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니 부모님 기일이다.
20여 년을 어머니 홀로 왕림하셨으니 이제 아부지 기일 맞춰 나란히 오시라 아뢴 것은 벌써 이태 전이다.
동생은 재택근무 중, 올케는 혼자 웬만큼 준비 다 끝내 놨고. 딸아이는 손주 온라인 수업 마친 후 이것저것 챙겨 달려 왔으며, 공주 조카 역시 마침 휴무에다 그리고 백수 첫 해의 나......
멀리 있는 큰 조카와 사위의 마음은 벌써부터 이곳에 닿아있을 것이다.
이렇게 예쁜 마음들만 있으면 되는 것을 .........
어쨌거나 기존의 모호하고 복잡한 기제 형식에서 벗어나, 평소의 테이블 웨어에 다양한 양념으로 제 맛을 낸 음식들을 적당한 자리에 차려 올린 우리만의 기제상이 완성되었다.
받드는 동생을 보고 있으니 문득 콧등이 싸아~~~
키우던 세퍼드 등에 올라타고 끼룩거리던 어제의 꼬맹이는 온데간데 없고 지천명을 훌쩍 넘긴 중늙은이가 부모님 전을 지키고 있어서....
남은 세월 동안도 자알 걸어 보자 사랑이들.
훗날 나의 자손들에게는 그저 추억하며 정담 나누는 오붓한 하루가 될 수 있기를,
그리고 서로 잘 지내고 있음을 전하는 뿌리 깊은 자리가 되기를......
와중에 세상 예쁜 우리 공주 조카는 막걸리가 제일 소중했나 보다.ㅎㅎㅎㅎ
눈이 와서 마을이 박속처럼 화안한 날
고향에 돌아와서 밥을 먹는다
80을 바라보는 엄마가 해준 흰 쌀밥 먹는다
90을 앞에 둔 아버지가
50이 넘은 아들 밥 먹는 모습 지켜보다가
귀 밑에 흰 머리칼 하나를 뽑아 준다
눈꽃이 전설처럼 피어나는 동화 속 마을에서
- 김용화, 세월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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