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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덤/영화, 프레임 속의 세상

기대했던 영화 '화장'/뭔가 아쉽고 조금은 갑갑한...

헬로우 럭키 찬! 2015. 4. 1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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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장

감독 임권택

출연 안성기, 김규리, 김호정,

 

 

화장보러 가자, 롯데 시네마(해운대).‘ 올케의 깜짝 제안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2006년 이상 문학상 대상 작품이란 타이틀에 끌려 책장을 열었지만, 같은 중년이면서도 원작에서는 공감할 수 있는 모티브를 잡아내지 못 했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통해 재탄생되어진 영화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일상적인 담담한 문체가 단편임에도 살짝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두세 번으로 나눠 읽었는데....절제된 심리묘사만으로 스토리를 끌어가야 하는 내용이니 만큼 작은 인내가 필요한 작품이었습니다.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이자 안성기의 128번째 작품(!!) '화장'...솔직히 감독의 커리어에 대한 믿음보다 캐스팅한 배우가 안성기라는데 더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化粧火葬에서 시사하는 상반된 의미를 해외에서는 왜 레비브레Revivre라는 제목으로 상영하게 되었을까 하는 호기심도 상당했고요.(프랑스어로 재생’, ‘살아나다’,라는 뜻입니다.)

 

인터뷰 중, ‘죽음을 지켜보는 연기를 하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을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 "이제는 살아가기보다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할 나이다. 정말 뻔한 이야기이지만, 죽을 때는 아무 것도 가지고 갈 수 없지 않나. 모든 걸 내려놓고 욕심이나 집착을 버리려한다. 물론 어렵다. 아마 끝까지 무언 갈 잡으려하고 집착하려 할 거다. 욕심을 잘 버려야 아름다운 삶이 완성될 수 있을 것 같다. 죽기 전 가장 큰 소망이 있다면 힘이 닿는 데까지 영화를 하는 거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객이 날 보고 싶어 할 때까지 연기를 하다가 관객의 시야에서 '' 사라지고 싶다."

삶과 연기에 대한 그의 철학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주제는 잘 갖춰져 있다 해도, 제한적인 장소와 복잡하고 세밀한 심리묘사가 대부분인 소설을 임감독은 어떻게 영화로 그려내려 했을까....“영화라는 것은 나이만큼 살아낸 세월에서 쌓은 경험들이 누적된 것을 영상으로 옮기는 일이고 세상 살아가는 것에 대한 사려 깊은 것들을 담아낼 수 있다는 뜻이라는 한 마디가 오지랖 쩌는 제 견해에 일격을 가했습니다.

 

 

케도...추은주의 지나친 부각은 오상무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원작의 메시지가 상대적으로  희박해진 것 같아 조금...아쉬웠습니다. 임권택표 연출의 한계가 보였다고나 할까요....아무래도 한국사회에서의 뿌리 깊은 사고의 틀을 넘어 선다는 것이 고령의 감독에겐 힘들어 보였습니다.


흩어지는 생각과 현실의 무게에 금방이라도 까무룩히 꺼질 것만 같은 중년의 고뇌와 처연함을 온 몸으로 표현하신..... 더 이상의 연기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평범 이상의 의미를 찾아 내는 것이 역시나 제겐 역부족이었고요. ㅎ

 

 

 

암튼 영화는 원작의 가장자리를 맴돌았던 것 같은 아쉬움이 많이 남아버렸습니다.

 

원작자 김훈씨는 영화를 보니까 그래도 살아가야한다는 것의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고 합니다. 안성기는 순화되는 삶을 생각했다. 지금은 힘들지만 금방 또 반복되는 삶을 시작해야하는 발걸음을 연기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영화로써 그렇다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 사이에서 인간의 심리에 작용하는 무형의 어떤 존재를 들여다보고자 했던 것이 살짝 오버였던 것 같기도 했네요.

차라리 책 읽지 말 걸.....^^;;

제목에서 받았던 신선한 충격이 영화에서는 보편과 희석되어 버린, 그러나 해외 상영을 위한 제목으로는 충분했던....배우 안성기씨의 연륜이 고스란히 녹아난 영화 레비브레였습니다.  

 

  * 4/20 ......지금 막 평점을 보고 왔는데...우째 ...완전 극과 극!!!

     대부분의 영화들이 큰 차이 없이 평이 갈리는데  10점과 0점이라니... 

     10점이 엄청 많은 이유가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