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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소년/송중기의 늑대소년

헬로우 럭키 찬! 2013. 11. 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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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소년(감독판) 2012

    감독    조성희

    출연    송중기, 박보영, 이영란, 장영남,유연석

 

 

2012년 감성의 계절 가을에 개봉되었던 판타지 멜로물 ‘늑대소년’.

트와일라잇의 고만고만한 아류 겠거니(이 시리즈 별로 안 좋아해서^^;;) 해서 밀쳐두었다가 얼마 전 올레 TV를 통한 감독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체널을 돌렸다 말다를 반복하며 몇 날에 걸쳐 ‘3번’의 도전을 끝으로 일단 마스터했습니다. 당시의 요란했던 마케팅에다 송중기가 명실상부한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된 작품이랄 수도 있어 엔딩 크레딧 까지 엉덩이 붙이고 지켜보았지요. 역시나 줏가 상승 중인 송중기만 잔뜩 보여주었습니다.

차라리 오로지 대세 꽃미남 송중기만을 위해 만들어진 멜로 영화라고 홍보했다면 별 의미 두지 않고 재미있게 봤을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TV 드라마는 취미가 없는 쪽이고, 그래서 송중기의 출연작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들이댈 잣대는 사실 전무합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등장한 20대 연기파 배우" "앞으로 드라마계를 이끌어갈 재목"이라는 극찬까지 받았다는 것에 조금 관심이 생겼습니다.

거기다 매년 한겨레 피디가 21명의 지상파 3사 드라마 피디를 대상으로 자사 드라마를 제외한 최고의 작품과 탤런트를 뽑는데서 손현주와 10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송중기를 2위의 자리에 올려 주었는데, 같은 분야의 피디들이 그를 선택했다는 의미의 파급 효과는 그야말로 ‘대박, 대박, 대박 사건’이었습니다.

 

 

늑대소년은 제작사 비단길의 임수진 대표가 ‘영원한 사랑을 믿는 남자를 기다리는 여성의 이야기가 있었으면....’하는 생각으로 조성희 감독과 의기 투합하여 만들어 낸, 포스터에 의하면 ‘세상에 없던 사랑’ 입니다.

 

 

60년대 추억의 순애보에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한, 순전히 여성만을 위한 영화지요.  그러나 낯익은 흐름과 독창성이 떨어지는 늑대인간의 탄생 비화는 헐리웃의 단골 소재인 軍의 ‘비밀 병기’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데다 순식간에 등장한 군인과 박사가 치는 대사 또한 엉성하기 그지없어 영화의 흐름에 걸림돌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장르 불문하고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판타지 멜로가 국내외적으로 이미 포화상태인 걸로 보면, 후발 주자로서의 늑대소년이 가진 모티브에서 얻을 수 있는 임팩트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영화를 본 대부분의 관객은 감동과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송중기 효과와 함께 한국적 정서와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해도 개인적으로는 스토리 포커스를 어디에 맞추어야 할지 대략 난감한 작품이기도 하였네요. 과하게 요란스러웠던 악역의 유연석 캐릭터도 왠지 불편해 보였습니다.

 

 

헌대요, 정말 뭉클했던 장면은 47년 만의 해후에서 늙은 순이와 마주한 철수의 미세하게 흔들리던 정중동의 눈빛이었습니다. 기쁨도 원망도 아닌, 마치 어제도 그녀를 만났고 지금 이 순간도 그저 반가움이 뒤섞인 듯한 그 미묘한 표정.....개인적으로 이 영화 최고의 장면으로 엄지를 추켜 세우고 싶습니다.

사진출처 : cafe.daum.net/ok211

또 하나, 순이 엄마의 속 깊은 정에 양념처럼 녹아 든 이웃들의 능청스런 연기에서 느껴지는 친숙함.... 철수와 순이의 순애보적 행보보다 오히려 그들의 등장이 매 번 반가웠던 것은 아무래도 긴 세월 생각의 통로에 켜켜이 쌓인 감성 결여 지방층^^;;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미디어 리뷰나 블로거 리뷰의 호평 일색, 절대 극찬인 걸 보면요. ㅎ

 

하지만 애니메이션 ‘늑대아이’에서 마음껏 누렸던 가슴 서늘한 애틋함이나, 리미트한 관계에서 비롯된 안타까움 같은 다양한 감정을 얻을 수 없어 아쉬움이 많이 남겨진 영화, 송중기의 ‘늑대소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