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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덤/즐거운 애니

늑대아이/맑고 영롱한 그들의 이야기

헬로우 럭키 찬! 2013. 5. 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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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아이The Wolf Children Ame and Yuki, 2012

일본 판타지, 로맨스/멜로 / 전체관람가 / 117분

감독 호소다 마모루

출연 미야자키 아오이, 오오사와 타카오, 쿠로키 하루, 니시 유키토

 

꼭 보고 싶었던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그림체가 너무 좋기도 하였거니와 예고편을 통해 본 장면의 섬세함이 미리부터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버렸던....

여유롭게 봐야지 하며 벼르다 이제서야 딸아이랑 다잡고 본 작품입니다.

3개월 지구별 맛을 본 손자는 감상 끝까지 사정없이 코를 골아대며 주무셔 주시고.^^;;

 

늑대인간의 식상한 모티브를 기대치 이상으로 뛰어 넘어버린 스토리였습니다.

아무리 C.G가 뛰어난 영화라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정화된 아름다움, 그래서 애니의 장르에 특별히 ‘치유계’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그 재패니메이션에 있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있습니다.

지극히 소녀 취향적 애니였던 ‘시간을 달리는 소녀’도 나이를 잊고 빠져 들 만큼 디테일한 감성 표현이 뛰어난 작품이었죠.  그의 작품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사라지게 하는 멋진 마력을 선사합니다.

전에 본 ‘썸머 워즈’와 ‘원피스 극장판/오마츠리 남작과 비밀의 섬’도 무척 흥미로웠고요.

네티즌 평점 8.8, 전문가 평점 8.2를 잡아 낸, 자연의 소리가 그대로 영상화 된 듯한 맑고 영롱한 그들의 이야기가 오늘 우리를 향해 눈물겹도록 아련한 걸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들의 딸, 늑대인간의 후손 유키의 나레이션으로 13년 전의 만남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충당하고 알바로 생활비를 벌어가며 힘들게 공부하던 하나에게 어느 날 오래 입어 목이 늘어진 티셔츠에 책도 없이 필기에만 열중하던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하나의 끊임없는 관심에 그는 조금씩 그녀 곁으로 다가옵니다.

 

하나를 사랑하게 된 남자는 괴로워하며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만, 하나에게 이미 그것은 문제를 넘어서 버린 것.

 

'다녀왔어요' 라고 말해 줄 사람이 그립다는 그에게 하나는 가정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곧 그들에겐 두 아이가 태어납니다. 눈이 오는 날 태어난 유키와 비가 내리는 날 태어난 아메가....

그러나 아메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밖으로 나간 남자는 늑대의 모습으로 죽어있었습니다. 태어난 아가와 엄마를 위한 사냥 본능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가슴 아프게도.....그가 남긴 흔적은 달랑 주민증 하나 뿐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잘 부탁할께' 사진 속의 그가 말했습니다. 

 

 

 

남겨진 두 아이에게 하나가 해 줄 수 있는 건....

 

아이들이 인간과 늑대의 삶 가운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

그것은 사람들의 시야로부터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라도록 배려해 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전원생활 속에서 하나의 사랑 담긴 육아일기가 시작됩니다.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시골의 마을에서도 한참 떨어진 곳에 보금자리를 튼 세 가족.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는 마을 사람들과 가까워 지고.........

이제  아이들은 나름 늑대와 인간 사이의 거리를 조금씩 인식하며 자유롭게 성장해 갑니다. 

 

흥분하면 귀가 튀어나오는 유키가 미덥지 못 해 주저하는 엄마를 졸라 결국 초등학교 입학을 하게되면서 둘 사이엔 약속이 생겼습니다.

하나는 유키에게 화가 날 때 '선물 세 개, 문어 세 마리'라는 주문을 외우게 하죠.

 

활발하고 적응이 빠른 유키와 달리 아메는 도무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 하고 겉돌기만 합니다.

유키보다는 자아인식이 더 깊은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6학년이 되던 어느 날, 쇼헤이라는 아이가 전학을 오게되면서 유키의 본능이 드러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쇼헤이 역시 외로운 아이,  스스로 외로운 늑대라고 느끼는 아이였습니다.

유키와 쇼헤이는 힘든 과정을 겪은 후 부터 급속히 가까워지고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게 됩니다. 

 

 

 

반면 아메는 조금씩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생깁니다.

 

쇼헤이와의 사건 이후 유키는 그와 같은 인간이 되기로 은연 중 결심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아메의 결의는 그것보다 훨씬 더 의미심장합니다. 

                                            산에서 만난 어른 늑대의 도움으로 아메는 점차 늑대로서의 완전한 삶을 익혀가죠.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산사태가 나면서 아메의 선생님이었던 늙은 늑대도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늑대 아이를 양육한다는 판타지적 요소를 제외하면 인간의 일상과 조금도 다를 바 없어보입니다.

싱글맘으로서의 사회적 제약에 따른 고단한 생활, 삭막하기 그지없는 도시에서의 삶, 도피성 귀농, 성장기 아이들의 문제와 끊임없이 부딪혀야 하는 엄마의 정신적 스트레스 같은...그리고 그 속에 커다란 모성애가 있습니다.

 

 이제 아메를 보낼 수밖에 없는 하나는 꿈을 꿉니다.

 

 

 

 

 

이제 늑대로서의 삶을 이어 갈 아메에게 하나는 눈물로써 이별을 고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삶을 선택한 유키.

세월이 흘러 유키는 엄마 품을 떠나 기숙학교로 갑니다.

 

 

유키 마저 떠난 집을 홀로 지키며 먼 산에서 들려오는 아메의 소리에 행복하게 귀를 기울이는 하나.

                                     아메는 언제나 그 곳에서, 자신이 선택한 삶 속에서의 건재함을 엄마에게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어린 하나에게 전해 준 아빠의 말을 기억하며 자란 그녀는 어떤 난관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미소에는 너무나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지만요.

 

엔딩 크레딧 송은 그만 왈칵 눈물을 쏟게 만들었습니다.

가사도 그렇지만 엄마의 목소리를 부각시켜 반주 위에 올린 깊고 깊은 달콤함이 그대로 전해져 왔더라지요.

 

늑대아이는 어른을 위한 애니입니다.

전체 관람가로는 조금 무리가 따르는 주제였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