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8.(금)
갯바위 출조.
이렇게 서두를 꺼내니 마치 내가 전문 조사쯤 된 것 같네.^^;;
전 주부터 설왕설래해 온 계획이었고, 휴가받은 동생에 얹혀 물 때 좋다는 평일 새벽 4시 배에 오르게 된 사연이 있었다.
전날 동생 내외와 함께 가덕도 가까운 진해 딸네서 하룻밤 신세 진 후, 다음날 산발적으로 뿌려대는 빗속을 달려 도착한 가덕도 대항마을.
흠머, 우리만 유난한 줄 알았더니!!
3일째 내리는 비도 아랑곳없이 선착장에 몰려든 조사들의 수는 열 손가락으로 헤아려지지 않더라는 ...ㅎ
오락가락하며 모자를 두들겨대는 비, 그저 깜깜깜깜한 바다, 젖어서 더 미끄러운 갯바위를 오르다 쭐떡 미끄럼 타는 꾼들, 게다가 그저 너른 바위가 아니라 90도에 가까운 경사면을 올라 몇 발의 운신도 버거울 것 같은 좁은 공간에서....헉!
그렇게 커져 버린 공포는 희뿌옇게 주변이 밝아올 때까지 상상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낚싯대 드리우고 얼마나 있었을까.
입질 한 번도 없어 확인 차 들어 올렸다가 혼자 입 틀어막고 컥컥댔던 황당한 사건.
바다에 떨어진 줄 알았던 바늘이 동생의 낚시가방에 박혀 있었던 거였다.ㅎ
뭐, 이후에도 오늘따라 너무나 인색했던 바다.
이런 바위
잡어 몇 마리 되돌려 보내던 동생은 그래도 이런 거 낚았다.
감성돔 27cm.
육지 가까운 곳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어종이라 꾼들은 요맛 찾아 그 위험한 갯바위를 기어오르나 보다.^^;;
내가 건지 것처럼 폼이라도 한 번 잡아 보라고 해서....^^;;
수확이 있던 없던 뭔가 묘한 이끌림이 있었던 갯바위 낚시.
우비로 스며들 것 같은 폭신한 비도, 낚싯대 드리운 채 멍때리고 보는 수평선도, 발아래에서 용용 거리는 바다의 춤사위도 제법 신선했던 경험,
공포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기회가 닿으면 또 올 수 있을 것도 같았지만 그땐 초오큼 더 밝은 날이었음 싶었네.
1시 배로 빠져나오면서 본 갯바위에는 꾼들로 빼곡하다.
칠흑 같은 어둠과 밀물에 잠겨있던 바위는 이제 거의 제모습을 드러내면서 너그러움까지 뿜뿜하고 있다.
대항마을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오세영 '바닷가에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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