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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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慧勝이네/with 딸

딸네 이사 날....'손 없는 날'이 주는 또 다른 의미

헬로우 럭키 찬! 2013. 9. 2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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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올려다 본 하늘이 며칠 전보다 훨씬 멀어져 보입니다.

낮 동안의 바람도 제법 선선하고요.

영원히 머무를 것처럼 기고만장하던 징한 여름이 9월의 끝자락을 보고서야 꼬리를 내렸습니다. 운신하기 좋은 날씨에 탄력을 받은 딸네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급하게 구해 살던 집이 생활하기에 불편하다고 몇 달 힘들어하더니 이번 참에 쌍방 복비까지 감수하면서(다행히 첫 입주라 복비는 탕감되었네요.^^) 서둘러 집을 구입해 옮기게 되었습니다.

하여서 나름 ‘손 없는 날’이 언제일까 싶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지요.^^

몇 번 집을 옮기면서도 별 생각없이 주변에서 좋다는 날을 선택했던 터라 의미를 되짚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번에 알게 된 ‘손 없는 날’이란, 이사 뿐만 아니라 결혼이나 개업, 집을 고친다던가 물건을 집으로 들이는 등의 중요한 날 ‘손’님(악귀)의 해코지가 없는, 한 달 중의 ‘좋은 몇 날’이랍니다. 이 손님은 한 곳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동서남북 사방으로 다니면서 특별한 날을 골라 훼방을 놓거나 심술을 부리며 당사자들에게 해를 입힌다고 하더군요.(어쨌거나^^)

다음 표는 음력 기준으로 본 ‘손님’이 머무르는 방향이랍니다.

 

1일, 11일, 21일 : 동쪽

2일, 12일, 22일 : 동남쪽

3일, 13일, 23일 : 남쪽

4일, 14일, 24일 : 남서쪽

5일, 15일, 25일 : 서쪽

6일, 16일,26일 : 서북쪽

7일, 17일, 27일 : 북쪽

8일, 18일, 28일 : 북동쪽

여기서 빠진 날이 있어요.

9일과 10일이죠.

다시 말해 음력 9일, 10일, 19일, 20일, 29일, 30일이 좋은 날이 됩니다.

이 날은 손님께서^^ 무슨 연유에서인지 잠시 하늘에 다녀오는 날이라 이승에는 존재하지 않는 고로 뭘 해도 괜찮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손님이 있는 날이라도 방향에 따라서는 길일吉日일 수 있지요.

 

명리학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날이라고는 하지만 단순히 민간신앙으로 구전되어 오는 미신이라고 홀대하기엔 왠지 아득한 이유가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만사불여튼튼이라고....무사무탈의 염원이 담긴 선조들의 防風장치라고 생각하면 그저 다정한 느낌만 남지 않겠습니까.

지키든 무시하든, 그것은 개인의 의지입니다.

 

 

정성은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기적은 누구에 의해서가 아닌, 사람의 간절한 염원을 먹고 자란 희망의 완성입니다.

돌, 나무, 깃발...이런 것들은 정신적 추상의 세계를 가시화하기 위한 상징물에 불과할 뿐,

이것을 표면화시켜 미신이라 매도한다면 세상의 모든 종교 자체가 미신일 수밖에 없습니다.

문득, 다락방 한 구석에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었던 어머니의 하얀 정한수 그릇이 생각났습니다.

모두 잠든 신새벽, 삐걱대는 다락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 가 매일 깨끗한 물로 바꾸시며 손을 모으시던 어머니.....

그리움이 코 끝부터 밀려 옵니다.

 

사진 출처 http://cafe.daum.net/yassengsansam/QSg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