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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헬로우 럭키 찬! 2023. 3. 2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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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목)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자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스즈메의 문단속'이 개봉 2주가 지난 현재 2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개봉 다음 날인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위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약 6배의 차이를 보이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는 ‘스즈메의 문단속‘.

일본에서는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면서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스즈메. 일본 도처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찾아 닫는 판타지 어드벤처. 일본 특유의 오컬트를 소재로 한, 내가 무쟈게 좋아하는 장르다.

 

이 정도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 작품을 섭렵한 나로서는 엉덩이가 들썩일 수밖에.

개봉 일은 벌써 메모해 두었으나 차일피일 미뤄오다, 오늘 쏟아지는 비를 뚫고 전날 예매해둔 티켓을 폰으로 다운 받은 뒤 롯데시네마 서면점으로 go!

 

상영시간 10시까지 30여분이 남은 로비는 터엉~. 

2등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까지 이동 중에 찰칵한 9층 상가
매표소 전경

 

한국 드라마 ’도깨비‘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는 감독은 한국 가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영화를 만드는 목적 중 하나가 한국 방문이라고도 했다는 후문.

이러한 감독을 시기한 중국은 감독에게 혐한 이미지까지 만들어 씌웠다나.ㅎ

 

 

 

1위 '스즈메의 문단속'에 이어 '더 퍼스트 슬램덩크',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이 나란히 2, 3위에 오르며 현재 극장가에서는 재패니메이션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그렇다면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실은 어떨까.

얼마 전 만화 ‘검정 고무신’의 이우영 작가가 저작권 문제로 인한 갈등을 겪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러면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 저해 요인으로 그와 같은 지적 재산권 보호의 부실과, 대부분 아동용 제작에만 치중되어 있어 관객층이 넓지 못하다는 것을 들었다.

 

기술과 창작력을 다 갖췄으면서 디즈니나 일본 지브리처럼 다양하고 보편적인 소재로 전 세대의 관심을 아우르는 작품이 없다는 것에도  이유가 있다. 원작자가 극장판 애니메이션 등에 참여하는 것이 어려운 환경이다 보니 선뜻 나설 수도 없는 국내 만화계의 현실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속상하다.ㅎ

암튼 부럽게도 호평일색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스즈메의 문단속’ 트리비아를 공개했다는 거.

 

OSEN 기사를 요약해 보면,

1.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반려묘 이름은 '스즈메'

감독의 작품 중에서 주인공 이름으로 영화 제목을 지은 것은 '스즈메의 문단속'이 처음이다. 스즈메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참새’라는 뜻이며 우리의 일상을 상징한다. 작품 제작 중 입양한 고양이에게 붙여준 이름이 ‘스즈메’인데 그 이름을 따왔다.

2. 다이진을 고양이로 설정한 이유

참새라는 뜻의 스즈메가 일상을 상징한다면 고양이 다이진은 자연의 변덕스런 모습을 상징. 감독은 “굉장히 잔잔하고 아름다웠던 바다가 어느 순간 쓰나미를 일으켜서 마을을 덮치기도 한다. 그러한 자연은 인간이 절대로 콘트롤 할 수 없다. 이 자연과 고양이가 닮았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3.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직접 만든 소타'의 주문

재난의 문을 닫기 위한 남주 소타의 주문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직접 만들었다. '아뢰옵기도 송구한 히미즈의 신이여....'로 시작하는 주문의 앞부분은 실제 일본 신사에서 주로 하는 표현. 이 주문을 토대로 신감독 자신만의 새로운 주문을 탄생시켰다. 또한 “주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강한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어떤 평화를 굉장히 원할 때 혹은 엄청난 재해 속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기도하거나 바라는 일밖에 없다. 그런 기도나 바람의 메타포로 이 주문을 넣었다”고.

4. 현실적인 고등학생을 위해 설정한 치마 길이

스즈메를 현실적인 고등학생으로 그리기 위한 감독의 세심한 설정. 교복 치마 길이는 무릎까지 오는 기장으로 이전 작품을 비롯해 타 애니메이션에 비교해보면 눈에 띄게 길다. 작품 준비 당시, 도쿄의 여자 고등학생을 취재했는데 이때 교복 치마 길이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했다. 그 취재 결과의 설정.

5. '스즈메의 의자'의 다리가 세 개인 이유

스즈메의 엄마가 스즈메를 위해 만들어 준 의자. 초반부에 스즈메는 언제부터 다리가 3개였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감독은 그 이유에 대해 "원래 설정상 쓰나미가 왔을 때 이 의자가 떠내려갔다가 다시 찾게 되는 것이었고, 그 당시 재해의 피해로 다리가 하나 없어졌다는 설정이다"라고 전한다. 이처럼 의자의 다리 갯수는 스즈메의 마음의 결핍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서 엄마를 잃어버린 스즈메의 상처를 내포하는 동시에, 재해의 상처를 상징한다. 의자와 함께 여정에 오른 스즈메는 영화의 끝에 비로소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자신의 상처를 마주 보게 된다. 감독은 이들의 동행을 통해 재해의 상처를 안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신카이 마코토 대부분의 작품은 다소 무거운 편이다.

해피한 엔딩조차도 그 무게를 깔끔하게 덜어낼 수 없는 불편함이 남는다.

그럼에도 그에게 매료되는 이유는 작품에 녹아든 감독의 세계관이 참 맑다는 거.

일본의 토속신앙에 뿌리를 둔 몇 작품은 우리의 민간신앙과 닮아있어 특히 친근감을 안겨 주기도 한다.

 

문화는 국경을 초월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로 뭉뚱거려 무조건 배척하는 것에도 한계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과 일본이 정치에서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고 반복되고 있지만, 문화는 서로 강하게 연결되기를 바란다”는 그의 소망처럼.

 

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 영화계에 이어 애니메이션 역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