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일)
나의 관심사를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기회 닿으면 잊지 않고 노크해 주는 초등 친구.
일전에, 귀농한 대학 동기의 개인전에서 받은 하동의 특별했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늘 또 귀한 하루를 선물 받았다.

우천으로 당초의 약속 날짜에서 하루가 밀려난 오늘, 역시 고향이자 밀양 제1의 명소 위양지 근처로 귀농한 또 다른 동기의 꽃차향 짙은 sweet home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그 뜻밖의 행보가 봄바람처럼 따숩고 향기로웠던 시간.
활짝 웃으며(얼핏 그런 표정을 본 것 같다.^^) 쏜살같이 달려와 우리를 맞아준 이 친구는 ‘나진’이다.
나주에서 데리고 온 진돗개의 첫 글자를 따서 붙여준 이름이라나.^^
세월도 무색하게 변함없이 곱고 착한 친구의 짝꿍. 30여 년 만의 만남에도 격조함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부러운 재주를 갖고 있다.
우어어♪♬~~들어서면서 진심 깜딱했던 별채.
안주인의 섬세함이 고스란히 담긴 유리병, 대략 40여 종의 말린 꽃들이 즐비했다.
대부분은 지금도 종종 꽃차에 대한 강의를 나간다는 그녀가 텃밭에서 키워낸 꽃들이라고.
아마도 전공이 미술이었나 봉가?
귀동냥으로 주워 들은 말이지만, 한때는 미술치료사로 활동한 경력도 있단다.
말수 적고 숫기 없어 보였던 안주인의 샤이한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네.
수확한 꽃들을 깨끗이 씻어 꽃잎이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몇 날을 널어 말리고, 이후 9번의 덖음질을 거쳐 제 색 그대로 진열되어 있는 병 속의 꽃들....인고의 시간을 품은 작품들에서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저 향기로운 시간.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너무 귀하고 소중한 것들로 대접을 받았다.
이곳의 모든 먹거리는 시간과 정성으로 빚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또한.....인후단이라고, 기관지에 좋은 식재료가 들어있다. 도라지와 울금, 그리고 아카시아(꿀이었나?^^;;)
역시 용량이 부족한 나의 뇌가 문제야.ㅜㅜ;;
그 도라지꽃차.
기막히게 오묘하고 투명한 청색이다. 물의 오장육부까지 다 보이는 것 같았던.
여기에 말린 청귤을 띄우면.... 헐!!! 리트머스지 화학반응, 산성과 만나면서 환상적인 보라색으로 변한다.
우어~~~~이 색은 또 어쩔!
제법 넓은 집 앞의 텃밭을 오른쪽으로 끼고 잠시 걸으면 바로 위양지다.
아, 또 이런 대접.
계속 빚 지고 있는 이 기분을 어떻게 감당할 거나.ㅎ
승용차로 10여 분 쯤이면 도착하는 코다리찜 전문점 '해뜨락'
꼭, 꼭 한 번 더....... 기회 되면 몇 번 더.^^
마지막에 비벼 먹었던 라면 맛도 못잊겠썽.
식사 후 위양지 산책.
2016년 5월 딸네와 이팝나무꽃을 기대하며 들어섰다가 개화 전의 풍경만 담은 채 되돌아 온 지 그새 7년.
꽃과 잎이 무성했던 계절과 달리 겨울의 위양지는 자못 쓸쓸했다.
해도 나목의 운치가 빚어내는 텅 빈 듯한 이 느낌도 꽤 좋았다는.
집으로......
시간의 유속을 감지했을 때쯤엔 이미 해거름.
유익하고 즐거웠던 그곳에서의 기억을 꾹꾹 눌러 담고 오던 길에 들렀다.
양산 손두부 맛집으로 알려진 ‘천성산 가는 길’
왕래가 많은 낮시간대는 대기자를 위한 명단까지 비치되어 있을 정도로 붐비는 곳인 것 같고.
밀양의 멋쟁이 부부께서 넘치게 챙겨 주신 것들.
마음에 둔 것 있으면 넣어 가라셔서.......^^;;
극진한 대접에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싶었으면서도 욕심 나는 게 있었다.
색이 너무 고와 첫눈에 혹했던, 이름도 생소한 당아욱꽃차.
꽃말은 자애, 어머니의 사랑...개량이 많다고 하며 품종에 따라 색이 다양하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오기 전 미리 주문해 두셨다며 마을 하우스에서 기르는 미나리도 한 봉지씩 건네 주셨다.
잔파는 위양지 바로 앞 친정 오라버니 밭에서 뽑아 왔고,
맛있다는 말을 새겨 두셨는지 무우정과까지 봉지에 담아 주셨고.ㅎ
아, 진짜 빚지고 왔어.ㅜㅜ;;
친구야, 오늘도 고마웠어.
여기저기서 귀한 대접 받기만 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했지만 고맙다는 말 밖에.......^^
내 기분은 내가 정해.
오늘은 ‘행복’으로 정했어.
- 스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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