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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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따라서..../2020년, 은퇴 첫 해

마음의 조각/김상용

헬로우 럭키 찬! 2020. 3. 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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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소설가, 번역문학가

많이 알려진 시로 남으로 창을 내겠소가 있으며

일제 강점기 매일신보에 발표한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등 총 3편의 친일 작품이 알려져 논란이 되었다.


미 군정 하에 강원도지사로서의 생활 며칠, 이후 이화여대를 거쳐 미국으로 유학하여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고 귀국했으나,

곧 발발한 6.25 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신하여 있던 중 어이없게도 식중독으로 사망했다는.

 

그래도 마음을 움직이는 시 한 편....

아마도 30년은 훨씬 넘은 듯, 책장을 정리하다가 누렇게 바랜 종이 조각을 발견하고 새삼 다시 원문을 찾아 옮겨 봤다.

 

마음의 조각- 김상용

 

1

허공이 스러질

나는 한 점의 무()-

풀 밑 벌레 소리에,

생과 사랑을 느끼기도 하나

물거품 하나 비웃을 힘이 없다.

오직 회의의 잔을 기울이며

야윈 지축(地軸)을 서러워하노라.

 

2

임금 껍질만한 정열이나 있느냐?

죽음의 거리여!

썩은 진흙 골에서

그래도 샘 찾는 몸이 될까

 

3

고독을 밤새도록 잔질하고 난 밤,

새 아침이 눈물 속에 밝았다.

 

4

달빛은

처녀의 규방으로 들거라.

내 넋은

암흑과 짝진 지도 오래거니 -

5

향수조차 잊은 너를

오늘부턴 또야 부르랴?

혼자 가련다.

 

6

오고 가고

나그네 일이오

그대완 잠시

동행이 되고,

 

7

사랑은 완전을 기원하는 맘으로

결함을 연민(憐憫)하는 향기입니다.

 

8

생의 길이와 폭과 무게녹아

한낱 구슬이 된다면

붉은 도가니에 던지리라.

심장의 피로 이루어진

한 구의 시가 있나니 -

하늘이 버리면

외로운 다람쥐처럼

이 보금자리에 쉬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