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4(토)~15(일)
20년 지기의 집들이 참석 후 내 집에서 밤을 보낸 딸, 손주와 함께 다음날부터 부산하게 주변을 헤집고 다녔다.
초량에서 두어가지 볼일 마무리한 뒤, 남포동 비엔씨 건물 2층에 있는 헌책방에 올라가 책 몇 권 챙겨 넣고 다시 우리 집 들러 딸네까지....
그 토, 일요일의 행적.
진해 속천동 카페 거리→장복산 드라이브→향원(추어탕 맛집)→백일마을→갤러리 카페 DO
'엄마 오랜만에 OO진사갈비 먹으러 가자.'
내가 그 집 고기를 유난스레 즐기는 걸 아는 딸아이가 넌지시 의사를 타진해 왔고 나는 완벽하게 꼬여 들어 곧장 진해행에 동의함.^^;;
배 두드리며 들어오는 길, 분위기에 편승한 손주가 텅 빈 송곳니 자리를 보여 주며 스스로 발치한 '기념' 좀 해 주면 안 되냐고 간절한 눈빛을 쏴댔다.
전화 건너편의 제 아빠 응원까지 보탠 결과 요런 장면.^^
뭔가를 축하는 해야겠는데....
옛다! 너의 인내심과 과감함에 우리도 귀네스로 건배!ㅎㅎ
오전 8시 즈음 아파트 주변 풍경
웅천까지 하천길이 뚫려 운동 겸 한 바퀴 돌고 오는 길.
11월 중순에도 억척스레 얼굴 들이밀고 있는 꽃들

청둥오리의 행렬
꼬물꼬물 어떻게나 이뿌던지.
색이 곱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해서
신나게 날개 퍼득이며 '강남'^^ 간 녀석의 빈 자리로 들어 선 휴일의 여유.
막 입소문 타는 중이라던 속천동의 벽화마을과 카페 거리를 기웃거려 봤다.
흠.....근데 정오 가까운 휴일에 이 정도 적막강산이라니!
진짜 진해의 핫플레이스 맞아?
남다르게 보이는 건물들이 간간이 눈에 띄긴 하지만 11시가 넘어서는 시간임에도 그저 휑한 안과 밖.
이곳은 야밤 코스인가 봉가?ㅎ
나름 뷰는 꽤 나온다.
장복산에 기대어 길게 늘어선 아파트가 편안해 보이고....
그래도 흔적은 남겨야지.^^
I was here
바다소릿길...바다를 끼고 걸으며 내려다 보니 상권이 제법 형성된 지역임에도 의외로 물은 맑다.
하루 이틀의 인연이 아닌 듯 마냥 친근해 보이는 청둥오리와 갈매기.
카페 속천
산 중턱의 '카페 속천' 옆 길을 따라 오르면 사설사암인듯 작은 사찰이 보이고, 입구에는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계신 두 분이.... ^^;;
속세와 사찰의 경계가 갈리는 곳이겠다.
장복산
오늘 손주의 등산코스.
나중에 알고 깜짝 놀랐는데 초1 꼬맹이가 장복산 정상을 탈환했다는 거!!!
아무리 둘레길이라고는 하나 해발 593m를....역시나 다녀와서 넉다운 되었다고.^^
요 사진.
오모나 뉘집 자녀분들이신고, 이쁘고 이쁜지고.
헐!!!!!
까마득히 보이는 바다와 인간의 마을
어쨌거나, 야무진 합기도장 쌤들도 무진장 고생하셨쎄욤.^^
그분들도 소중한 휴일일 텐데.... 아이들에게 오체투지 정신으로 다가 서는 것 같아 너무 감사한 마음.
안민고개 드라이브길, 잠시 내려 서서 작은 도서관도 들여다 보고.
전망대 휴게소에서......
웅천 추어탕 맛집으로 등극한 곳. 향원.
바야흐로 점심 시간이라 번호표 건네 받고 한참을 기다렸지.ㅎ
기다림 끝의 행운.^^
운 좋게 얻어 걸린 방(매.난.국.죽 전제 4개의 방 중 하나)은 시끌벅적한 홀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웃돈 얹어 준 것도 아닌데...ㅎㅎㅎㅎ
딸아이도 마냥 므흣해 했다는.
창밖에서는 또 다른 손님이 대기 중이심.^^
기다려, 생선 줄겜.
정갈한 상차림, 추어탕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맛에 따로 주문한 파전 역시 대체로 만족. 긋!
재방문 의사 있음.^^
'향원'과 백일마을 주변 풍경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추수 끝난 빈들녘에 서면 마치 센서 작동하듯 어김없이 입술이 반응한다.
정지용님의 '향수', 그리고 노래....가슴에 몽글몽글 눈물 같은 샘이 솟는다.
웅천 읍성에 주차하고..
딸아이 추천, 웅천 갤러리 카페 DO
흠머, 나 잘 끌려온 것 같아.
연이틀 눈이랑 배가 애드벌룬 된 거 같넴.^^
실내 끝이 까마득하다.
지난 9월에 오픈했다는 갤러리 카페.
아마추어 화가들의 미술전 수상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안목이 없으니 그저 색감이나 터치만으로도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 그리고 기분 좋은 커피향이 싸락눈처럼 날리는 평온한 공간.......유일하게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가능한 딸아이와 마주 앉아 한가하게 즐기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딸, 고마워어~~~주쌤이나 성순쌤 말대로 난 아무래도 자식농사 만큼은 성공한 거 같아.^^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들은 언제 웃고,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온 아이가 누구인지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하라고.
마종하님의 딸을 위한 시 전문이다.
더도 덜도 아닌, 나도 바랐던 이런 사람....
주변 잘 살피고 헤아려 챙기는 딸이라서 참 다행이다.
오늘의 태양이 뜨고
오늘의 노을이 지듯
하루하루
살아가면 됩니다.
아무리 큰 기쁨과 행복도
오늘 하루치일 뿐
가슴 무너지는 슬픔과 불행도
오늘 하루치일 뿐.
오늘의
삶의 풍경
내일은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내일은
내가 세상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정연복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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