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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덤/영화, 프레임 속의 세상

돌로레스 클레이본/그녀들의 이야기

헬로우 럭키 찬! 2012. 5. 2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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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레스 클레이본 (1995)

Dolores Claiborne

 

 

일단 원작이 스티븐 킹의 소설이라는데서 발동 걸어봤습니다. 최소한 스토리 진행에서 브레이크 잡을 일은 없겠지...하는 대중적 믿음이 있어서이기도 했고요. 읽어보지 않아서 원작의 내용과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나름 굉장히 몰입하여 본 영화였습니다.

많은 그의 작품을 영화로 만났지만 TV 영화 채널에서 지금도 종종 방영되는 ‘쇼생크 탈출’이나 오컬트적 요소에 더 끌렸던 ‘그린 마일’등은 세월을 거치며 몇 번을 재탕, 삼탕 해도 물리지 않더라는....

 

그리고... ‘미저리’의 광기와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의 후덕한 중년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돋보였던 연기파 배우 캐시 베이츠. 연기자로서 자기 색깔이 너무나 뚜렷하여 조역에도 단연코 눈에 띄는 그녀의 매력은 누구에게서나 쉽게 발견되어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오래 전 아주 흥미롭게 본 영화로, 몇 년 사이 잦아진 친딸 성추행 사건이 사회적 잇슈로 부각되면서 문득 떠오른 작품입니다.

돌로레스를 통해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이 감내해야 하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를 보여주고는 있으나 결론적으로 봤을 때 페미니즘 영화로 분류되는 것에는 개인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내용이었습니다.

암튼, 당시의 분노와 안타까움, 그리고 극중 인물의 성격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이 지금까지도 2% 부족한 채 미련으로 남아있습니다. 제작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 속 사회적 여건에 비추어 봤을 때 오늘날 여성의 현실은 그닥 큰 질적 발전은 없어보입니다.

혹자는 페미니즘 영화로 분류하기도 했던, 평균 별점 4개를 받아 낸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본 속으로 잠깐 들어 가 봅니다.

 

감독    테일러 핵포드

제작자이기도 하며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사관과 신사, 백야, 데블스 에드버킷, 캐리 등을 감독했습니다.

출연 캐시 베이츠 (돌로레스 클레이본 역), 제니퍼 제이슨 리 (셀레나 역),

쥬디 파핏 (베라 도노반 역), 크리스토퍼 플러머

 

뉴욕에서 기자 생활을 하는 셀리나 앞으로 어느 날 지방 신문의 한 기사가 팩스로 날아듭니다. 그녀의 어머니가 오랫동안 하녀로 일해 왔던 저택의 여주인이 살해되었으며 곁에 있었던 어머니가 혐의자로 구속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충격적인 상황임에도 사뭇 못마땅한 표정만 짓고 있는 셀리나를 부각시켜 복선을 깔아두지요. 영화는 시작부터 강한 임팩트를 가지고 관객의 호기심을 부추깁니다.

 

리나의 내키지 않는 귀향을 통해 돌로레스를 중심으로 한 시간은 잠시 과거로 회귀합니다.

 

귀향 후에도

여전히 겉도는 모녀.

셀리나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타인과 결코 교합할 수 없는 무지한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또 한 사람의 돌로레스인 베라. 그녀는 남아있는 시간을 견디기 보다........

 

남편의 상습적인 술주정과 지속적인 폭력으로 마음을 닫아버린 돌로레스는 이웃과도 담을 쌓고 살아갑니다.

피해망상에서 비롯된 그녀의 지나친 방어가 딸을 그녀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되고요.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셀리나는 모든 폭력과 억압으로부터 자신이 끝내 지켜내야 할 소중한 대상이었습니다.

 

저택의 깐깐한 여주인 베라에게 수모를 당하며 고된 하녀일을 묵묵히 이어 온 것도 오로지 딸의 교육비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을 남편에게 모두 빼앗겨 버리고, 설상가상 딸 셀리나까지 그에게 성추행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자기 방어적 본능이 비로소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저택 주인 베라가 의도적으로 흘려 준 말에, 돌로레스는 생각 속에 머무르고 있던 것을 행동으로 옮기게 되지요.

개기 일식 ... 모든 사람의 관심이 온통 하늘로 옮겨 간 그 날, 돌로레스는 사방이 어두워지는 순간을 기다려 술 취한 남편의 실수를 가장한 살인을 감행합니다.

 

 

모든 것이 엄마 탓이라는 셀리나의 원망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그녀의 귀향을 망설이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부정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아직 과거와 마주할 자신이 없는 셀리나의 무의식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고스란히 잠 재운 채 앞으로만 내닫습니다.울 속 그녀의 뒷 모습은 너무나 완강해 보였지요.

 

셀리나는 술과 약에 의존한 생활에 익숙한 듯합니다.  돌로레스는 딸이 과거를 마주하고 실마리를 풀어 갈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손을 내밉니다.

 

 

 

억압되어 있던 기억의 문이 열리면서 셀리나는 비로소 엄마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고 그녀를 위한 변호를  하게 됩니다.

 

happyending이라 하기엔  간이 조금 모자란 듯한 느낌입니다.

남성의 기득권 앞에 발가벗겨진 세 여자의 삶이 그냥 보상 차원에서 그친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