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토) 흰머리가 늘어나면서, 받을 자격이라곤 지렁이 솜털만큼도 없었던 내게 잠기도록 과분한 사랑을 주고 떠난 이들이 자주 생각난다. 책을 읽다가, 음악을 듣다가, 설거지하다, 어느 때는 산을 오르다가도 뜬금없이 그들과의 한때가 떠오르면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휘둘리곤 한다. 늙어 갈수록 먼 기억이 선명해진다더니만. 인간은 모두 이생을 통해 전생에서 스스로 설계한 제 몫의 삶을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던 어느 분의 말씀대로라면 내게 해를 끼치는 사람들도 내 삶의 조력자라는 의미인데, 받은 사랑은 넘치면서 나눔에 인색한 나의 그릇은 여전히 빈 소리만 요란하다. 동행을 자처하고 나선 초등 동기 부부와 함께 떠난 안동행. 그렇게 오늘, 생전에 무심했던 나를 끝까지 사랑으로 품어준 친구 보령 스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