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삶의 덤/영화, 프레임 속의 세상

아름다운......시절

헬로우 럭키 찬! 2009. 5. 19. 08:10
728x90

 

♣ 아름다운 시절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잠시 기억의 가장자리로 떠오른 영화, '아름다운 시절'.

그리움이 삶의 두께만큼 쌓인 그 옛날의 산천을 배경으로, 50년대 초 우리 부모님, 조부모님의 고단한 삶을 12살 성민이의 시선으로 넘어다 볼 수 있는, 이광모 감독의 1998년 작품입니다.


내용과 오차 없이 맞아떨어지는 산골 배경은 영화 외적인 볼거리로 흘려버린 기억을 자극하는 역할 또한 톡톡히 해내고 있어요.

또 흥미로운 것은 상황을 마치 멀리서 지켜 보듯 한 장면을 길게 다루고 있다는 점인데요(전문 용어로 롱테이크 기법이라는...),

주인공을 클로즈 업 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법도 없고 심지어 대사 역시 관객이 알아 듣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무심하게 처리해 버려 자칫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 마저 듭니다.

이처럼 객관적인 담담한 이야기 전개가 오히려 관객에게 더 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만.....


 

6.25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1952년, 미군이 주둔해 있는 어느 작은 마을....

속에서 우리가 누군가를 통해 몇 번 쯤은 들었음직한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제목처럼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그들의 삶이 영화 속에 질펀하게 녹아 있는데, 이 아름답다는 의미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더군요.

단지 지난 시절이기 때문만도 아닐 터, 하여 한 발 물러나 들여다보니 내가 보는 '고통'이란 주관적인 나의 현재를 투영해 본 것일 뿐 그들은 상황에 순응하며 희망 속에 그만큼의 삶을 즐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아름답기도 하고 얼핏 나른한 느낌 마저 주는 구비 구비 산골 마을....

사실 묘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기 위한 이광모 감독의 100여 차례에 걸친 여정으로 낙점된 곳이랍니다. 경남 의령군 궁류면 한우산 계곡과 이제는 전국적으로 많이 알려진 순천의 낙안읍성 민속마을인데요, 라스트 신에서 주인공 가족이 우마차에 짐을 싣고 끝없이 펼쳐진 산자락을 따라 떠나가는 모습으로 인생의 역경을 표현한 곳이 바로 이 한우산 자락이라네요.

그들의 척박하기만한 생활과, 끊어질 듯 이어져 낮게 깔리는 애절한 가락이 한없이 구슬픈 영화 '아름다운 시절'....

요즘 세대들에겐 공감대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100여 차례에 걸친 장소 헌팅, 장면 당 최고 32회의 촬영기록, 18회의 색보정 등 한국영화사에 남을 만한 기록을 세운 작품이라고 하는데, 예술영화는 흥행이 안 된다는 통념을 깨고 관객동원에도 그럭저럭 성공했다는...

제36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하여 총 6개 부문을 수상하고

제11회 동경국제영화제 금상,

제4회 인도 케라라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하와이국제영화제 대상 등

국제영화제에서 최다수상을 기록한 예술영화입니다..


 

카메라 시선이 워낙 멀어서 목소리만으로 표정을 느껴야 합니다. 

        

     굳이 줄거리는 생략하고요.

일단 보시고. 이단도 필요하시면 뽀오너스로 마지막 4분의 촬영지가 되었던 한우산 소개를 해 드리죠~~ ^^



더보기

* 남해고속도로 군북 IC →의령 →정곡 →궁유(평촌) →벽계계곡 →한우산 촬영지


한우산 (764m)은 자굴산으로부터 이어지는 맥으로 산세가 웅장하고 골이 깊어 곳곳에 기암괴석이 연출하는 절경이 즐비한 가운데 흐르는 계곡이 시원스럽다. 이 계곡은 여름에도 찬비가 내린다 하여 찰비계곡 이라고도 부르며 한우산 자락에서 내려오는 계곡의 길이가 3km에 이른다.

곳곳에 전설이 서려 있는 농소와 각시소 등이 운치를 더하는 가운데 봄이면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고 여름에는 싱그러운 숲이 울창함을 더하고 가을이면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겨울이면 계곡 따라 즐비한 바위틈새에서 고드름이 주렁주렁 열려 겨울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