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기쁨, 그런 하루
7월 3일(토)~4일(일)
서재가 된 거실.^^
안방에 벽걸이 에어컨 들이던 날, 짐을 들어내면서 내친김에 헤까닥 뒤집어 놨다.^^
붙박이 책장을 들어내고 같은 장으로 통일시킨 뒤 나머지 책들까지 한 곳으로 모으고 싶었지만 자칫 사치가 될 것 같기도 해서 고거는 일단 보류, 그닥 ‘친분 없는 TV’^^;;는 작은 방에 가뒀다.
남은 생, 기력 소진되는 날까지 세상 보기에 나태해지지 않도록 자알 걷고 싶은 의지는 가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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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첫 날.
오후부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굵은 장맛비가 쏟아졌다.
부산에서 모임이 있는 사위 차에 얹혀 조심조심 그 비를 뚫고 온 사랑이들.
오늘은 뭘 먹여 줄까.
아무거나 주는대로 감사하게 잘 먹는 딸아이와 달리 손주의 먹거리는 몇 개로 한정되어 있어 여간 만 걱정이 아니라서.
허구한 날 치킨만 고집하는 욘석에게 그나마 건강한 음식이 뭐가 있을까....하다 생각해 낸 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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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먹다 식탁에 이마를 박을 만큼^^, 아니 내가 먹어봐도 ‘진짜루’ 맛있게 삶겼다.
같은 중량에 가격이 위로 2배 정도지만 맛이 월등하다는 삼겹살 부위.
그래서였나 봉가, 녀석도 밥과 함께 평소의 양을 넘겼네.^^
그런데!!! 오늘은 둘 다 처묵처묵 삼매경에 빠져 인증샷 한 장 못 건졌다는 거.ㅎ
아...내가 농사 지은 고추와 상추도 올렸는뎀.ㅠㅠ;;
요거는 딸아이의 강추 메뉴.
수육 한 판 비우고 잠시 배 꺼뜨린 뒤의 2차 상차림이다.(우리가 좀 胃大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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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친구들과 생일 모임 자리에서 처음 먹어 보고는 그 맛에 ‘깜딱’ 했다며 기어코 내게 맛보여 주겠다나.
키토산 '보고' 새우 머리다.
아삭아삭 기분좋은 식감에 천상의 고소함....흠머, 나도 ‘깜딱’ 놀랐넴.^^
다음 날 해장 메뉴는 종각집 '종각가락국수'
딸아이는 종각집 비빔우동에 환장한다. 마약 담근 거 아냐? 하면서. ㅎㅎㅎ
비 개인 뒤의 습기 머금은 더위에도 오랜만의 남포동 나들이는 꽤 삼삼했다.^^
귀가길, 에스컬레이트를 이용해 용두산공원 옆구리까지 오른 후 그 아래 공영 주차장으로 행진 행진, 녀석은 형형색색 시시각각 변하는 벽과 천정에 넋 놨다.
우리도 신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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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하루, 사람들은 이런 걸 두고 소확행이라고 하더라.
가슴에 손 얹고 하늘을 올려다 본다.
지구별에 머무는 동안 니들의 삶도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같기를...
나이 들수록,
눈이 침침해지고
귀가 희미해져도,
보이는 것이 더 많고
들리는 것이 더 많네.
둔해지는 몸으로
느끼는 것이 더 많은,
이 투명한 세상!
살아 있다는
단순한,
이
기쁨.
홍해리 ‘단순한 기쁨’