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소설가, 번역문학가
많이 알려진 시로 ‘남으로 창을 내겠소’가 있으며
일제 강점기 매일신보에 발표한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등 총 3편의 친일 작품이 알려져 논란이 되었다.
미 군정 하에 강원도지사로서의 생활 며칠, 이후 이화여대를 거쳐 미국으로 유학하여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고 귀국했으나,
곧 발발한 6.25 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신하여 있던 중 어이없게도 식중독으로 사망했다는.
그래도 마음을 움직이는 시 한 편....
아마도 30년은 훨씬 넘은 듯, 책장을 정리하다가 누렇게 바랜 종이 조각을 발견하고 새삼 다시 원문을 찾아 옮겨 봤다.
마음의 조각 - 김상용
1
허공이 스러질
나는 한 점의 무(無)로 -
풀 밑 벌레 소리에,
생과 사랑을 느끼기도 하나
물거품 하나 비웃을 힘이 없다.
오직 회의의 잔을 기울이며
야윈 지축(地軸)을 서러워하노라.
2
임금 껍질만한 정열이나 있느냐?
‘죽음’의 거리여!
썩은 진흙 골에서
그래도 샘 찾는 몸이 될까
3
고독을 밤새도록 잔질하고 난 밤,
새 아침이 눈물 속에 밝았다.
4
달빛은
처녀의 규방으로 들거라.
내 넋은
암흑과 짝진 지도 오래거니 -
5
향수조차 잊은 너를
오늘부턴 또야 부르랴?
혼자 가련다.
6
오고 가고
나그네 일이오
그대완 잠시
동행이 되고,
7
사랑은 완전을 기원하는 맘으로
결함을 연민(憐憫)하는 향기입니다.
8
생의 ‘길이’와 폭과 ‘무게’ 녹아
한낱 구슬이 된다면
붉은 ‘도가니’에 던지리라.
심장의 피로 이루어진
한 구의 시가 있나니 -
‘물’과 ‘하늘’과 ‘님’이 버리면
외로운 다람쥐처럼
이 보금자리에 쉬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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