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놀리듯 유유자적하는 장마전선은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해가 비치면 또 거기에 맞춰 목적지를 정하면 되겠지요.
토요일 아침.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낮은 먹구름이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 보였습니다.
곧장이라도 비로 녹아내릴 것 같았어요.
‘우리 가조 온천 갈까?’
세계 최고의 수질 -이라고 쓰여 있기도 했고.-이라 우겨도 인정해 주고 싶은 가조온천은 종종 우리를 향해 유혹의 손짓을 보내곤 합니다.
폭우가 예보되어 있는 오늘도...
이용객이 없을 것 같아 녀석을 위한 야외 냉탕용 튜브까지 챙겼지요.
그리고 보오얗게 비를 받아내고 있는 아스팔트 위를 달렸습니다.
2시간이 소요되는 먼 길, 아무리 악천후라 하여도 무작정 직진은 녀석에게도 힘든 여정이겠지요.
함양의 상림숲을 우회해서 가기로 했습니다.
작년 가을 이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던 7월의 상림공원 연꽃밭.
가는 길 내내 자동차의 지붕과 보닛 위에서 요란스럽던 비는 도착 즈음하여 소강상태로 접어들더군요. 기막힌 타이밍입니다.
휘파람 불며 들어 선 상림공원....
아! 뜻밖의 풍경입니다.
아쉬웠던 오늘의 날씨가 이토록 완벽한 미장센이 될 줄이야!!!
‘우리 여기 와봤던 데잖아.’랍니다.
녀석은 10개월 전에 왔다 간 이곳을 기억하고 있었네요.
보여 주고 싶었던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은 그렇게 녀석의 기억에 물들어 있었습니다.
정말 많이 놀랐어요.
고맙기도 하고^^
결국 연꽃밭의 끝은 보지 못했어요.
빗줄기가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고, 온천욕까지 더해 본 부산 도착 시간이 너무 늦어질 것 같았습니다.
비 예보 탓이겠지요.
나들이 나온 사람이 적어 욘석이 다니기엔 편했습니다.
매일 매일 가고 싶은 가조 온천입니다.
부산 가는 길....숲에 붙들려 미처 오르지 못 한 구름이 신비스러워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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