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삶의 덤/즐거운 애니

'반딧불이의 묘'/다시보기 강추.

헬로우 럭키 찬! 2018. 11. 18. 11:21
728x90

반딧불이의 묘/1988년


* 2014.06.19. 지브리 최초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 국내 개봉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올 4월 5일 별세. 향연 82세)





엄청난 여운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국내 관객들로부터 피해자 코스프레라며 지탄을 받기도 했으나,

그저 전쟁 속의 우리, 또는 그들에 이입된 가 먼저 보였거든요.


인터뷰를 통해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이렇게 전하고 있네요.

객관적으로 그렸을 뿐, 일본을 결코 정당화 시키려는 게 아니다.

원인부터 따지지 않으면 전쟁에 반대할 수가 없다.’


전쟁이라는 시대의 잔상을 직.간접 경험으로 형상화 시킨 작품이야 세상에 널렸고,

그에 대한 판단 역시 대중의 몫입니다만,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피아를 떠나, 역사를 알면 비로소 예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그 목적이 선동적이든,  자아 성찰적 진심이 담겨 있든.



어쨌거나 이 작품에 대해 고작 애니메이션일뿐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다만 사람이 먼저 보였을 뿐이었어요.

 

여전히 과거사로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 중이긴 하나

 지피지기 백전불태 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데,

절치부심切齒腐心에서만 그친다면 박제된 분노에 막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지 않을까요.


              


  

일본의 참상을 부각시키며 (연합군 또는 미군)에 대한 자국의 승리를 바라는 것은 객관적 이해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군국주의 일본이 전범국임을 잊도록 국민들은 그렇게 세뇌 당했을 터,

당연히 그 의지는 작품 속에 거짓 없이 반영되었을 거고요,

작가 또한 자신의 바운더리 안에서 전쟁에 대한 모티브를 끌어 온 것 뿐입니다.

 

그동안 숨기기로 말하자면 우리나라도 섭섭한 예가 많습니다.

6.25 당시 빨갱이소탕을 명분으로 미군과 함께 아무 것도 모르는 여러 마을 주민들을 몰살 한 사건들

(이렇다면 국군도 미군도 선량한 국민의 입장에서는 적입니다.),

제주 4.3항쟁이나 5.18 민주화운동,

멀리는 베트남 전쟁(어릴 적 교과서에는 어마어마한 정의군으로 묘사된)에서의 한국군의 만행...

후일 베트남 국민들로부터 가장 잔악한 한국인들이라는 뒷담화가 남을 정도로 외면하고 싶은 역사도 있어요.



이렇게 모든 나라는 자국의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부분만 부각시켜 보여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위정자들에겐 환경적으로 무척 이로운 여건을 만들어 주곤 하니까요.


어쨌거나, 이 작품이 일본의 평화교육을 위해 상영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최소한 내용에 대한 원인 정도는 제대로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신바람 특공대자랑질에만 연연하게 되면 결국 같은 역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 가미가제 특공대라고 하죠. 가미()와 가제(바람).



 

서설이 길었습니다.^^:

일단 이 재패니메이션의 원작은 따로 있습니다.

58(1967) 일본 문학상인 나오키 산주고 상의 노사카 아키유기의 동명 소설이네요.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지브리 스튜디오의 대표 감독인 다카하타 감독이 1988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고요,

2005년에는 텔레비전 드라마, 2009년에는 실사 영화로도 제작됐다고 합니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45향연 82세로 삶을 마감하셨네요.


 

2차 세계대전 종전 전.후의 효고현 고베 시 근교가 배경입니다.

해군에서 전사한(것 같은)아버지와 폭격으로 사망한 어머니 대신 어린 동생을 돌봐야하는 14살 세이타....

‘1945921일 나는 죽었다.’로 시작되는 세이타의 1인칭 주인공 시점에 호기심이 왕창 발동했어요.



종전 후, 

지하도인듯한 곳에서 죽어가는 '나'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나'의 영혼.  



 

사실 다시보기 하면서부터 포텐이 터지기 시작했어요.

첫 번째가 그저 일반적인 연민이었다면,

두 번째는 세이타의 영혼을 의식하면서 다시 따라 가 본 전쟁과 그 속에서 남매가 이어가는 절박한 일상, 그리고....., 정말 떼어 내서 치료하고 싶을 정도로 가슴이 저렸습니다. 










.....무려 30년 전입니다.

어떻게 이리도 디테일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는지.....몇 번을 돌려보면서도 매 번 놀라고 있어요.

 

다 먹은 과일사탕 통에 물을 넣고 흔드는 오빠에게 자기가 하겠다고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깝게 속삭이는 세츠코를 그려 낸 것 하며, 이제 막 변성기를 지난 세이타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연기해 준 성우를 초이스한 것에도.....사소한 것 하나에도 만 가지 정성이 감겨 든 것 같아 정말 감독에게 왕창 감탄했습니다.

 

전범자가 보이지 않더냐고요?

이념 때문에 박 터지게 쌈박질 했던 68년 전 그 전쟁 통의 우리와 닮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오던데요.

 

아니, 어느 나라가 전쟁을 일으켜서 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거야.’

하는 분노가 먼저일 것 같은가요?

장담컨대 처음부터 그럴 작정으로 달려들지만 않는다면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비통했던 장면이에요.

전쟁의 상흔 위에 들어 선 마천루와 대조되는 어린 두 영혼 .....


얘들아, 엄마 아빠 찾아 가야지 왜 아직도 여기서 방황하고 있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