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금)
지난번 현대미술관 갔다가 바로 옆 을숙도 문화회관 전시관의 플래카드를 보고 기다려 온 「부산 사랑 젊은 작가 프로젝트 개인전」.
공모를 통해 선정된 청년작가 박한지와 이진국의 서양화 및 입체 작품(공예) 4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그러다 같은 날 기획공연 전시에 올라온 요기에도 꽂혀 온라인 예매 20% 할인 가격으로 자리 하나 잡아버렸네.^^
사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가 먼저 떠올랐고, 제목의 친근함에 끌려 홈페이지 뒤져 보다 오호! 했기 때문.
11시 공연에 맞춰 30 여분 전에 들어선 평일의 광장은 꽤나 소란스러웠다.
어? 야외공연도 있었나?
다양한 컨셉트의 의상으로 치장한 이들이 궁금해서 물어봤다.
읭?
졸업사진 촬영 중인 다선중학교 아이들이다.
아, 세상 참 좋아지고 있구나.
영정 사진 나열해 놓은 것 같았던 구시대 앨범에서 아이들의 자유분방한 아이디어로 채워질 신개념 앨범이라니.^^
보석 같은 한 시절의 영원함이다.
을숙도문화회관 소극장.
굿모닝 콘서트, 신민속악회 바디의 '오래된 미래'
신민속악회 바디’는 전통 음악의 표현 방식과 음악 어법을 분석하여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조화시켜 새로운 민속악을 만들어내는 팀으로 알려져 있다.
‘바디’란 제자가 스승으로부터 전승받은 소리에 자신의 색을 입힌 소리를 의미하며, 전통 음악을 동시대적 시선으로 해석하여 가장 한국적인 특색과 창의성을 담은 음악을 창작한다고 전한다.
최근 몇 년 새 팬텀싱어, 슈퍼밴드 등 그룹 결성 오디션 프로그램이 늘어나 그동안 위축되어 있던 이러한 젊은 국악인들이 활발하게 참여함으로써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현상이다.
지구촌을 강타한 ‘K-pop’을 비롯하여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세상에 방사 중인 우리나라 젊은 재주꾼들의 고군분투가 눈물겹다.
한 나라의 정체성은 문화로 규정된다고 했다.
백범 선생께서 바라마지 않았던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높은 문화의 힘’이 비로소 실현되고 있다는 믿음은 비단 나만 느끼는 게 아닐 것이다.
비탈리의 샤콘느와 국악의 조화. '춘월도섭'에 이어 개인적으로 엄청 그루브를 탔던 '공존'이다.^^
공연 후 현대미술관으로 넘어가서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를 한 번 더 둘러 봤다.
그 사이 감성과 시각의 변화를 슬쩍 기대하면서.^^
아, 쓰잘데기 없이 고집스럽기만 한 이토록 굳건한 일관성.
처음 발을 들여놓은 현대미술관 뒤쪽.
몇 개의 조각 작품으로 차분히 조성해 놓은 작은 공원이다.
편한 그늘을 찾아 싸 들고 간 야채 계란전과 약밥, 사과, 커피로 한 끼 해결하면서 잠시 책을 읽다가 전시동으로..
부산 사랑 젊은 작가 프로젝트 박한지, 이진국 개인전
요즘 젊은 작가들의 화풍을 보고 싶기도 했다.
마치 오랫동안 누군가에 의해 강제 주입 당한 것처럼 소위 ‘명화’에만 꽂혀 있던 고답적 자세에 물리기도 했고,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공감할 수 있는 소재에 고프기도 했다.
그래 봤자 그저 눈에 담는 것에 그치긴 하지만 서도.^^;;
어쨌거나, 사물을 나와 다른 시각으로 구체화한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늘 조흐다.
자연, 특히 산에 눈길이 자주 머무는 듯한 작가다.
유영국의 산 시리즈와는 달리 편안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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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서 작가의 의도를 헤아리는 어려웠으나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아주 조금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을숙도 철새공원으로 넘어 가는 고가교
이렇게 하루의 끝자락에서........
6월에는
평화로워지자
모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쉬면서 가자
되돌아보아도
늦은 날의
후회 같은 쓰라림이어도
꽃의 부드러움으로
사는 일
가슴 상하고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그래서 더 깊어지고 높아지는 것을
이제 절반을 살아온 날
품었던 소망들도
사라진 날들만큼 내려놓고
먼 하늘 우러르며 쉬면서 가자
나명욱 ‘6월에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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