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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30(수)
한여름 그 뜨거운 날에도 기를 쓰고 산을 찾던 사람들이 어떤 연유에서인지 선선한 요즘에 오히려 줄어들었다.
간간이 눈에 띄는 노부부 두어 쌍, 나홀로 몇 분 정도.
인적없는 너른 쉼터가 초겨울 잎 다 떨어낸 나무보다 더 쓸쓸해 보이는 엄광산 편백숲.
와중에 이어폰을 통해 마음으로 흘러드는 음악이 하필 레퀴엠이라니.^^;;
아....가슴 저려.
포레, 부르크너, 베르디, 치마로사, 모차르트 등등 접근이 쉽지 않은 당대의 대작들이 아니라, 미국의 여성 보컬그룹 Three Graces의 노래를 팬텀싱어 남성 4중창단이 편곡한 크로스오버다.
원곡보다 감정선이 훨씬 디테일하고 섬세해서 더 심금을 울렸던 이거.
여기에는 카운터테너 최성훈의 가성이 레퀴엠 본연의 처절한 감성을 극한까지 끌어 올린 공로가 크지 않았나 하는 내 개인적인 생각도 들어있다.
겸사해서 엠씨더맥스의 ‘레퀴엠’과 리스트의 ‘레퀴엠’도 들어 봤는데....
아니, 리스트는 듣다 말았네. ㅎㅎ
팬텀싱어3 9회 중
베이스바리톤 구본수의, 그야말로 망자에 닿는 절절한 저음.
금목서 향에 끌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류시화 '길 위에서의 생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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