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5.(화)
계명산 자연휴양림 10시 퇴실→만휴정→건천5일장→만불사
이미 동은 텄으나 숲속의 집은 여즉도 햇살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조심조심 먼저 이부자리에서 빠져나오는 사이, 누군가의 기상까지 한참을 기다린 것 같은 녀석이 반가운듯
초롱한 자태로 곧추앉았다.
오랜만에 낯선 곳에서 눈을 뜬 녀석의 상태가 꽤 괜찮아 보여 ‘좋아?’ 했더니 '응’하며 고개를 끄덕여 줬다.
다행이다.
가끔은 낯선 공기를 감지하며 기상하는 것도 뇌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 되기도 하니까.
여유롭게 식사를 마친 후 들어 선 이곳은 만휴정이다.
일단 주차장에서 만휴정 쪽을 향해 한 컷 남기고.
연산군의 폭정을 피해 은거한 문신 김계행과 정자에 대한 설명이 요기.
후와~~~!!!!!
인적 없는 몇 개의 허름한 집 뒤에 이런 비경이 있을 줄....
tvn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촬영지로 헌팅되어 더 알려진 곳이다.
손발이 얼어 붙을 것 같은 영하의 날씨가 무색해질 만큼 극강의 운치를 보여준 만휴정.
얼음 밑에 물고기가 많이 있어~!!!!! 이 날씨에 냉동어 아닌 것이 신기한 듯 자연에 매료된 손주와
아랑곳 없이 그 위에서 'I am here'에 열중하고 있는 키덜트들.
각자의 관심은 이렇게 나눠지고...... ^^
▶ 영천 만불사
입 벌어진다.
30여 년 동안 몇 개의 산을 죄다 갉아 먹으며, 지금도 계속 조성 중인 거대 사찰.
성인들 중 누가 이렇게 교회와 사찰의 맘모스형 껍데기에 환호하셨을까.
홈페이지 인사말에는 ‘만불회가 물질문명이 주도하는 21세기를 이끌어갈 새로운 사상, 즉 화엄사상에 입각한 정신세계를 구축하려는 만불회의 대서원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새로운 사상’과 ‘화엄 사상’이 어떻게 동일시 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물질문명으로부터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사상은 이론적으로 공산주의밖에 없을 거 같구만.
자고이래 대중을 이용하여 시대를 풍미하는 종족이야말로 물질과 권력을 탐하는 정치꾼들과 종교지도자들아니던가.
특히 중세의 두 집단은 오월동주에 비견되기도 하니.
재삼 주장하는 바이지만 ‘인간의 구원은 인간으로부터’라는.
붓다든 예수든 지구별에 발 한 번 잘못 내딛는 바람에 어쨌거나 사후 고생이시다.
인간은 홀로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부처 또한 깨달음의 순간에는 혼자였던 것처럼.
인간의 입술을 통해 교묘하게 변질된 신은 그저 섬김의 대상일 뿐 결코 나를 비추어주지 않는다는 거.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혼자 만들어낸다.
꽃이 홀로 피듯이.
- 문정희
소원 내려놓고 종 3번 쳐보는데 천원^^
녀석의 소원은 이루어질라나.ㅎㅎ
별천지 구경에 신난 사랑이들.ㅎ
부도의 행렬.
어떤 자격으로 안치되는 걸까, 사뭇 궁금했으나...
아미타 영천대불
허나 역시
참 수행은
길을 떠나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는 듯싶다
길이 곧 깨달음의 스승이다
다시
길 떠날 채비를 해야겠다.
김낙필 ‘여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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