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걷기 좋은 길이라고 해서......낙동강 제방과 화명생태공원

봄날이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지난겨울, 꽃 피는 봄을 기다리며 미뤄 둔 코스였으나 퇴직 후 이 산 저 산, 오로지 산길만 찾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

어제 서가에서 책을 찾던 중 요런 메모지를 발견했다.

지하철 모라역(또는 북구청)→구포시장→수정역→방송통신대→대천천→금곡 꽃박물관.

‘부산의 걷기 좋은 많고 많은 길’ 중에서 낯설지 않은 코스인데다 종착 지점에 필이 꽂혀 어느 봄날을 기약하며 챙겨 둔 거였다.

오호!

지하철 모라역에서 하차, 내가 좋아하는 유~명한 할매 제첩국집을 지나 제방으로 올라서면...

구포 낙동 제방 타고 대략 7.5㎞

다음날 곧장 실행에 옮기기는 하였으나,

‘여기 어떻게 가요?’ ‘이 길이 그곳으로 가는 거 맞나요?’ 일일이 확인하며 가야 하는 게 귀찮아서 그저 제방 따라 걷다가 결국 금곡까지 도착은 했는데....정작 염두에 둔 금곡꽃박물관은 흘리고 온, 아무래도 가라앉지 않는 앙금.

조만간 종착지부터 거꾸로 도전해 보는 것으로 위안 삼았다.^^;;

 

지하철 모라역에서 하차, 3번 출구로 빠져나온 뒤 낙동강 제방 앞으로!

평일임에도 걷는 분들이 꽤 많다.

연세가 있어 보이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지만

아무래도 등산보다 수월한 운동인 만큼 유아를 동반한 젊은 아낙들도 종종 눈에 띈다.

게다가 변화무쌍한 전망이랴!

바야흐로 줄장미의 계절.

화명생태공원에도 아치형 터널을 타고 오르는 줄장미가 화려하더라.  

아......훨씬 정감 뿜뿜 중인 찔레꽃.

유럽의 어느 고성 담벼락 같은 샛길을 지나.....

지하철 구포역.

‘삼천포로 빠져 버릴까.’ 싶었고,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거야?’ 하는 오기와의 치열한 투쟁 끝에 계속된 뚜벅뚜벅, 그러다 들어선 곳이 화명생태공원이다.

걸어도 걸어도 공원의 끝은 없어 보였다.

사실 상관은 없었지만.

5월 중순, 정오의 뙤약볕도 의식하지 못할 만큼 눈을 저격하는 기찬 풍경이 넘쳐났던 고로.  

양귀비와 수레국화와 뜬금없이 곁에서 부대끼고 있는 밀과.....

아....멀리 나무 뒤로 화명대교가 솟았다. 공식 명칭은 '대동화명대교'.

샛길로 들어서서 털썩 주저앉아 강에 귀 기울여 보기도 하고....

다시 걷다 보면 넘치는 기운을 게이트볼에 쏟고 계시는 파파 어르신들을 볼 수도 있다.

아쉬운 것 없이 하루를 즐길 수 있는 화명생태공원이다.

마지막 한 번은 운을 띄울 수밖에 없어서 ‘금곡 꽃박물관이 어디예욤?’ 했고,

갸우뚱하시던 할머니 두 분의 정보를 감사히 새기며 찾아간 곳은 ‘화명동 양묘장’이라고...ㅎ

도중에 ‘예서 말 수는 없다.’며 호기롭게 재출발했던 결의는 결국 회수!

 

대천천으로 통하는 다리.

부산은행 열일 했다. 내 돈도 여기 보탠 거 맞지? ^^

대천천 주변

그러나.....

지하철로 이동하기 전, 잔량의 기운 추스려 들어선 근처의 대형 농협 마트에서 매우 매우 매우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욘석을 헐값으로 안아 들고 휘파람 불었던 즐거운 마무리.^^

발음하기도 어려운 그녀의 이름은 ’알스트로메리아‘란다.

배려, 새로운 만남, 우정이라는 꽃말이 부여된 이 꽃의 정보를 다음 백과에서 찾았다.

우오오오오오~~!!!!!!!

실물이 훨씬 고급지긴 하지만, 요놈 덕에 방이 화려해 졌다.^^ 

 

알스트로메리아: 백합목 알스트로메리아과 알스트로메리아속 식물의 통칭이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일부는 미국과 멕시코,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카나리아 제도 등에 분포한다. 페루 백합(Peruvian lily), 잉카 백합(Lily of the Incas)이라고도 한다. 알스트로메리아속 식물의 상당수가 칠레 중앙부와 브라질 동부 지역에 서식한다. 칠레에 분포하는 종은 겨울에 자라며 브라질에 분포하는 종은 여름에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 다음 백과

 

무려 5시간 만에 돌아왔다.ㅎ

지하철로 이동한 시간을 제외하면 3시간 이상을 뚜벅뚜벅뚜벅뚜벅 ..... 내일 코피 터지겠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