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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영화는 영화다.

헬로우 럭키 찬! 2013. 12. 3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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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쯤은 ‘관상’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대충, 현실에 근거한 다양한 군상들의 운명을 다룬

옴니버스 형식이 될 것 같다고 언젠가 문득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삼국시대 승려들에 의해 중국으로부터 도입되었다는 관상학은 오늘날에도 다양한 곳에 활용이 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더 나은 운명을 기대하며 성형이라는 보다 심각한 상황까지 초래하고 있습니다.(물론 미용 목적도 맞물려 있긴 합니다.)

‘광해/왕이 된 남자’와 함께 시대를 거슬러 역사적 사건의 틈 속에 가상의 모티브를 심어 재구성한 영화 관상은 메이킹 필름(제작과정은 재미와 함께 늘 손발이 제대로 오그라드는 장면들이 많습디다.^^;;)부터 보다가 참 흥미로운 스토리구나 하면서도 그닥 구미는 당기지 않았습니다만 사위가 다운 받아 온 김에 작은 화면으로나마 소박하게 감상했습니다.

 

‘그 어떤 영화들에서도 볼 수 없었던 꿈의 캐스팅, 놀라운 조합에 캐스팅만으로도 믿고 볼 수 있는, 꼭 봐야 하는 영화’라는 휘황한 홍보에 기대었지만 보다보니 관점에 따라 평이 확연하게 나뉠 수 있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제 넘어 서서 얘기하자면 살짝 부실한 역사적 고증이 아쉽기도 하고 주와 객이 혼재되어 버린 듯한 내용에 몰입할 수가 없어 자주 서성이기도 하였습니다. 아마도 관객의 기대를 앞서 부추긴 멀티캐스팅의 부작용이 아닐까 하면서요. 

 

 

계유정난은 희비극이 극명하게 엇갈린 역사적 사건입니다.

장차 사자 우리 속에 남겨질 어린 자식에 대한 문종의 눈물겨운 부성애와 결국에는 비명횡사한 단종, 문인 우위 사회에서 무인으로서 세력의 중심에 있었던 김종서의 피살, 당시 조선 유학사회의 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키고 기회를 손에 넣은 세조와 세조의 곁을 지키며 죽는 날까지 최고 권력을 행사했던 한명회.......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극적인 이 사건에, 독특한 소재를 가미하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감독의 발상은 나름 참신했지만 ‘광해’에서 느꼈던 공감의 소통은 다소 뒤떨어진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용장 김종서는 이 영화에서 백윤식의 아우라가 아니었다면 자칫 급이 저렴한 선조로 남을 뻔 했습니다.

 

 

비주얼로 들이대자면 수양이 으뜸입니다.^^ 조폭처럼 등장하는 신에서 마치 퓨전 사극 한 편 감상 중인 것 같았던.....사실 왕족 수양의 입장에서 보면 일개 무인에게 왕권이 농락당할 수도 있을 거라는 기우를 가질 만도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최근 그의 업적을 놓고 계유정난의 정당성을 거론하고 있으나 집권 이후에도 계속된 일련의 잔혹한 행위들은 긍정적 평가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화의 끄트머리에서도 그의 잔인성을 한 장면에 담았습니다.

 

영화 ‘관상’의 소재가 담긴 역사적 사실은 이처럼 무겁고 어두운 스토리를 내포하고 있지만 관객에게 넘겨주는 무게는 너무 가벼웠다는 아쉬움도 함께 남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분위기 메이커 조정석의 연기력에 대한 사람들의 평은 아주 좋습니다.^^ 여기서도....개인적으로는 2%만 덜어냈다면 훨씬 더 자연스럽게 배경과 어우러졌을 거라는 욕심이었습니다.

 

사실에 뿌리를 둔 만큼 고증에 충실해야 하는 책임감 또한 소홀히 할 수 없었을 터입니다. 하지만 관상쟁이 내경이라는 인물에게 너무 큰 비중을 할애함으로써 역사적 사건은 물론 정난 당시의 중심 세력들이 지나치게 폄하된 모양새가 되어 버렸습니다.

암튼, 역사적 무게를 덜어내지 않고 관객에게 재미를 동시에 퍼 준 ‘광해’와는 또 다른 방향으로 다가서야 할 것 같았던 영화 ‘관상’이었습니다.

 

 

몰락한 양반가의 자손이자 천재 관상가 내경은 처남 팽헌, 아들 진형과 함께 마을과는 떨어진 산 속에서 그냥저냥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찾아 든 기생 연홍의 권유로 곡절 끝에 조정에 까지 발을 들여 놓게 되었고 결국 조선의 운명이 뒤바뀔 역사적인 사건의 중심에서 관상보기 하나로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됩니다.

 

잘 모르겠어서....꼭 필요한 역할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