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일(수)
최근 유튜브에서 우연히 알게 된 야생갓의 쓰임새.
문득 보름 전 이기대 걷다가 여기저기 무성하게 자라고 있던 야생갓이 떠올랐다.
맷돼지떼 출몰 소식에 주 루트를 포기하고 황령산 두어 번 다녀온 이후 내일쯤 이기대 재도전을 고려하던 차 이심전심인가 봉가, 마침 남천동 친구로부터 갓 채취하러 가자는 연락이 왔다.
지난번 야생갓 한 줌 뜯어 쌈으로 먹었더니 그 맛을 떨칠 수가 없었다면서.
대가 올라오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괜찮을 것 같아 난생 처음 갓김치 담기에 도전해 보기로 하고 흔쾌히 동참 의사를 날렸다.
감사합니다.
선열들의 목숨의 대가로 거저 누리고 있는 지금의 자유와 행복을 새기며 잠시 묵념한 뒤 집을 나선 시간은 10시 10분.
어제만 해도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했던 하늘에서 예보에도 없던 부슬비가 바람 타고 밀가루처럼 날아다니고 있었다.
뭐, 오후엔 그친다니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경성대 역에서 환승하기 전 다이소 들러 우비도 2개 챙겨 넣었다.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하여 해맞이 공원에 올라......
오늘은 뷰가 장관이라는 해변 산책로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아주아주 오래전 잠시 바다로 내려섰던 당시의 기억은 좀체 되새겨지지 않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단편.
허얼! 근데 이런 곳이었어?
도무지 발길을 이어 갈 수가 없어 몇 번이나 내려서 그 절경에 멍때렸던 이기대 바다.
정확하게는 부산 국가지질공원 오륙도~이기대 탐방로다.
반대쪽으로는 마치 영화 속 화성의 도시 같은 센텀시티, 마린 시티, 엘 시티의 거대 마천루가 흐린 하늘 아래 신기루처럼 떠 있었다.
언제든 마음 내키면 갈 수 있으니까....해서 밀쳐둔, 부산 명소 순위 1, 2위에 꼽힌다는 이기대 해안 산책로를 난 또 늙막에서야 들어와 촌빨 날리는 탄성을 질러대고 있다.ㅎ
날이 좋으면 이 좁은 길에 인파로 들어차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해 가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한단다.
마침 우중이어서 왕래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서 다행.
곳곳에 신기한 형상의 바위들과 해식동굴이 산재해 있다.
과연 지질공원.
안으로 제법 깊게 깎여진 해식동굴.
자연은 예술 그 자체다. 인간이 만들어낸 작품에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태고의 신비함을 품고 있는.
용호동 W아파트가 보였다.
이제 다 온 거다.
야생갓 채취하고 간식 먹으며 휴식했던 1시간을 제외하면 대략 4시간 동안 해안 산책로를 즐겼네.^^

하지만........다시 가고 싶다는 간절함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넘사벽의 복병이 떠억 버티고 있었으니!
한 개도 아닌 서너 개의 구름다리가 내겐 너무 힘겨운 걸림돌이었던 거다.
까마득하게만 보이는 발아래의 깊은 골짜기와 넘실 거리는 검푸른 바다...
눈 감고, 고개 쳐들고 왼갖 잡다한 생각까지 끌어당겨 와도 물귀신처럼 달라붙는 공포는 극복되지 않더라는.ㅎ
아, 어깨와 목은 여전히 경직 상태다.ㅠㅠ;;
대박이었어, 이기대 해안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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