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지 : 육지의 물고기 Fish on Land , 2011
감독 이세야 유스케
출연 니시지마 히데토시 , 모리야마 미라이 , 유키 나에 , 아라이 히로후미
공식 홈피도 없고, 페북이나 트위터도 하지 않고, 데뷔 이후 20여 년간 특별한 스캔들 하나 없이 다작(시나리오에서 특별히 편애하는 작품이 없다는 것은 자칫 배우로서의 가치가 낮아 질 수도 있을 법 한데....) 배우의 반열에 오른 걸 보면 멜랑콜리한 표정만큼이나 요란스러운 걸 무척 싫어하는 사람 같습니다. 어쨌거나 아직까지는 참 느낌이 좋은 배우입니다.
‘사요나라 이츠카’ 이후 니시지마의 매력에 압도되어 그의 출연작(영화를 중심으로)을 찾아 다녔습니다만 ...그의 장점을 그나마 근접하게 끌어 낸 영화로는 ‘세이지:육지의 물고기’밖에...
원작 소설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것 같고요.
뭍에서 연명할 수 없는 물고기의 운명을 짊어진 세이지...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캐릭터가 니시지마 고유의 이미지와 부합되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에 자리 보전하고 앉았습니다.
하지만 침묵의 위로나 구원 같은 거창한 구호에 비해 세이지의 존재감은 너무 미미해 보였습니다.
일단 이세야 유스케 감독의 이력부터 더듬어 봤습니다.
아..그런데 제가 무지 좋아하는 애니(만화 원작입니다.) ‘허니와 클로버’의 영화에서 매력적인 괴짜 모리타 역을 맡은 분이었네요. 그 외 단역배우로 여러 영화에 출연하였고 ‘카쿠토’ 이후 두 번째로 메가폰을 잡았고요. 세상에 대한 애정이 깊어 리버스 프로젝트(Re-birth project)에 입각한 환경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 작품 역시 그 일환으로 제작되어진 것이라는데.....그의 이러한 사고는 동물보호단체 회원에게 한 말씀 날리는 세이지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인간이 너무 많을 뿐이야. 멧돼지가 살 곳이 있었다면 마을에 내려오지도 않았겠지. 동물들이 살 수 있어야 인간도 살 수 있어. 둘이 충돌되면서 그 최전방에 농부들이 있는 거고 그 뒤에 오십억 인간들이 북적대며 살고 있는 거야. 진심으로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으면 얼른 목이라도 메달고 지구를 위해 인구 한 명 줄여주면 되는 거고...권총만 멧돼지랑 사슴을 죽이는 게 아니라 당신 향수나 내가 운전하는 차나 그런 것들도 모든 걸 파괴하고 생명을 빼앗는 거고...’
암튼 이세야 유스케 감독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에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 사쿠타로의 고교생 역할을 맡았던 모리야마 미라이가 9년이 흐른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이 작품을 통해 화자인 ‘나’의 젊은 시절 역으로 등장합니다.
습관화된 일상에 감각없이 살아 온 40대 직장인인 ‘나’는 누군가로부터 ‘House 475 project’ 라는 기획서를 받게 되고, 그것은 20년의 시간을 뛰어 넘은 기억 속으로 ‘나’를 끌어 들입니다.
‘나’는 대학시절 마지막 여름방학 중 객기 같은 자전거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도중 트럭에 치여 가벼운 상처를 입습니다. 치료 차 운전사가 데려 간 곳은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외딴 숲 속 ‘House 475’라는 허름한 까페였지요.
세이지가 흘러 든 곳이고 상처 투성이 여주인 쇼코와 각각의 사연을 짊어진 근처 단골들이 마음을 풀어 놓는, ‘나’에겐 꽤나 흥미로운 곳이었습니다. 여행자로 불리며 아르바이트 겸 눌러 앉은 '나'의 눈에 특히 세이지라는 인물은 왠지 모를 경외의 대상이었고 ‘나’의 눈은 늘 그의 뒤를 좇고 있습니다.
부모의 폭행으로부터 동생을 지키고자 살인을 선택했던 어린 세이지는 이제 세상의 폭력 앞에 노출된 사회적 약자를 되돌아 보게 됩니다.
그러나......
며느리, 손녀와 함께 살고 있는 맹인 할아버지의 About 세이지 :
‘언제부터인간 인간은 지구의 암세포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지. 세상을 잘 알게 되면 자신의 무력함만 깨닫게 되고 결국엔 절망만 남아. 우리 같은 인간은 무심하기 때문에 살아 남을 수 있는 거야.’
까페 여주인 쇼코의 About 세이지 :
‘세이지는 육지의 물고기 같아. 세상에 불행한 이가 한 명이라도 존재하는 한 자기도 행복해 질 수 없다고 세이지는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어. 그게 세이지의 마음이 늘 외로움과 슬픔으로 가득 찬 이유 같아....이 세상에서 살기를 포기한 생명체...
여름방학의 끝 무렵 ...맹인 할아버지의 며느리가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하고 세이지와 가깝게 지냈던 손녀도 왼 팔을 잃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어린 손녀는 그 충격으로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지요.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염려가 아이를 향해 있던 순간에 세이지는 오히려 외면하며 겉돌기만 합니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음에도 자책으로 방황하던 세이지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죠.
영화의 메시지가 세이지에게 압축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그의 돌발 행동은 납득하기 쉽지 않은 게임처럼 보여 졌습니다.
물론 영화는 주제의 틀을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20년 뒤 그 곳을 다시 찾은 '나'는 예쁘게 잘 자란 소녀를 보았지요.
그녀는 말하고 있습니다.(할아버지의 신은 죽었지만)'나의 신은 영원히 가슴 속에 살아 있습니다.'
엔딩 크레딧 뒷 쪽으로 세이지가 몰고 다녔던 벽돌색 구루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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