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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따라서..../단상 또는 일상

김환기와 서성찬의 난투극

헬로우 럭키 찬! 2017. 7. 1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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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유영국전은 놓쳐버렸습니다.

되게 보고 싶어 했으면서(유독 꽂힌 작품이 하나 있기도 했고요.) 목전의 시답잖은 일부터 처리하느라 막날이 훌쩍 강 건넌 줄도 몰랐네요.


그러나.....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신사실파, 추상미술의 지평이라는 제목으로 김환기, 백영수, 유영국, 이규상, 이중섭, 장욱진의 작품 30점을 지난 5월부터 전시 중이었거든요.

813일까지...한 달의 시간을 확보해 뒀습니다.

전시 작가들에 비해 빈약한 숫자지만 무지한 이 눈에는 그저 과분할 뿐이죠.

오늘 한겨레 신문에서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기사 하나를 발견했는데요, ..........^^

  

    


    

 

기사 내용 펌] http://v.media.daum.net/v/20170712180606167?f=m&rcmd=rn

부산/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거장 김환기는 왜 부산작가와 난투극을 벌였나/2017.07.12.

    

피난 시절 임시수도 부산 미술판 분위기 되살린 이색기획전

부산시립미술관의 '..토벽동인'전과 '신사실파..'전 눈길

갈등·반목했던 국내 대표화가들과 지역 화가들의 60여년 전 전시 재조명

   

1953년 부산에서 열린 신사실파 전시에 참여했던 백영수 작가의 출품작 <장에 가는 길>. 당시 출품작을 2010년 다시 그린 것이다.


날벼락처럼 주먹이 날아왔다. 앞서가는 추상미술가로 주가를 올리던 화가 김환기는 갑작스런 일격에 코피를 줄줄 흘리며 나동그라졌다.

당하고만 있을 그가 아니다.

주먹 휘두른 낯선 사내를 붙잡으며 엉겨붙었다. 주먹다짐을 주고받는 난투극. 예술인들이 모인 다방 안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때는 1953년 여름.

휴전으로 환도를 앞둔 임시수도 부산 광복동의 한 다방에서는 훗날 야사에 오르내린 희대의 주먹다짐이 벌어진다.

화단의 기린아 김환기(1913~1974)를 다짜고짜 때린 이는 당시 부산지역 작가 서성찬(1906~1958). 서울서 피난온 작가들에 대한 지역 미술인들의 울분과 질시가 쌓여 폭발한 해프닝이었다자신과 김경, 임호 등 부산 지역 작가들이 결성한 토벽동인은 다방을 전전하며 전시장을 구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김환기, 장욱진 등 피난온 서울 작가들은 광복동 임시 국립박물관에서 신사실파동인전을 여는 특혜를 받은 것이 알려졌다. 게다가 미국대사관 쪽이 작품을 구입해주고 물감, 종이 등의 화구까지 사줬다는 소문이 퍼지자 부산 작가들은 격앙됐고, 감정을 누르지 못한 서성찬이 주먹을 휘두르는 사태로 번진 것이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지난 5월부터 차린 신사실파, 추상미술의 지평전과 부산미술, 그 정체성의 출발: 토벽동인전은 64년 전 난투극의 배경이 된 피난시절 부산의 양대 미술세력을 재조명하는 전시회다.  부산 미술인들이 처음 결성한 토벽동인과 피난온 서울 화단 중심 미술인들의 추상동인 신사실파의 주요 작품들이 마주 보는 전시장에 내걸렸다.

 

신사실파는 해방 뒤 처음 결성된 국내 추상주의 화가들의 동인이다. 김환기, 장욱진, 이규상이 주도해 새로운 사실(寫實)을 표방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47년 첫 전시를 했다. 전쟁이 발발하자 이들은 535월 광복동 국립박물관에서 ‘3회 신사실파전을 열면서, 유영국, 이중섭 등의 당대 유력 작가들을 추가로 합류시켰다. 서구의 흐름과 거리를 두고, 한국의 자연이나 전통과의 결합을 통한 토착화한 추상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반면, 토벽회는 533월과 10월 부산 시내 다방에서 1, 2회전을 열면서 추상을 배격하고, 민족적 형상성을 내걸었다. 토박이란 뜻을 지닌 토벽은 신사실파를 비롯한 중앙 화단 피난 작가들에 대한 강한 대결의식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며 형상회화라는 부산 지역의 특유의 화풍을 닦는 데 모태가 된다.

   


부산 지역 미술동인 토벽의 작가였던 서성찬의 대표작 중 하나인 <풍경>(1957).

언덕과 산을 중심으로 위아래 하늘과 집들을 짜임새 있게 배치한 화면의 구성력과 탁월한 색채 감각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수작이다.

부산 지역 미술동인 토벽의 작가였던 서성찬의 대표작 중 하나인 <풍경>(1957). 언덕과 산을 중심으로 위아래 하늘과 집들을 짜임새 있게 배치한 화면의 구성력과 탁월한 색채 감각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수작이다.

 

두 전시장에서는 신사실파 동인인 김환기, 유영국, 이규상, 장욱진, 이중섭, 백영수의 작품 29점과 토벽 동인인 임호, 김윤민, 김종식, 서성찬 등의 작품 22점을 당시 리플릿, 홍보물, 사진 등의 아카이브와 함께 구경할 수 있다. 출품작들이 대부분 망실돼 당시 전시장 모습이 충실히 재현된 것은 아니다. 신사실파전의 경우 산과 하늘 등이 등장하는 김환기의 50년대 대표작들과 장욱진 특유의 단순소박한 필치로 자갈치시장을 그린 작품, 잘 알려지지 않은 이중섭의 50년대 초반 작품 <뱀과 태양> 등이 나왔다. 요절한 이규상 작가의 50~60년대 에너지 넘치는 추상 구성 작품들이 재발견의 감흥을 안긴다.

 

토벽동인전에서 돋보이는 건 난투극의 주인공 서성찬의 작품들이다.

부산의 풍물과 경관을 주로 그린 그의 <언덕> <정물> 등의 작품들은 경치와 사물을 탁월한 구성력으로 화면에 배치하고 있고, 다채롭고 세밀한 색감 등도 인상적으로 와닿는다. 임호의 인물 초상들과 부산 대표작가로 지역 화단에 이름 높은 김종식의 항구 풍경 등도 눈에 들어온다. 당시 광복동, 남포동 등에서 문화예술인들의 집결지 노릇을 했던 다방과, 국립박물관 옛 자리 등에 대한 지도패널을 설치해 이해를 도왔다. 한국 화단 초창기 민족주의적 집단의식과 구상 추상 미술운동의 밑돌을 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부산 피난 시절의 미술계 재조명 측면에서 의미를 지니는 전시마당이다. 하지만 출품작이 아닌 후대 작품들로 대부분 채워진 전시는 장기간의 아카이브 수집 조사를 통한 미술사 전시의 본령과는 동떨어진 한계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낸다. 81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