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선산 벌초. 8시에 출발합니다.’
구미 큰댁의 사촌으로부터 메시지가 날아들었습니다.
‘아우~ 왜 매번 일요일이니. 토요일이면 서두르지 않고 내려와서 그 다음날 좀 쉴 수도 있을텐데....’하는 불만은 누르기로 했습니다. 그래봤자 1년에 두 세 번인데.. 해서요.
앗, 칠곡생태공원에 무슨 일이......
8시에 맞춰 도착하기 위해 전날 해운대 동생네서 자고 넉넉하게 5시 30분에 출발했습니다.
아침은 지난번 들렀던 구미 칠곡보 생태공원에서 말아 간 김치김밥으로 해결하고요.^^;;
전날 비가 많이 왔었나 봅니다.
주변의 나무와 풀은 미세한 흔들림에도 잎에 고인 빗물을 톨톨 털어내고 있었습니다.
모종의 행사를 진행 중인지, 아니면 행사 뒤의 시설물을 존치 목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인지 전에 없던 거대한 돔형 천막이 강 쪽의 전망을 대부분 차단하고 있더군요.
대한민국의 젖줄, 낙동강.
그리고 칠곡보.
표면에 드러난 모습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는 모두 강을 끼고 있습니다.
물은 곧 생명이란 거지요.
우리는 그 소중한 생명줄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문득 가슴 한 구석에 버려두었던 썩은 계란 하나가 손에 만져졌습니다.
어디다 던질래? 그 계란으로.
우리나라의 4대강 사업은 말 그대로 ‘사업’일 뿐이었습니다.
실개천 같은 청개천 만들었다고 기고만장한 한 사람의 무모한 발상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잖습니까.
책임질 사람이 있기는 한가요.
군위 지보사 문수스님의 소신공양과 지율스님의 눈물로 만들어진 다큐, 이 땅의 많은 선각자들이 오체투지의 심정으로 결사 반대했지만 .....
이제 미래의 폭탄이 되어버린 4대강은 복원조차 불가하다던가요.
......그만 일어서자......
8시 전에 도착! 진돌아 잘 있었니?^^
논밭을 끼고 길게 뻗친 길에도, 큰길가에도, 집 안마당에도 온통 감나무와 대추나무입니다.
올해는 모과와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로 대추알이 굵었어요.
얼마나 탐스러웠는지....무턱대고 찍은 사진만 수십 장이 넘어 몇 장만 추렸습니다.^^
달개비꽃 사이에서 같은 빛깔 옷을 입고 더부살이 중인 나팔꽃
하늘수박꽃(이게 정확한 명칭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꽃이 떨어지면 앙증맞은 하늘수박이 매달리겠지요.)
큰댁 맞은편에 길게 들어 선 예쁜 주택 단지. 허브 하우스라네요.
올 때마다 비어 있던 땅 위로 마당 넓은 예쁜 집들이 들어섰고 갖가지 계절꽃들로 동네는 도심지 고급 아파트 부럽지 않은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큰 댁 셋째네 마당으로 들어섰습니다. 아직도 후두둑 후두둑 빗물이 떨어지는 나무 사이로 손을 넣어 어머니 제사상에 올릴 알 굵은 대추를 골라 따기 시작했죠. 올케도 재미있어 죽습니다.^^
나팔꽃과 능소화 뒤로, 노랗게 여물어가는 벼들판도 건너 보면 허브하우스보다 먼저 생긴 또다른 예쁜 주택단지가 보입니다.
토종 대추라네요. 도토리알 굵기입니다.
동생이 선산 벌초를 마친 후, 늦은 오후에 어머니 산소를 찾았습니다.
작은댁 둘째가 오늘 출근일이라 미리 작은어머니와 벌초를 해버려 우린 편안히 묘제만 올리고 왔어요.
지난번 멧돼지가 파 뒤집어 놓았던 몇 곳에서 잔디가 살아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처럼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건 방치가 아닐까...작년부터는 부쩍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산자와 죽은 자 모두를 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우리 세대가 떠나면 부모님 산소는......
여기서 부터가 첫 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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