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째서 인증컷 남기는 걸 까아맣게 지워버릴 수가 있었지?...
자책하면서 인터넷에서 건져 온 풍성한 사진들....
바야흐로 김장철....인터넷에 스트레스 받고 있는 주부들의 고충이 속속 올라오고 있네요.
지금까지 이맘 때 쯤의 당연행사로 여겨 왔던 우리 세대와는 달리 ‘요즘 세상에 굳이 힘들게 할 필요가 있나’며 볼멘소리를 하는 젊은 주부들의 이유 있는 투정에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특히 애까지 친정에 맡기고 시댁으로 불려가는 며늘들의 압박감이 짠하게 와 닿더라고요.
현시대는 힘이 여성에게 쏠려 있다고들 하지만, 아들 가진 부모들의 여전한 관습은 지금도 많은 새댁들의 마음에 멍 자국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며늘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어르신들의 계산에 의해 정해지는 배추 포기 수....
아무리 절임배추를 사용한다고 해도 준비과정 자체가 만만찮거니와 제법 힘을 써야하는 일이라-게다가 남자들이 참여하는 일은 드물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후유증으로 안팎 고생이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1년에 한 번인데 며칠 눈 질끈 감으면 안 되나?’라고 쉽게 말 할 수도 있을 일입니다만 그건 몇 포기로 소박하게 끝내거나, 비싸도 구입해서 먹을 수 있는 사람들 얘기가 될 것 같고요...
시댁의 일방적 결정에 의해 수백 포기 배추를 절임부터 시작해야 하는 며늘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실, 요즘에야 4계절 내내 김치에 필요한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세월 좀 삭인 분들이 겨우살이 준비하듯 비장한 자세로 김장에 임하는 것을 두고 의아해 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진출처 http://www.jungoneshop.com/product/detail.do?P_CODE=P000028464
그래도 단점보다 장점이 몇 개 더 많은 것이 김장인 거 같아요.
마음 다잡고 ‘시간아 한 판 붙자!’ 달려들면,
한 해를 보내는 동안 김치의 효용성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어쨌거나 우선 4계 중 겨울에 생산되는 배추가 맛이 월등하다는 것부터.....
그리고 이삼일 고생 끝에는 시간이 갈수록 요게 푸욱 익어 해 먹을 수 있는 게 너무 많다는 것.
김치찌개, 김치전, 김치말이 국수, 콩비지김치찌개, 김치만두, 김치볶음밥, 김치김밥, 김치볶음, 씻어서 쌈 싸먹어도 되고, 숙주랑 돼지고기 다져서 김치 빈대떡으로, 특별한 토핑 재료 없이 치즈만 있으면 김치 피자도 가능하고...출출하긴 한데 어떤 메뉴에 고픈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을 때는 흰 쌀밥에 김치전....언제든지 가장 만만하고 편하게 꺼내 요리할 수 있는 ...(묵은)김치입니다.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taeeuny/220536592095
옛날 김장의 저장 방식은 이불에 싸서 밭이나 정원에 묻어 두는 거였지만, 이제 전통적 사명감을 가지고^^ 김치냉장고가 역할의 바통을 이어받았으니, 별 수 없이 김장행사는 앞으로도 주욱 계속 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불용 김치냉장고가 자살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뭐, 그런 맛 다 필요 없이 생각 날 때 조금씩 사 먹겠다고 버티면 편하긴 합니다만.^^
딸네는 해마다 올케한테 얹혀서 김장행사^^;;에 묻어갑니다.
강원도산 절인 배추(50포기)를 주문하고 양념을 만들어 놓으면 그 다음날 와서 힘 좀 보탠 후 ,제 외숙모 주머니에 슬그머니 봉투 찔러 넣는 걸로 한 해 벌이 하는데... 올해는 다음 날이 바로 시댁 김장날이라 아마도 몸은 좀 고달팠을 겁니다. ㅎ
찹쌀풀, 조기 고아 내린 물, 어디를 돌며 구입했는지 향과 단맛이 일품인 젓갈, 3년 묵은 매실청, 토하 등등등드등등등^^;;.....늘 올케의 손끝에서 우리집 김장맛이 좌우되곤 하는데 올해도 여지없군요.
그 맛 때문에 딸이랑 사위는 기어코 묻어가려는 거고요. ㅎㅎㅎ
며칠 째 삭신이 아우성치고 있지만,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 나 읊조려 봅니다.
‘아...한 해 농사 끝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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