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 레저, 가슴 속의 브로크백 마운틴

♥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 , 2005

감독 이안

출연 히스 레저, 제이크 질렌할, 미셀 윌리엄스, 앤 해서웨이

 

 

 

검푸른 새벽의 실루엣.....

멀게 보이는 숲 한가운데를 빠르게 가로지르는 트레일러가 보입니다. 

숲을 스치는 전조등의 엷은 불빛과, 정적에 섞이는 핑거링의 기타음은 묘한 긴장감을 주네요.

그 스산한 고요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노크하듯,  팅.....팅..... 

뭉텅뭉텅 흩어져 있는 은회색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정오를 가리킬 즈음,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던 트레일러가 갈림길에 잠시 멈추자 작은 종이팩을 든 한 남자가 엉거주춤 내려 서고...

1963년 와이오밍주 로키산맥 자락의 브로크백 산,

여름 한 철 방목 일꾼으로 만나게 된 가난한 떠돌이 둘의 폭풍우 같은 운명이 시작되는 장면입니다.

아.....근데, 영화를 보고 난 뒤 차일 피일 기록을 미루던 어느 날 날아든  비보...,

히스 레저의 죽음은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1979년 4월 4일생.

약물 중독으로 돌연 생을 마감한 2008년 1월 22일은 우리 나이로 30세군요.

1992년 데뷔 하여 2006년 이 영화 한 편으로 그는 쓰나미처럼 내 관심 안으로 들어와 버렸는데.... 

 

하여도, 내 기억 속의 그는 여전히 브로크백 마운틴에서의 외로운 뒷모습으로 그립게 남아있고,

또한 기사 윌리엄으로 중세에 존재하기도 합니다.

 

소재에 대한 선입견으로 코웃음 쳤던 평론가들을 끝내는 기립 박수로 고개를 숙이게 만든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다시 생각해 봅니다.

사랑은 사랑 그대로 가감없이 받아들여져야 하는 거라고,

이분법적으로 나눠지는 사랑이라면 그건 이미 사랑의 범주를 벗어난 이형의 다른 존재라는..... 

사랑은..... 수식어를 불허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영화를 굳이 ‘퀴어’ 라는 불편한 단어를 써 가며 장르를 나누고 싶지 않았어요.

 

행복해 보이네요. 잭.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가상의 이름 브로크백, 캐나다의 알버타입니다. 내달리는 강물의 굉음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절해고도에 비견 될 인적없는 깊은 산 브로크백과 절대 고독, 원초적 본능을 가진 아름다운 남자- 사람 둘.

상처 주는 군중 속에서 억눌려 있던 동성애의 각성이 충족될 것 같은 배경이 만들어 졌습니다. 

사회적 동류의식이 가져다 준 서로에 대한 애틋한 배려와 그 사이 우정을 훌쩍 뛰어넘어버린 낯선 감정의 파동...

두 사람은 당혹스러워하면서 그 감정을 애써 떨쳐 내려 합니다만...

 

짧았지만 강렬했던 그들의 첫 만남, 그리고 기약없는 이별....

감당하기 힘든 낯설고 두려운 감정에 휩싸여 구토와 함께 온 몸으로 발작적인 오열을 터뜨리는 애니스입니다.

 

세월은 두 사람이 일상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고.....

4년 후....

애니스는 브로크백 산의 그림이 들어 있는 잭의 방문 엽서를 받게 됩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갈등도,

관습에 순응 할 수밖에 없었던 그 시간들도,

두 남자의 숨겨둔 갈망을 다 덮어 버릴 수는 없었어요. 

긴 시간  마음 깊이 누르고 눌러 두었던 그리움은 만남과 동시에 격렬한 키스로 서로의 감정을 표출되었고

그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것처럼 보입니다.

 

년중 한 두번의 짧은 만남과 긴 그리움.

언제나 마음을 숨기지 않는 잭과 자신이 선택한 평범한 삶을 적당히 유지하고 싶어하는 애니스,

그러한 관계를 20년 동안 반복하는 사이 애니스는 이혼하게 되고 잭은 죽음을 맞게 됩니다. 

가장으로서, 남자로서, 게이로서 자신의 위치를 사수하려 했던 투쟁의 결말이었죠.

 

‘수취인 사망’으로 되돌아 온 엽서를 받아 든 애니스의 등이 화면 가득 들어옵니다.

눈물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감정에 대한 잔여물일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

이어지는 그의 표정으로는 아무 것도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늘,

브로크백 산에 묻히고 싶어 했다는 잭의 소원을 이루어 주기 위해 애니스는 잭의 본가를 방문하고 

소년 잭이 살았던 초라한 방도 둘러봅니다. 

방과 옷장의 작은 틈으로 보이는 잭의 셔츠....그 속에 덧입혀진 또 한 장의 피 묻은 셔츠.

20년 전, 

헤어지던 순간의 불안정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주먹다툼 끝에 피를 닦았던 ....

잃어버린 줄 알았던 애니스의 셔츠는 잭의 셔츠와 함께  긴 세월 동안 한 몸이 되어 그 방에서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랫동안 애니스를 움츠러들게 하고 괴롭혀 왔던 모든 관습과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계기가 되죠.

 

20년, 그 긴 시간...잭은 한결 같은 마음으로 애니스를 품고 있었던 거예요.

 

자신의 집 컨테이너 박스 옷장에 걸어 둔 그 셔츠를 쓰다듬으며

눈물 가득 붉어진 두 눈으로 가슴 속의 한 마디를 토해 냅니다.

'Jack, I swear ........'

너무 많은 아픔과 회한을 담고 있는 단말마적인 한 마디...

내포 되어 있을 많은 의미를 깨닫기도 전에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쏟아지더이다.

홀로 남은 애니스의 외로움이,

엔딩 크레딧과 함께 흐르는 컨트리풍의 애잔한 음악이 

오래오래 영화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들었습니다. 

가사가 압권이었어요. 정말로 꺼이꺼이 목청을 놓을 수밖에 없을...

2006년 골든글로브 주제가상 부문의 수상곡입니다.

정말로...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눈물이 흐를 것 같습니다.

 

 

 

 

첫번째 엔딩크렛딩송 - 애니스의 노래]

He was a Friend of Mine (Bob Dylan - Performed by Willie Nelson)

 

 

He was a friend of mine

 

He was a friend of mine

Every time I think about him now

Lord I just can’t keep from cryin’

’Cause he was a friend of mine

He died on the road

He died on the road

He never had enough money

To pay his room or board

And he was a friend of mine

I stole away and cried

I stole away and cried

’Cause I never had too much money

And I never been quite satisfied

And he was a friend of mine

He never done no wrong

He never done no wrong

A thousand miles from home

And he never harmed no on-e

And he was a friend of mine

He was a friend of mine

He was a friend of mine

Every time I hear his name

Lord I just can’t keep from cryin’

’Cause he was a friend of mine.

 

그는 내 친구였지

그는 내 친구였어

그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흐르네

그는 내 친구였기 때문에

그는 나그네처럼 떠돌다가

떠돌다가 죽었지

그의 영혼은 머물 곳이 없었네

그는 내 친구였네

난 그에게서 도망쳤지

그리고 난 울었네

난 가난했고 불안했기 때문이지

그는 내 친구였네

그는 내 친구였다네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눈물이 흐르네

그는 내 친구였기 때문에

 

 

[두번재 엔딩크레딧송 - 잭의 노래]

The Maker Makes (Rufus Wainwright - performed by Rufus Wainwright)

 

One more chain I break

to get me closer to you

One more chain does the maker make

to keep me from bustin’ through

One more notch I scratch

to keep me thinkin’ of you

One more notch does the maker make

upon my face so blue

Get along little doggies, get along little doggies

One more smile I fake,

’n try my best to be glad

One more smile does the maker make,

because he knows I’m sad

Oh Lord, how I know,

Oh Lord, how I see,

that on-ly can the maker make a happy man of me

Get along little doggies, get along little doggies, get along

 

이 사슬을 끊고 네게 다가가고 싶어

하지만 조물주는 또 다른 사슬을 만드네

내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너를 향한 사랑의 눈금을 더 높이 그으며

너를 잊지 않으려 애쓰네

하지만 조물주는 사랑의 벽을 높이네

슬픈 운명의 사랑이여

오 주여, 저는 압니다

저는 압니다

당신에 제게 어떠한 행복을 주었는지

만족하고 살라면서

***************

이안 감독.

색.계로 더 유명하죠.

짧게 풀어 놓자면...

유교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교장인 아버지의 기에 눌려 방황하던 중에 찾아 낸 대만예술학교 연극.영화 프로그램. 

반대를 무릅쓰고 그야말로 광대 세계로 진출합니다.

그는 배우로서의 첫 무대에서 “내 영혼이 처음으로 해방되는 것을 느꼈다.”는 말을 시작으로 모든 삶을 영화에 투자한 결과

동양인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헐리웃의 여러 스튜디오로부터 러브 콜을 받는 감독으로 뜨기 시작했다지요.

그가 말했습니다.

"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억압이다."

" 나는 갈등에 대한 영화를 만들길 원한다. 왜냐하면 갈등에서 오는 긴장감은 캐릭터를 통해 '진정한 인간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의 인물들이 지닌 공통점은 바로 억압과 갈등입니다.  

특히 그는 억압을,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서 행동하기 원하는 것과,

자유 의지를 바탕으로 한 솔직한 욕망 사이의 투쟁으로 보며그 투쟁에 의해 인생이 변한다고 .

아무튼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더.....

 

****제작노트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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