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둘씩 사라진 것들의 목록을 적어본다. 맹렬히 사라져간 것들을 애도하고 허무하게 떠나간 것들에 인사를 전한다. 그들에게 말을 걸고 마음을 전하고 끝내 떠나보내는 것, 이것은 사라짐에 대한 일종의 작별 의식이다. 종종 생각한다. 삶이란 상실을 축적해가는 일이라고. 반복되는 부재를 견디며 살아가는 여정이라고. 살면서 우리는 끝없는 상실을 경험한다. 만났다가 헤어지고, 기억했다가 망각하고, 채웠다가 비워지고, 가졌다가 놓아주고, 왔다가 떠나가고, 얻었다 가 잃어버리고, 탄생했다가 소멸한다.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이별하는 일이다. 무언가를 잃어가는 반복 속에 표류하는 일이다. 세월은 자꾸 빈자리를 만들고, 빈자리는 영영 채워지지 않는다. 만물은 유실되어 사라지고, 이윽고 소멸해 버린다. 사라짐이 곧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