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삶의 덤/THANK YOU FOR THE MUSIC

레스피기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

헬로우 럭키 찬! 2012. 5. 20. 11:10
728x90

 

1879. 7. 9 이탈리아 볼로냐생/1936. 4. 18 로마 몰

 

처음 이 작품을 접한 것이 1977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세계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객원 지휘자는 주빈 메타 였고.

그 뒤 일부러 뒤져서 들어보지 않은 것은 아마도 내 취향 밖이었던 것 같다. 멜로디가 명료하고, 모티브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깔끔한 곡을 선호하는 무식한 나로서는 관현악 위주로 편성되어 남성미 철철 흐르는 이 작품이 편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바르톡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을 들었을 때의 복잡미묘함도 묻어 있는데다......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로마 시리즈 3개 중 ‘로마의 분수’와 ‘로마의 축제’도 역시 비슷하게 다가 왔는데, 최근에 로마의 소나무를 몇 번 들을 기회가 생겨 귀를 기울이니 나름 독특한 매력에 살짝 쏠리기도 했다는.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수도 로마의 대표적인 풍물과 그 역사적⋅신화적 이미지를 음악적으로 표현하여 대중에게 어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도 오늘날 그의 관현악곡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전체 내용은 현재의 소나무를 지켜보면서 고대 로마의 영광까지 아우르며 음악으로 보여주는 역사서 같은 곡으로 스케일이 큰 작품이지만 늘 가까이 두고 듣고 싶을 만큼 친근해 지지는 않더라고.

일단 레스피기의 역량이 최고조로 발휘되었다는 <로마의 소나무>는 ‘로마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작품이면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이며 로마 명승지의 소나무에 얽힌 4개의 이야기다.

 

 

보르게제 빌라의 정원

 

펌1

제1부 ‘보르게제 저택의 소나무’는 로마 시내의 중심부에 있는 16세기식 정원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분산화음과 트릴과 글리산도가 어지러이 교차하며 떠들썩하면서도 상큼한 느낌을 자아내는 시작 부분이 무척 돋보이며, 저음 악기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전체가 화사한 색채와 유쾌한 활기로 넘쳐나는 흥미진진한 곡이다.

 

 

카타콤베

펌2

제2부 ‘카타콤베 부근의 소나무’는 고대 로마의 기독교 박해 시대에 존재했던 지하의 비밀 분묘 겸 예배당에서 벌어지는 교인들의 집회 장면을 떠올리고 있다. 그레고리오 성가를 바탕으로 경건하고 신비로운 종교의식 광경이 느릿하고 묵직하게 펼쳐지며, 점차 고조되었다가 다시 가라앉는 흐름 속에서 한 차례 크게 떠올라 장엄한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중간부가 압권이다.

 

 

 

자니 콜로

펌3

제3부 ‘자니콜로의 소나무’는 테베레 강의 서쪽, 바티칸의 남쪽에 위치한 자니콜로 언덕을 배경으로 보름달이 뜨고 나이팅게일이 지저귀는 밤의 정경을 묘사한 곡이다. 피아노의 카덴차 풍 독주에 이어 약음기를 단 현이 아스라한 음의 커튼을 드리우면, 그 위로 클라리넷, 오보에, 트럼펫 등의 관악기들이 때로는 몽환적이고 때로는 관능적이며 때로는 우수에 젖은 선율을 연주한다. 전체가 환상적인 기운으로 충만한 아름다운 곡으로, 드뷔시 풍 인상주의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아피아 가도

펌4

제4부 아피아 가도의 소나무’는 기원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유명한 도로 위를 행진하는 고대 로마군의 당당한 위용을 지켜보는 환상을 감격적으로 그리고 있다.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군대의 발소리가 절묘하게 포착되어 있으며, 점진적으로 고조되어가는 기개 넘치는 흐름과 용맹스럽게 울러 퍼지는 팡파르, 장렬한 마무리가 대단히 눈부시다.

 

'삶의 덤 > THANK YOU FOR THE MUSI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르흐 스코틀랜드 환상곡  (0) 2012.06.03
바그너 탄호이저 서곡  (0) 2012.05.27
K2 그녀의 연인에게  (0) 2012.05.01
김영동 '초원', '어디로 갈꺼나'  (0) 2012.04.24
임지훈 '그댈 잊었나'  (0) 2012.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