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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탄의 한숨 같은 노래, 나폴리 민요 '불 꺼진 창'

헬로우 럭키 찬! 2017. 9. 1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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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선선해 졌네요.

조금 열려 있던 거실 창을 마저 닫으려다,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지지 않은 건너 편 집 까만 창에 눈길이 멈춰졌습니다.

아래, 위층의 빛나는 창문들 사이에서 오늘따라 유난히 쓸쓸해 보이던 직사각형의 그 창문은 줄곧 생각 속을 떠돌다 늦은 밤, 오랜 기억의 저층에 묻혀있던 노래를 하나 건져 올렸어요.

    

사람이 내는 소리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 성악이나 오페라 아리아 등은 거의 고사하는 편이지만 메조소프라노, 베이스 또는 바리톤 음의 곡에서 편안함을 느낄 때는 가끔 있는데요....  

그 중 하나, 불 꺼진 창’입니다.

고등학교 때, 가사를 모르는 상태에서 곡만 듣고 마음이 아파 죽을 뻔했던 나폴리 민요죠.

   

마리오 란자의 노래를 퍼 왔습니다.

대중은 프랑코 코랠리를 가장 선호하는 것 같았고요, 그 외에도 카루소나 로베르토 알라냐 등많은 성악가들이 즐겨 불렀어요개인적으로는 에토레 바스티아니니의 바리톤 음색을 더 좋아하는데 유튜브에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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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니의 몽유병 여인또는 롯시니의 모세’(파가니니의 모세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느낌이 훨씬 더 가깝습니다.)와 선율이 비슷하여 그들의 곡이라는 추측만 무성할 뿐, 현재로서는 작곡자 및 연대 미상, 나폴리의 전래 민요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Fenesta Che Lucive (불꺼진 창)"은 니나라는 이름의 요절한 소녀를 사랑한 한 청년의 애절한 마음을 담았다고 하는데요, 그 사연과 가사를 찾아 왔어요.

  

카리니 성에 귀족 라그루아의 딸 카테리나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창문을 통해서 바깥 세상을 보며 사랑의 시를 읊조리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하루는 귀족기사 베르나갈로가 창가에 가끔 모습을 보이는 카테리나에 반하여 사랑을 고백한다.

두 사람은 깊은 사랑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카테리나의 아버지는 워낙 완고해서 두 연인 사이는 좀처럼 좁혀질 수 없었다.

어느 날 성당의 신부가 그녀의 아버지에게

"딸이 젊은 기사를 만나 몰래 정을 통한다"고 전했다.

아버지는 카리니 성으로 즉시 달려갔다.

갑자기 찾아온 아버지를 맞은 딸은 놀라서 물었다.

아버지, 갑자기 어쩐 일인가요?”

아버지는 칼을 뽑아들고 비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딸아, 나는 너를 죽이러 왔다.”

카테리나의 가슴에는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시칠리아 방언으로 되어 있는 이 이야기는 11행시 나폴리 방언으로 번역되었다가 지금은 6행시로 전해지고 있답니다. 비탄과 절망이 교차하는 내용이예요.ㅎ

 

! 불 밝던 창에 지금은 불이 꺼졌네

내 연인이던 병들어 누웠나 보다

그녀의 언니가 창가로 와서 내게 말하네

네 연인은 죽어서 땅에 묻혔어

홀로 잠든다고 늘 눈물 흘리곤 했는데

지금은 죽은 자들과 함께 잠들었구나

 

교회 안으로 들어가면 그녀의 관이 있지

네 연인의 모습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아라

예전에는 꽃이 피어났던 그녀의 입술에서

지금은 벌레가 나오니, ~정말 슬프구나!

지금은 죽은 자들과 함께 잠 들었구나

홀로 잠든다고 늘 눈물 흘리곤 했는데

지금은 죽은 자들과 함께 잠들었구나




불 꺼진 창과 함께 그 시절 즐겨 듣던 음악 중 아리아 하나가 생각났네요.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2막에 등장하는 프로벤자 내 고향으로입니다.


오늘은 성악계의 알랑들롱 프랑코 코렐리보다 더 분위기 있게 생긴 바리톤 공병우의 목소리로 들었어요......와아~~~~~굿! 굿입니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입니다.



뽀너스 : 파가니니의 변주곡입니다만 선율이 비슷해서  '불 꺼진 창'이 롯시니의  작품일 거라는 추측도 있었지요.  파가니니는 롯시니 이집트의 모세그대는 빛나는 왕자테마로 하여 3개의 변주곡을 작곡하였는데요, 그 중 장한나의 첼로로 듣는 한 개의 현을 위한 롯시니 '모세' 주제에 의한 변주곡입니다.

첼로로는 첨 들어봤는데 이거 대박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