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는 대구 시뮬레이션 결과와 작년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발생한 규모 6.5 지진을 토대로 경주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를 가정한 시나리오를 예상해 봤다. 진앙은 월성원전 지하 10㎞(지난 12일 경주 강진은 내남면 지하 15㎞)로 가정했다.
출처 :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60921.010020709500001
월성원전 바로 밑 6.5 지진 땐 6중 안전장치 있어도 장담 못해
中 위구르 지진 토대로 한 가상 시나리오
지난해 7월 중국 신장 위구르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한 후 복구작업을 하는 모습(왼쪽).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에서 두 차례(6.5, 7.3)의 강진으로 인해 균열된 땅에 주택이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다. 연합뉴스
한반도에 과연 대지진이 일어날까. 경주에서 일주일 사이 규모 4.5~5.8의 지진이 세 차례 발생하고, 여진이 400차례나 이어지자 대지진에 대한 공포심도 증가하고 있다. 2014년 국민안전처는 대구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시뮬레이션했다. 동구 효목동을 진앙으로 가정한 결과 대구에서만 사망 2천419명, 부상 2만2천627명에 이재민 2만1천명이 발생했고 붕괴되는 건물도 773동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일보는 대구 시뮬레이션 결과와 작년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발생한 규모 6.5 지진을 토대로 경주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를 가정한 시나리오를 예상해 봤다. 진앙은 월성원전 지하 10㎞(지난 12일 경주 강진은 내남면 지하 15㎞)로 가정했다.
◆“이런 지진 처음이다” 아수라장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어느 날. 경주에 살고 있는 A씨는 평소처럼 가족과 함께 평화로운 주말 오후를 즐긴다. 그때였다. 갑자기 창문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벽에 붙어 있던 액자가 우수수 떨어진다. 곧이어 방 안에 있던 책장과 TV도 바닥으로 쓰러진다. 집안은 온통 엉망진창이 된다. 밖에서는 ‘우르르’하는 소리와 함께 기왓장이 떨어진다. 아이들은 소스라치며 A씨의 가슴에 안긴다.
잔열 제거 실패하면 대재앙 직면
집 3천채 붕괴·수백명 사상 전망
포항·울산·대구도 건물 무너져
학자들 “다음은 日난카이 해구”
대지진 땐 한반도도 지각변동
전에도 지진은 있었지만 이번엔 차원이 다르다. 몇 배나 ‘센놈’이란 걸 직감한 A씨는 본능적으로 밖으로 뛰쳐나온다. 늦가을 골목 바닥이 차갑게 느껴지기 시작한 건 한참 뒤다. 머리를 감싸안은 채 뛰쳐 나온 이웃의 발을 보고 나서야 자신도 맨발임을 깨닫는다. 널브러진 기왓장과 쓰러진 담장을 비집다보니 금세 피투성이가 됐다. 불현듯 스치는 골목 건너의 친구네. 그와 가족이 보이지 않는다. 집이 폭삭 내려앉았다. 눈물이 핑 돌지만 어쩔 줄 모른다.
◆진앙지가 원전 바로 밑이라니…
규모 6.5의 지진이 경주 월성원전 지하 10㎞ 지점에서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100여명이 숨지고 부상자는 500여명인 것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생사를 달리했는지는 알 수 없다. 경주에서만 3천여 채의 가옥이 붕괴되거나 파손됐다. 불국사, 다보탑, 첨성대도 비켜갈 수 없었다. 주요 문화재들이 깨지고 넘어졌다. 인근 포항, 울산, 대구 역시 건물이 붕괴되는 등 전국에 걸쳐 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원전 바로 아래에서 지진이….’ 대자연의 엄청난 위력에 그저 하늘만 바라보던 A씨는 엄습해 오는 또 다른 불안을 느낀다. 그 시각 경주 월성원전. 규모 6.5 지진이 감지되자 월성 1~4호기와 신월성 1~2호기의 가동이 정지된다. 발전소로 공급되는 전기가 끊기면서 냉각장치가 멈춘다. 냉각장치가 고장나거나 기능을 상실하면 원자로의 핵분열은 자동 정지된다. 하지만 노심에 남은 잔열이 제거되지 못하면 핵용융으로 수소가 발생하고 일정 온도 이상이 되면 원자로가 폭발한다. 결국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누출될 수밖에 없다.
촌각을 다투는 일촉즉발의 상황. 증기 발생기서 물을 공급하는 비상 급수 시스템이 작동된다. 만일에 대비해 설치한 이동형 발전차에서 비상 발전기가 가동된다. 안정적인 전기 공급으로 잠시 멈췄던 냉각장치가 정상 가동된다. 규모 6.5 내진 설계와 보조급수 펌프, 비상디젤 발전기, 이동형 발전차 등 5~6중의 안전장치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참사를 비켜가게 했다.
◆한반도 대지진을 우려하는 이유
한국에 대지진의 전조가 없었던 건 아니다.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2016년까지 지진 발생은 증가세다. 1978년부터 1998년까지 21년 동안 발생한 지진 횟수는 연평균 19.2회다. 하지만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지진 발생 횟수는 평균 47.8회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2013년 지진 발생 횟수는 93회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 들어 7월 현재까지 지진은 36차례나 발생했다. 이 중 8차례가 경북에서 일어났다. 과학자들이 한반도의 대지진을 우려했던 이유다.
오래전 지진 기록도 찾아볼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무려 1천900건의 지진 기록이 있다. 특히 현종 즈음엔 지진과 더불어 백두산이 폭발했다고 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일본에서 대지진이 생기면 백두산의 폭발도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 열도 지각에 축적돼 있던 큰 힘이 팽창해 한반도로 전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네팔 대지진 이후 학자들은 다음 후보로 일본 도쿄 연안의 난카이 해구를 지목했다고 한다.
난카이 해구에 대지진이 생길 경우 그 영향으로 한반도에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추측이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 규모 6.5로 가정한 이유
한반도와 그 일대에는 아시아판과 인도판이 충돌하고 일본 하부로 태평양판이 섭입(다른 판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현상)해 동북동-서북서 방향으로 힘이 작용하고 있다. 이들 힘이 축적되며 기존 단층들이 움직여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다수의 지질학자들은 한반도 남동부 해안 지역의 최대 지진 규모를 7.5까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주에서 발생한 양산단층의 경우 수직운동보다는 수평운동이 일어나는 활단층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지진 규모를 6.5로 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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