 발인
영락공원에서 화장 후 정관 추모공원의 한 칸에 먼저 가신 외숙모와 함께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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